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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Apr 18. 2024

독일대학 한국웹툰 번역 수업

번역가 초청 특강

대학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것은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과 실무 노하우를 전달하여 이론적인 학습을 보완하고, 최신 산업 동향을 파악하며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여 졸업 후에도 준비를 갖출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실전적인 프로젝트와 과제를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동기부여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여러모로 이롭다.


제주 웹툰캠퍼스와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어 웹툰 번역수업에서 오늘 우리는 현재 번역가로 일하면서 현 수업에 조교인 알렉산드라 디크만 (Alexandra Dickmann)의 이야기를 들었다. 알랙스는 그동안 웹툰뿐 아닌 화재의 작품인 BTS 자서전 및 SF 소설 번역 등으로 활약했고 우리 수업에서 율리아와 함께 학생들의 번역작업을 도우면서 최종교정을 해줄 것이다.

알랙스의 오늘 강의는 웹툰 번역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더불어 번역가로서의 일상을 학생들과 공유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한 학기에 걸쳐 해 나가야 할 작업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웹툰 번역을 업으로 삼거나 한국어 전공을 마치고 앞으로 자신의 길을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먼저 웹툰 번역 업계에 대한 근황으로는 현재 한국 웹툰의 독일어 번역을 선도하고 있는 회사들의 소개로 시작되었다. 웹툰, 델리툰, 만화 쿨트, 리디 북스 등의 회사와 종이책으로 한국만화를 독일어로 번역해서 출판하고 있는 독일 출판사인 칼슨에 대한 이야기가 따랐다.  

웹툰 번역업계에서는 웹툰산업 자체에 관련 직종이 많듯이 번역가은 물론이고 에디터, 콘텐츠 메니져, 레터링 작업자 등의 다양한 직업이 있다. 또한 웹툰 번역가는 정식직원으로 채용될 수도 있지만 프리랜서로도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알랙스는 정식직원일 때보다 프리랜서일 때의 장점이 많다는 것을 어필했는데 시간관리를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음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물론 프리랜서가 되면 자신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기에 링크인을 비롯한 각종 직업 포탈에 자신의 경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최상, 그리고 최근의 것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번역가를 찾는 곳이 있는지에 대해 찾아보고 이력서를 보내는 것을 업무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여러 가지 웹툰 번역에서의 재미있는 점과 어려운 점들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한국어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쿵”이 될 수도 “탁”이 될 수도 “퍽”이 될 수도 있듯이 한국어 의성어 의태어를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해당 장면에 딱 맞고 찰진 독일어로 번역하는 것은 액션 장면이 많은 웹툰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한국어에서는 짧았던 표현이 독일어로 번역되면서 길어지는 경우 어떻게 그 말을 말풍선에 담을 것인가 등의 설명도 학생들의 초미의 관심을 불러냈다. 곧 웹툰 번역을 해야 하는 기대 충만한 학생들에게 이와 같이 실질적인 조언은 커다란 도움이 됨과 동시에 앞으로의 작업을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번역글이 원본에 비해 길어지는 경우는 특히 역사물, 사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를 어떻게 제한된 공간에 잘 표현해 낼지는 번역가의, 즉 이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창의성, 그리고 팀워크(3인 1조로 작업한다)에 달렸다고 본다. 앞으로 학생들과 이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해 나가는 일을 생각만 해도 기쁘다. 물론 학생들은 번역 결과뿐 아닌 번역 노고의 과정까지도 모두 기록에 담아야 한다.


알랙스의 번역 예시 중에 한국어 원본의 말풍선의 차례를 바꾸어야 좋은 독일어 번역결과가 되는 것도 있었다. 웹툰은 구어체를 바탕으로 하고 유머 섞인 표현들이 많고 흥미 유발을 위해 말장난을 하는 등 번역자들에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달달하게 비틀어진 한국어 표현을 살살 풀어헤쳐 잘 이해한 후에 다시 독일어로 풀어낸 후 재미있게 엮어내는 것.... 이것이 웹툰 번역의 묘미이지 싶다.


강의를 경청하고 있던 학생들은 여러 가지 질문들을 했다. 번역가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학생도 있었고, 시간 안배라던가 실수가 있었을 때의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 등 구체적인 작업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서 번역일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배당된 작품 모두를 번역하는지의 질문들 흥미로운 질문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나의 수제자가 번역가가 되어 내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동시에 내 나이가 벌써? 하는 자각이 들어 살짝 멘붕이 오기도 했다. 질문하는 학생들도 자랑스러웠고 질문에 답하는 알랙스도 자랑스러웠고 선생으로서 벅참의 감정이 바닷가가 수천리 떨어져 있는 독일 중부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래서 쥐꼬리 만한 월급을 받으며 수업을 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알랙스는 번역가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어를  늘리는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노하우를 공개했다. 크게 소리 내서 읽는 연습하기, 세바시나 일상생활의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 유튜브를 정기적으로 시청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했고 따라서 말하기와 꾸준히 읽기 등에 대한 조언도 더했다. 물론 한국웹툰 읽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아니면 작업이 너무 지난하지 않겠는가.


 

강연자의 조언은 학생들 뿐 아닌 나도 숙연하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실력의 발전시키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자랑스럽고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높은 실력의 외국어는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오늘 이 강의는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훌륭한 강의였다. 알랙스에게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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