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맹 Apr 15. 2024

웹툰 번역 수업 준비 작업

드디어 제주 웹툰 캠퍼스와 협업해서 진행되는 우리 대학 한국학과의 웹툰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명은 Korean Language in popular media, 한국 미디어안의 한국어이다. K 미디어 안에서의 한국어를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는 수업으로 단순히 노래 가사를 배운다거나 드라마의 대사를 배우는 수업이 아닌 언어를 매개로 여러 가지 창조활동과 분석활동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언어를 깊숙이 이해하도록 촉진시키는 수업이다.


웹툰 번역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한국어 구조를 여러 각도로 이해하게 될 것인데 일단 구문, 의미 등의 파악은 번역을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언어가 다른 맥락, 지역, 사회 집단 및 시기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사극과 같이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도 있고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현대 학원물 등도 있기에 이 두 경우만 보아도 작품 안에서 사용되는 한국어는 매우 다르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배경이 다른 여러 가지 작품을 다루는 것은 표준어로만 만들어지는 한국어 교재에서 보는 한국어 외에 살아 있는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또한 이러한 번역과 분석을 통해 학생들은 거창하게 말해서 우리 인류가 어떻게 언어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뿐이랴 웹툰에 사용된 담화를 분석하여 근본적인 의미, 이념 및 한국 사회의 구조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화 패턴, 서술 구조 및 특정 맥락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연구하면서 한국 사회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어와 사회 간의 관계도 밝힐 수 있는데 학원물이나 직장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 등에서는 권력, 정체성 및 문화적 표현의 문제까지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전반적으로 웹툰의 번역은 언어의 복잡성과 그것이 인간의 의사소통, 인지 및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기에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과 그것이 세상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한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오늘은 제주 웹툰 캠퍼스에서 받은 10개의 작품으로 30명의 학생들이 작품의 개요를 살펴보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를 위해 위대한 조교이자 웹툰 번역가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율리아 (Julia Zachulski)가 수업을 이끌었다. 학생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수업에 임했고, 작품 파악이 다 된 이후에 조를 짜서 본인이 번역을 원하는 웹툰을 선정하였다.


수업시간에는 단순히 웹툰을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다른 활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학생들은 번역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그것을 해결한 방법을 성찰일지(reflective journal)에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어려움뿐 아니라 잘된 점도 기록한다. 이는 언어 메타인지를 발달시키기 위한 기록인데 언어 메타인지는 언어 자체에 대한 인식과 이해로, 언어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 능력과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개념이다. 그것은 언어의 구조, 문법, 어휘, 그리고 언어 사용에 관한 지식을 포함하며, 언어를 사용하는 전략과 기술에 대한 인식까지도 포함한다. 즉 언어를 배우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전략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번역과 동시에 성찰일지를 쓰면서 메타인지 발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언어 메타인지의 발달을 위해서는 의식적인 언어 학습과 함께 언어 사용 환경을 확보하고,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습자는 언어를 사용할 기회를 찾고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조를 짜서 함께 웹툰을 번역함으로써 조원들과 함께 번역하기 어려운 부분을 머리를 맞대어 해결책을 찾으면서 그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언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강화하고, 조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언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게 된다. 이것은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데 둘셋이 함께 작업하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상쇄되고 해결책을 찾는 즐거움도 배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작업은 쳇지피티 등 뛰어난 번역기기가 나온 지금 세상에 번역 수업을 하면서 매우 필요한 작업으로 모든 번역 작업을 자동으로 쳇지피티의 도움을 받으면 배우는 것이 없기에 AI와 스스로 생각하는 작업을 공존시키기 위해서도 필수과정이다. 즉 학생들은 필요한 도움을 번역기에 구하게 되더라도 왜 그 도움이 필요했는지 (단어문제였는지 구문의 문제였는지 등) 자신들에게는 어떤 해결방법이 있었는지 마지막에 번역기를 통해 결과물을 얻었다면 과연 번역기의 해결방식이 옳은지 들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작품이라 웹툰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자세히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우리가 제주 캠퍼스에서 받은 작품은 장르도 다양하고 배경도 여러 가지라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번역의 동기를 돈독히 해주는데 충분했다. 물론 한 학기 내내 번역을 할 것도 아니고 작품 전체를 번역할 것도 아니다. 각 작품의 도약 부분을 번역해서 독일어로 한국작품을 번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최대한 한국어의 뉘앙스를 익혀내고 가장 가깝고 효과적인 독일어로 다시 표현해 내는 보람찬 작업을 앞으로 수 주간해 낼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