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묘한(?) 차이
독일과 한국의 청년문화
인류학자 중에는 „문화“라는 단어가 명사가 아니라 동사 (Culture is a verb)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문화가 단순히 정적인 존재나 수동적으로 관찰되는 규범과 가치의 모음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 행동 및 실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활발하고 동적인 과정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우리가 말하는 문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한국문화와 지금의 한국문화에 큰 차이가 있듯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렇게 문화는 동적이고 바뀌기 때문에 세대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관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문화를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일이면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앞으로 우리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한국과 독일의 문화차이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먼저 오늘은 한독 젊은이들의 데이트 문화에 대해 살펴보며 독일과 한국에서 로맨틱한 관계를 맺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독일과 한국의 연애 문화 비교: 서로 다른 나라의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드레아 코샨입니다. 현재 보훔 루르 대학교에서 한국을 주전공으로 동아시아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한국어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고 주변에 한국친구도 많으며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지내며 한국과 독일 간 문화 차이와 사회적 차이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독일과 한국의 데이트 문화“입니다. 양국의 이상적인 이성친구의 상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각 문화에서 커플이 서로를 알아가고 사귀어 가는 행동의 특성과 그 상호작용에 대해서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독일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이성친구와 진지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독일청년들은 보통 친구 사이에서 자연스레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미 주변에 알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요즘은 독일에서도 데이팅앱의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기술의 힘으로 사람을 만나고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통계(Statista) 자료에 따르면 2024년을 기준으로 돈을 지불하고 데이팅 앱을 구매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34퍼센트의 사람들이 바두 (Badoo)를, 32퍼센트의 사람들이 틴더(Tinder)를 사용하고 있으며 로보 (LOVOO), 범블(Bumble), 엘리트 파트너 (Elite Partner)의 이용자가 27,24, 23퍼센트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이렇게 앱을 사용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쉽게 파트너를 찾고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기 쉽게 되다 보니 독일의 연애 역시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것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잘 알려 있듯이 독일에서는 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서로가 결혼상대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관계를 갖게 된다 하더라도 인생의 동반자로 결혼하지 않고 평생 동거하며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독일에는 데이트하는 상대를 위한 고백 문화가 없습니다. 즉 "내 여자친구/남자친구가 되어줄래요?"라고 공식적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이벤트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자연스레 가까워지다가 어느 순간 커플이 됩니다. 또한 서로에게 충실하게 묶여서 연애하는 관계가 아닌 개방적인 관계가 빈번합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원나잇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독일에서는 연애 관계가 반드시 결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부모님을 만나서 인사드리는 것이 한국에서처럼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께 서로를 소개한다 하더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녀들이 단순히 어떤 애인과 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계 초기에 매우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질 뿐이지 그 관계에 대해 부모의 승낙이 필요하거나 부모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부모나 가족이 애인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거나 심지어 관계를 반대한다고 해도 당사자들에게 그것이 헤어지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연애 중이라 하더라도 독일에서는 자신의 삶, 취미 등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과 자신의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독일 커플들은 매우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서로에 대한 구속은 개인적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서양 국가들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에 손을 잡거나 가벼운 키스를 하는 등 가벼운 스킨십 정도만 허용됩니다. 또한, 독일 커플들은 1년 단위의 기념일 외에 다른 기념일은 챙기지 않습니다. 물론 커플마다 다를 수 있기에 함부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보통 기념일이라 함은 1년에 한 번을 말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독일보다 서로 ‘사귀자‘라고 상호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짧을 수 있는데 이는 선이나 소개팅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친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소개팅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흔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독일이 비슷한 점이라고 하면 친구든 연인이든 만나기 쉬운 지역 내에서 상대를 찾는 경우가 많고 한국 역시 데이트 앱이 점점 더 많이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독일에서는 공식적으로 커플이 되기까지 알아가는 단계가 긴 편이고, 한국에서는 몇 번의 데이트 후에 빠르게 연애에 골인하는 경우가 독일에 비해 자주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또한 연애 관계에 가족의 의견이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동의하지 않아 그 관계가 깨지기도 합니다. 결혼 상대에 대해서는 더더욱 부모와 논의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님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결혼 상대라고 생각이 들 경우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족이 개인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의견이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인생 계획이나 행사에 별로 관여하지 않는 편이며 결혼식을 한 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국도 상황이 많이 변해서 독일처럼 사람들이 클럽이나 데이트 앱을 통해 반짝하는 만남을 갖거나 가볍게 원나잇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연예관계는 독일보다 보수적이기에 성 역할이 보다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왜 한국사람들이 올바른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의 파트너가 우리 가족과 잘 지낼 수 있는지 독일사람들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연애는 곧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혼은 자신과 가족 모두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지요. 반면에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가 아니라면 가족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하지 않을 수 있기에 연인들은 굳이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지 않고 부모님과 연락하는 사이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에서 연인사이일 경우 서로를 일상의 제1순위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연인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서로 상의합니다. 또한 기념일의 종류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남에 대한 기념을 1주년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0일 단위로 축하하기도 합니다. 독일인에게 이는 매우 색다른 개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듯이 독일의 경우 커플은 일반적으로 1년 단위로만 축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념일을 축하함에 있어서 한국 연인들인 커플링뿐만 아니라 커플 셔츠, 커플 신발, 커플 옷과 같은 커플 아이템을 자주 주고받는데요, 독일은 파트너에게 작은 선물이나 직접 만든 선물을 하면서 기념일에 지출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기념일에 부피가 큰 선물 (풍선 등)이나 혹은 값비싼 선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지어 파트너에게 명품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선물을 주고받는 것과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파트너 및 부부 사이의 소통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독일 커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특히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보면 다소 큰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쓰고 살기에 이런 태도가 커플 사이에도 적용됩니다. 한국 커플처럼 서로 문자로 많이 소통하지도 않고 현재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끊임없이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애인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표시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연인들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파트너와 공유하고 싶어 하며 서로에게 기대합니다. 그러나 많은 독일 사람들은 이러한 의사소통을 간섭이나 서로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커플링이나 커플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커플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은 유아적인 발상으로 보이기에 독일 사람과 한국 사람이 연애를 할 때 이 점은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독일과 한국의 연애방식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들이 있는데요, 대부분이 문화적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가족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한국인들에게는 인생의 파트너를 고를 때 가족의 화합을 생각해야 하고 가족의 구성원을 고르는 일이기에 그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반면, 독일 커플은 공식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족의 의견보다는 나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핸드폰 사용과 인터넷이 발달된 한국에서는 애인끼리 하루 종일 연락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만 독일에서는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은 일반화에 불과하고 사람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인과 독일인이 만나 좋은 관계가 되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서로의 연애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