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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Jul 04. 2024

독일에서 열리는 Kpop 콘서트

독일과 한국의 청년문화 - 콘서트 문화 차이

인류학자 중에는 „문화“라는 단어가 명사가 아니라 동사 (Culture is a verb)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문화가 단순히 정적인 존재나 수동적으로 관찰되는 규범과 가치의 모음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 행동 및 실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활발하고 동적인 과정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즉 문화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한국문화와 지금의 한국문화에 큰 차이가 있듯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렇게 문화는 역동적이기 때문에 세대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관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문화를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일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앞으로 우리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한국과 독일의 문화차이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다. 오늘은 양국의 콘서트 문화, 즉 독일과 한국의 K- 팝 콘서트에는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보훔대학교 동아시아학 석사과정에 있는 제시카(Jessica Weingardt)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자 한다.

 

 K-팝 콘서트가 특별한 이유

세상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커다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사람들을 마음으로 연결해 줍니다. 더불어 음악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무형 자산이기도 합니다.

한국 대중문화는 웹툰, 드라마, 그리고 무엇보다 K-팝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K-팝은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그룹은 이제 글로벌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매년 수많은 K-팝 그룹이 데뷔하며 급변하는 음악 산업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흔적을 남깁니다. 일부는 큰 성공을 거두는 반면, 다른 그룹들은 빠르게 해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팬들과 연결되며,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을 얻습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K-팝 그룹에 대한 지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성공한 그룹들은 세계 투어를 통해 유명 공연장을 매진시키며, K-팝의 위력을 과시합니다. 그리고 K-팝 콘서트는 그 자체로 특별한 체험이 됩니다. 팬들은 공연장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가 됩니다. K-팝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글로벌 팬들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순간을 제공합니다.

국가에 따라 달라지는 콘서트 체험

저는 2013년에 우연히 소녀시대(SNSD)를 알게 된 이후로 K-팝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소녀시대의 뮤직 비디오와 라이브 공연 영상을 보면서 K-팝 콘서트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그 바람은 2017년에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로 저는 독일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빠짐없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직접 콘서트를 경험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한국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콘서트가 너무나 궁금했던 저는 참을 수 없어 서울에 거주하며 K-팝 콘서트에 자주 가는 친구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한국의 K-팝 콘서트 문화에 대한 많은 지식과 통찰을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남의 나라, 남의 풍습'이라는 속담이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뿐 아니라 음악, 팬덤, 콘서트 문화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K-팝 그룹은 투어마다 정해진 레퍼토리에 따라 공연을 하기에 노래나 춤은 어디서나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콘서트 경험은 주최국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콘서트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이란 아티스트의 공연과 팬들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콘서트 시작 전 티켓 구매 과정, 콘서트 당일 운영 절차, 콘서트 내에서의 에티켓, 팬들의 복장까지 포함됩니다.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할 때 독일과 한국의 K-팝 콘서트에는 유사점도 있지만, 상당한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효율적이고 질서 있는 진행이 두드러지며, 팬들의 에티켓도 엄격하게 지켜집니다. 반면, 독일에서는 팬들이 열정적으로 아티스트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노력하며, 단체로 응원 구호를 외치는 등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K-팝 콘서트가 열린 국가에 따라 콘서트 체험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티켓 구매는 치열한 전투

K-팝 팬들은 티켓 구매를 전투에 비유하곤 합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티스트들의 투어 일정이 발표될 때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티켓을 구매하려 하기 때문에,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되곤 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베를린, 런던, 파리, 마드리드, 암스테르담 외 다른 도시에 공연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럽 전역의 팬들이 원하는 콘서트에 가기 위해 티켓을 구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유럽에서는 K-팝 콘서트 티켓을 Eventim이나 Ticketmaster 같은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들은 전 세계적으로 접근 가능하며, PayPal 계정이나 신용카드가 있는 누구나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예약판매 기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약판매 기간에 티켓을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판매와 예약판매의 유일한 차이점은 가격뿐입니다.


한국에서는 멜론티켓, 인터파크, 예스 24와 같은 사이트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예약판매 신청이 필수적입니다. 예약판매는 종종 팬클럽 멤버십에 가입한 팬들에게만 제공되며, 1년 가입 비용은 25,000에서 30,000원 사이입니다. 일부 아티스트, 예를 들어 세븐틴 같은 경우, 일반 판매를 하지 않고 공식 팬클럽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티켓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는 소속사가 수요를 조절하고, 사기꾼들이 티켓을 비싼 가격에 재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티켓 구매 과정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많은 한국 팬들이 안정된 인터넷 연결을 위해 PC방에 가서 티켓을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콘서트 티켓을 구매할 때, 안정된 인터넷 연결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일과 한국의 콘서트 티켓 가격과 종류에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국 콘서트 티켓 가격은 보통 10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로, 독일에 비해 다소 저렴합니다. 독일에서는 뒷좌석의 경우 일반 티켓 가격이 약 135,000원(91유로)이며, VIP 티켓은 최대 880,000원(600유로)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소속사와 인기도에 따라 가격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VIP와 일반 입장권 소지자가 입석인 반면, 한국 콘서트에서는 모든 티켓 유형에 지정 좌석이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콘서트 당일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렇듯, K-팝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각국의 팬들이 겪는 티켓 구매 과정의 차이는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콘서트 당일의 분위기와 팬들의 열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질서 있는 vs. 혼란스러운 조직 절차

독일에서의 K-팝 콘서트는 대기 행렬이 한국만큼 엄격하게 규제되지 않습니다. 즉 줄 서서 기다리는 과정이 혼돈스럽습니다. 공연 기획사는 다양한 티켓 유형에 따라 여러 가지 대기 행렬을 만들지만, 사실 번호가 지정된 좌석은 발코니/플랫폼 티켓 유형에만 할당됩니다. VIP권 및 일반 입장권 유형에는 지정된 공식 번호가 없기 때문에, VIP권이나 일반 입장권 소지자들은 자신의 티켓 카테고리 내에서 최고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말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공연 기획사가 콘서트 입장 시간을 정확히 명시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VIP권 소지자들은 콘서트 시작 며칠 전부터 공연장에 도착해 텐트에서 잠을 자며 최고의 자리를 확보하려 합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캠핑'이라고 부르는데,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행사장 보안요원이나 이벤트 회사에서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캠핑'이나 이러한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아닙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마음씨 좋은 팬들을 만나 함께 기다리며 가까운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공연장 입장 순서는 티켓 유형에 따라 결정됩니다. VIP권 소지자가 콘서트 전에 가장 먼저 입장하며, 이들에게는 팬 패키지, 사운드체크, 아티스트와의 짧은 만남인 하이파이브 등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 후 일반 입장권 소지자가 공연장에 입장하고, 마지막으로 번호가 지정된 좌석권을 가진 팬들이 입장합니다.


한국에서는 대기 행렬의 움직임이 더욱 체계적이고 규제되어 있습니다. 공연 기획사는 다양한 티켓 유형에 맞게 여러 가지 대기 행렬을 만들지만, 과밀화를 피하기 위해 서로 다른 티켓 소지자의 공연장 도착 시간을 지정하여 혼잡을 최소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열린 K-팝 콘서트의 모든 티켓 유형에는 좌석이 할당되어 있어 줄을 서서 순서를 지키도록 하고, '캠핑'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기획사와 보안요원들은 전체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고 감독하여 사고 발생을 철저히 막습니다.


한국에서의 철저한 콘서트 운영 절차를 경험한 후, 제가 독일에서 겪은 K-팝 콘서트의 혼란스러운 대기 행렬 이야기를 한국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다들 매우 놀랍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K-팝 콘서트가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콘서트 운영 방식은 질서와 안전을 중시하는 면에서 독특하며, 이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멋진 팬들과 콘서트 에티켓, 그리고 화려한 콘서트 복장

음악은 전 세계 공통 언어이기에 한국어를 이해하든 아니든 K-팝 팬들은 공연 중에 모두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해외 팬들은 가사가 틀리더라도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를 즐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지지하게 됩니다. 또한,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 아티스트를 위한 응원의 문구로 포스터와 배너 등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몇몇 독일 친구들이 제게 팬 프로젝트의 한국어 번역을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작업해 보기도 했는데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콘서트장은 흥분과 즐거움의 도가니일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진행되는 K-팝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정말로 목청을 다해 비명을 지르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정된 가사를 따라 부르거나 배너 대신 응원봉을 흔들며 지지를 표합니다 - 물론 응원봉은 이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K-팝 콘서트의 본질적 요소가 되었지요. 거의 모든 K-팝 그룹과 아티스트는 고유한 응원봉을 디자인하여 판매하고, 팬들은 해당 응원봉을 필수템으로 들고 콘서트에 참여합니다.


응원봉 외에도 팬들의 의상과 스타일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차이점이 보입니다.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는 자신의 팬덤에 고유의 색을 지정합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아미는 보라색, 갓세븐의 아가새는 녹색입니다. 한국의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팬덤 색상에 맞는 옷을 입고 오며, 그룹 이름이나 로고가 인쇄된 후디, 점퍼 또는 티셔츠를 착용합니다. 팬들은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포토카드와 스티커로 장식한 가방, 응원봉, 휴대폰 케이스를 가져옵니다. 독일도 비슷하지만, 거기에 더해 매우 화려한 의상과 정교한 화장을 하고 해당 아티스트의 패션 스타일에 가깝게 꾸미는 팬들이 많습니다. 일부 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직 비디오에서 나오는 의상을 그대로 재현해서 입고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베를린에서 열린 에이티즈의 'Break the Wall' 콘서트에서는 가수 박성화가 '데자뷔' 뮤직 비디오에서 입었던 의상을 재현한 팬을 보기도 했습니다.


콘서트 복장 및 에티켓, 대기 행렬 및 티켓 구매 과정 등 모든 것을 고려하면 K-팝 콘서트에 참석하는 것은 장소에 관계없이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임에 틀림없습니다. K-팝이 고유 장르로 자리 잡았듯이 K-팝 콘서트도 '유일무이한 체험'입니다. 2013년부터 열렬한 팬으로 활동해 온 저는 독일에서 여러 K-팝 콘서트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 박물관과 카페 투어 외에도 꼭 K-팝 콘서트에 참석해 보고 싶습니다.


* 이 글은 학생의 글이기에 혹시 생길 수 있는 오해에 대비하여 댓글창을 닫으니 너른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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