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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Oct 05. 2024

말보다 강한 문화차이: 비언어적 의사 소통

Non verbal communication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 모든 소통 방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목소리의 톤, 몸짓, 시선, 공간내에서 타인과 만들어가는 거리, 서로 얼마나 접촉하는가부터 시작해서 풍기는 냄새, 외모, 시간의 사용 방식 등까지도 모두 이에 포함된다.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과 마찬가지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에도 여러 개념이 있는데 이는 몸짓, 제스추어보다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이러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받기 때문에 이브스와 레더라는 학자는 이를 ‘소통하는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상호작용하는 시각적, 음성적,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사용하여 비언어적 기호와 신호를 체계적으로 부호화하고 해독함으로써 합의된 의미를 교환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의도적이든 아니든간에 ‘메시지가 해석되어 어떤 의미가 있다고 간주될 때 발생한다. 말하는 사람의 옷차림, 목소리, 상대방과 얼마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는지, 듣는 사람의 자세, 얼굴 표정, 대화하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상황(사회적 맥락, 환경, 상호작용의 시간)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감정, 태도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환경과 관계를 맺고 통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비언어적 행동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의사소통으로 간주된다.


문화차이에 대해 이야기할때 물론 언어차이가 가장 두드러지지만 실상 문화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는 언어보다는 비언어 때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말의 내용보다 말을 전달하는 태도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사회적 행위자로서 우리의 감정, 태도, 생각을 드러낼 수 있기에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도 비언어적 소통은 우리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고 그러기에 갈등이 발생한다.


이렇게 비언어적 요소들은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경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다양한 유형을 살펴보고, 각 유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가능성을 검토해 본다.


1. 준언어적 의사소통 (Paralanguage)

준언어는 말의 내용이 아닌 말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의 속도, 높낮이, 억양, 볼륨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예를들어 누군가가 지하철내에서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한다면 이야기 내용과 상관 없이 주변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여 서로 자유롭게 피할 수 없는 공간인 지하철 내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무례하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잘한다’는 말도 상황에 따라 억양을 어떻게 내는가에 따라 칭찬이 될 수 있고 비꼬는 말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못알아듣는 외국어를 들을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시끄럽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내용에 집중할 수 없기에 준언어적 속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크게 말하는 것이 심각한 결례가 되고 소음에 민감한 편인 독일에서 큰 소리로 못알아듣는 외국어를 발화하는 외국인들을 큰소리로 독일어를 발화하는 자국민들보다 불편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더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2. 동작 언어 (Kinesics)

동작 언어는 몸의 움직임이나 자세로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대화 중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잘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예의 바른 제스처로 여겨진다. 반면 독일에서는 이러한 몸짓이 과도하면 오히려 진실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은 침착하고 절제된 몸짓을 선호하며, 손동작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흔하지 않다. 이처럼 대화중의 동작의 정도는 일부 문화에서는 진실한 의사소통, 적극적 의사소통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또 다른 문화에서는 부정적인 신호가 되기도 한다. 대화 상대와 상황에 따라 동작 언어를 적절히 사용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작언어는 문화권마다 다르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상황과 화자에 따라 잘 조절해서 사용해야 한다.


3. 시선 (Oculesics)  

시선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얼마나 오래 응시하는지는 그 사람의 예의 바름과 무례함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를 설명하는 책에 보면, 동양문화,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는 윗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야단을 맞을때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것이 매우 무례한 행위이기에 고개를 숙여 눈을 피해야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상급자가 말하는데 무조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어도 야단을 맞을테니 모든 상황에 맞는 조언은 아니겠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이 독일인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 중에 시선을 맞추지 않고 발만 바라보고 있다면, 이러한 행동은 무례하게 느껴질것이다. 이와 같이 대화에서 얼마나 시선을 맞추는지는 상황과 개인성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독일에서는 대화 중 시선을 맞추는 것이 대개 신뢰와 진지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에 지속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행동은 자신감 부족을 드러내거나 상대방의 의심을 사게 될 수도 있다.


4. 개인간의 거리 (Proxemics)

개인간의 거리, 즉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문화마다 크게 다르다. 출퇴근 시간에 한국 지하철에 사람들이 얼마나 붐비는지에 대해 한국을 방문해보지 못한 독일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다. 물론 독일도 거리나 교통 수단 내부가 붐비는 상황이 있겠지만 타인과 몸을 밀착하고 서로 양보하고 밀어가면서 교통수단에 오르내리는 일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한국은 대체로 독일에 비해 좁은 물리적 거리를 허용하며, 독일은 상대적으로 넓은 개인 공간을 중시한다. 작은 골목길을 지나갈때 한국인들은 충분한 공간이라 생각하고 피하지 않고 걷는데 독일사람들은 서로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이동하지 않는 한국 사람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한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차와 차 사이에 얼마만큼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한가는 운전자의 성향, 운전의 숙련도 등과 관련있지만 도로 시스템, 즉 차선의 넓이와도 관계가 있다. 어떤 운전자는 옆차가 가까이 오면 놀라서 크랙션을 울리면서 위험함을 표현하고 또 다른 운전자는 두 차가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도 충돌하지 않음을 확신하며 편안하게 쌩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거리 역시 문화적, 개인적 성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에 이것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마주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5. 신체적 접촉 (Haptics)

한국에서는 신체적 접촉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진다. 이 역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인사할 때 목례나 악수, 아주 반가우면 두 손을 잡고 기쁨을 표현하는데 그친다. 유럽인들처럼 공공장소에서 진한 포옹을 하거나 볼키스를 주고 받는 경우는 없다. 친밀감이나 존중의 표시로 얼마나 접촉을 하는가는 문화적으로 매우 다를 수 있는데 특히 동성끼리의 접촉의 허용은 문화적으로 상이하게 해석된다. 직장에서 동료와 어느정도 신체접촉이 허용되는가도 민감한 문제이다.

길에서 귀여운 아이를 보았다고 쓰다듬는 것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역시 문화적으로 매우 다르다. 남의 아이에게 손을 대는 행위는 독일에서는 범죄가 될수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어른이,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쓰다듬고 번쩍 들고 안아주고  예쁘다고 칭찬하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도 많이 변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일을 아무렇지도 했다가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6. 냄새 (Olfactics)

냄새가 문화충돌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냄새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충돌을 유발하는 커다란 요소중 하나다. 독일에서 특정 냄새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 문제는 이민자들이나 특정 민족 집단에게 종종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주제다. 특히 요리의 냄새가 이러한 차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일상 생활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들어 이민자들이 집을 구할 때, 특히 인도, 파키스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온 사람들이 향신료가 강한 요리를 자주 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다. 카레, 마늘, 생선 요리 등 강한 냄새를 내는 음식을 자주 만드는 가정은 독일 집주인들이 냄새가 벽에 배어 다른 세입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집을 빌려주지 않거나, 계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지금이야 한국음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김치를 위시하여 여러가지 음식들이 세계에 소개되고 사랑받고 있지만 과거에 독일로 이민 온 한국인들이 겪었던 어려움 중 하나는 된장찌게를 끓이면 안된다거나 독일인들과 주방을 공유하고 사는 경우 김치, 젓갈 같은 발효 식품을 사용한 한국 음식을 먹거나 요리를 할 때 독일인 동료나 이웃들로부터 냄새에 대한 불만을 듣거나 심한 경우 그런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일부 집주인들은 계약서에 특정 음식, 강한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요리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한 음식 냄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때로는 현지인 이웃들이 특정 음식 냄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여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특정 민족 출신 사람들이 독일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일부 직장이나 학교에서 특정 민족이 가져오는 음식의 냄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례가 있다. 직원 휴게실에서의 냄새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거나, 식사 시간에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암묵적인 압박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는 이민자들이 직장 내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표현하는 것을 억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7. 외모, 치장 (Physical Appearance and Artifacts)

한국에서는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 사회적 예의로 여겨지는 반면, 독일에서는 보다 실용적이고 자연스러운 복장을 선호한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직장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 캐주얼한 복장을 해야 할지, 격식을 차려 입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상황은 오페라 극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페라 극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드레스 코드가 존재하며, 오페라가 예술적이고 품격 있는 행사로 여겨지는 만큼 관객들도 이에 맞는 복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턱시도나 어두운 색의 정장을, 여성은 드레스를 입는 것이 관례이며, 특히 유명한 극장이나 첫 공연, 갈라 행사와 같은 중요한 자리일수록 이러한 격식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장소와 행사 성격에 따라 복장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품위 있고 격식을 갖춘 옷차림이 요구된다.


이처럼 복장과 외모에 대한 기준은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타투와 피어싱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지지만,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되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8. 시간개념 (Chronemics)

한국은 다소 유연한 시간 관리 방식을 갖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모임에서는 약간 늦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독일은 시간 엄수를 매우 중시하는 문화이다. 독일에서는 약속에 늦는 것이 매우 무례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시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한데 요즘의 독일철도의 끝도 없는 연착과 지연은 독일의 시스템을 흔들고 있는만큼 심각하다. 이로인해 독일에서 약속에 늦었을 때 기차가 연착되었다는 변명을 하면 모두다 용서해준다는 농담이 생길 정도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언어 체계가 소통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말과 함께 전달되거나 단독으로 발생하는 비언어적 행동은 더 강력하고 중요한 경우가 있다. 말이 따르든 아니든 우리는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촉각적 등 다양한 감각 채널을 통해 비언어적 정보를 송신하고 수신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때로 언어적 소통보다 더 강렬한 의사소통 수단인 비언어 소통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는 해외 생활을 원활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 글은 독일 교포신문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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