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야의 서울 프라이드 퍼레이드 참여기
핀야 (Finja Lautner)는 쾰른 출신으로, 한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성소수자(LGBTQ+)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그녀에게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닌, 자긍심을 높이고 서로를 지지하는 중요한 행사다. “독일에서는 16살 생일 이후 매년 쾰른 프라이드에 참여했어요. 한국에서도 공동체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서 참가 했는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서울에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날, 핀야는 설렘과 불안감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무엇을 입어야 할지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독일에서는 퍼레이드에 참여할 때 좀 더 자유롭고 대담한 의상을 입곤 했는데,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시선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평소보다 조금 더 보수적인 복장을 하고 햇살이 강할것을 대비해서 재킷도 챙겼어요.” 핀야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는데, 그 순간에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사장에 도착한 핀야는 친한 친구를 만나 함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놀랐던 건, 행사가 생각보다 훨씬 작은 공간에서 열리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쾰른의 대규모 퍼레이드를 상상했던 저로서는 약간 의아했죠. 그러나 작은 규모이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광경은 그 자체로 강렬했어요.”
행사의 분위기는 활기차고 열정적이었지만, 동시에 무겁기도 했다. 그 이유는 바로 퍼레이드를 둘러싼 강렬한 반대 시위 때문이었다. “퍼레이드 동안 우리는 반대 시위대를 여러 번 마주쳤어요. 그들의 팻말과 구호는 정말 공격적이고 불편했어요.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다독이며 손을 맞잡고 계속 걸었습니다.” 핀야는 이 순간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면서 살고 있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쾰른에서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그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녀에게 서울 프라이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진정한 저항의 장이자 연대의 자리였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그리고 내가 속한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요. 정말 감동적이었고, 동시에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용기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마리나의 사찰 음식 체험
마리나(Marina Bereznoj)는 비건으로 살아가며, 음식과 관련된 문화적 경험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에 조금 걱정했어요. 한국의 전통 요리는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비건인 제가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인사동의 한 골목길에서 발견한 ‘산촌’이라는 사찰 음식 전문점은 그 우려를 완전히 없애기에 충분했다.
“산촌에 처음 들어섰을 때, 번잡한 서울 속에서 조용한 안식처를 찾은 기분이었어요. 식당 내부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식물들로 가득했죠. 식당 직원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처음 사찰 음식을 접하는 우리에게 모든 과정을 설명해 주었어요.” 그녀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렀다. “식사 전에 작은 분수에서 손을 씻어야 했는데, 이는 정화와 마음챙김의 의미가 담겨 있었어요. 손을 씻으면서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미리 느껴보는 전통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마리나는 사찰 음식의 깊이 있는 철학에 감동받았다. “모든 재료가 식물성인 것은 물론이고, 하나하나의 요리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정신을 담고 있었어요. 산나물, 제철 채소, 그리고 야생 허브들이 어우러져 미묘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을 냈어요. 각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남은 밥에 차를 부어 먹는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서빙하시는 분이 밥에 차를 부어 마지막 한 입을 즐기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어요. 하지만 그 전통이 너무 재밌어서 한 번 해봤죠. 다들 조금씩 차를 부었는데, 한 친구는 거의 밥을 차에 푹 말아 버려서 모두 웃음이 터졌어요.”
산촌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맛있는 식사를 넘어, 자연을 존중하며 사는 삶의 방식을 엿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배경으로 흐르는 부드러운 피아노 음악과 함께, 우리는 잠시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 순간은 정말 마법 같았죠.”
노에미의 나전칠기 체험
프랑스 출신의 노에미(Noémie George)는 한국에서 공예에 대해 배우며, 전통 공예 나전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서울공예박물관에 갔을 때 처음 나전칠기를 보았어요. 빛나는 조개껍데기가 빛을 반사하며 다양한 색을 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나전칠기의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문양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전칠기는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예술이다. “박물관에서 나전칠기의 제작 과정을 설명해 주었는데, 정말 엄청난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더라고요. 수백 번의 칠을 덧바르고, 조개껍데기를 하나하나 얇게 잘라 정교하게 붙여야 해요. 그러고 나서 또 다시 칠을 입혀야 하니, 얼마나 힘든 작업일지 상상이 안가죠.”
노에미는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워크숍에 참여해, 직접 나전칠기를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작은 손거울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조개껍데기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저는 토끼와 밤하늘을 디자인했는데, 작은 거울 하나 만드는데도 한 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전통 장인들이 이런 섬세한 작업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했을지 상상하면 경이로울 따름이에요.”
그녀는 워크숍을 통해 나전칠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몸소 느꼈다. “단순히 빛을 반사하는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상징성도 흥미로웠어요. 학은 장수를, 모란은 부귀영화를, 용은 힘과 보호를 의미하죠. 이런 상징들을 알고 나니, 나전칠기의 화려함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밍의 한국 생활 적응기와 독일어 교사 체험
독일의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는 밍(Minh Duc Cao)은 한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정말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어요. 특히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기대가 컸죠. 평소에도 한국 음식을 좋아했지만, 여기서 직접 맛보니 전혀 다른 차원이었어요!”
밍은 용인의 단국대학교에 머물며,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처음엔 한국어 공부가 쉽지 않았어요. 한국어의 복잡한 문법과 존댓말 체계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이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장시간 지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그들처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한국 학생들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 체험이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밍은 열심히 학교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단국대학교의 글로벌 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어요. 한국 학생들이 독일어를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서로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졌고 지금은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됐어요.”
그는 또한 한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주, 부산, 그리고 제주도까지 다녀왔어요. 특히 제주도는 자연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잊을 수가 없어요. 독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용암동굴과 검은 모래 해변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해변에서 친구들과 바비큐를 하며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정말 소중했어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밍은 한국이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멋진 나라임을 강조하며 교환학생 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함과 배려심을 느꼈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법도 배웠어요.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제 삶에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네 명의 독일 대학생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서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안겨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한국과 독일 간의 문화 교류가 얼마나 풍성하고 의미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작은 다리를 놓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끊임없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소중한 경험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