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웹툰 번역 전시회를 시작하며
지난 11월 25일부터 보훔대학교에서 열린 웹툰 번역 전시회는 한국어 교육과 문화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 전시는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이 제공한 제주 웹툰 콘텐츠를 바탕으로 진행된 수업의 결실로, 약 한 학기 동안의 치밀한 번역 및 준비 과정을 거쳐 마침내 문을 열게 되었다. 이 전시는 겨울 학기 내내 이어져 2월 학기 말까지 대학 내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번 웹툰 번역 수업은 매년 개설되는 ‘대중매체와 한국어’ 강의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지만, 제주 웹툰 캠퍼스 작가들의 미발표 작품을 번역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한국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단순히 언어적 지식의 습득을 넘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회화적 표현을 문학적 맥락 속에서 탐구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해석과 표현에 도전하게 했다. 특히 동적 표현과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한 접근은 학생들이 한국어와 독일어라는 두 언어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언어 학습 이상의 가치를 제공했으며, 번역이라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했다.
언어와 문화의 다리 놓기: 전시의 의미와 반응
전시는 시작부터 학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초기 전시장 설치 단계에서부터 지나가던 학생들은 웹툰의 내용뿐 아니라 번역 과정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높은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동아시아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에 직접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번역한 작품이 대형 웹툰 포스터로 전시된 모습을 보며 자부심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감격스러운 표정을 마주하는 순간, 교사로서의 보람과 감동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번역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언어를 도구 삼아 창작과 문화 교류의 중심에 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강렬한 동기를 부여했으며, 언어와 문화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21세기 언어 교육의 방향성: 깨달음과 다짐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역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21세기의 언어 교육은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익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학생들이 배운 언어를 실질적으로 사용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다언어 사회와 AI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이론적 접근만으로는 언어 습득에 한계가 있으며, 언어를 ‘살아있는 도구’로 체험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학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한국어를 매개로 다양한 창의적 활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독일 및 유럽권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관심을 실제 학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수업 설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열정은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데 큰 영감이 되었으며,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감사의 마음
이번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과 조교진(알렉산드라 디크만, 율리아 자쿨스키)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웹툰 번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함께 노력해 준 학생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전시회가 언어와 문화를 연결하는 하나의 작은 다리가 되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