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중독 벗어나기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작심 이틀을 잘 보내 놓고 삼일 째 다 무너질 줄은... 음... (알)몰(았)랐다. 망했다. 앞으로의 글은 내 망함에 대한 강력한 항변이면서 속풀이이다. 화력이 너무 세서 글이 매끄럽지 못할 터라 부끄러운 업데이트가 되겠지만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수면 위에 드러나는 대사건인지라 기록에 의미를 두고 그 쪽팔림을 참아내리라.
핸드폰과 거리를 잘 두면서 꼭 필요한 일 외에 거의 손대지 않은 3일째 대학에서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행정 관리자가 내 이름을 보고 독일인이 아니니 세관 규칙을 몰라 실수했을 것이라는 전재하에 인신공격을 했다. 대학 내의 직원들이 교육기관 종사자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유연하고 오픈되어 있고 인텔리일 것이라는 희망을 와장창 깨는 사건들은 종종 일어나는데 이 사건도 그런 종류의 인종차별 문제였다.
학과에서 한국에서 주문한 커다란 소포에 내 이름이 대표로 쓰여 있었고 대학 세관에서 근무하는 아무개 씨가 한국에서 온 소포가 한국 직원에게 왔으니 개인적인 물건이라 생각하고 내게 이런 이메일을 날렸다-당신은 대학을 통해 개인적인 물건을 주문했고 이런 일에 대학 세관을 통해서 대학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기막혔다. 어떤 찐따가 개인 물건을 무시무시한 독일 대학 행정실을 통해 주문하고 받게 해서 세금을 물게 하겠는가... 기막히고 억울했다. 분노의 답장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웠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변명같이 들리는 내 답장도 싫거니와 나를 상식 없는 사람 취급한 행정직원의 비열함에 분노가 치밀어서 스트레스가 팍팍 쌓였다. 이때 나는 알았다. 오늘은 망한 날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이 분노는 나를 소셜미디어의 굴레로 자연스레 이끌었다. 그날 저녁, 우리 과의 남자동료에게 메일 처리를 간곡하게 부탁하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해 달라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웠다. 하루종일 이 메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민하고 분노하느라 산책도, 운동도, 아무것도 못했다. 나의 갱년기에 불을 댕긴 이 사건에 대한 분노를 지울 수가 없었다... 잘됐다! 이김에 그동안 못 보고 아껴두었던 (?) 닥터 차정숙도 몰아보고, 손석구가 염미정! 하고 부르는 것과 '한 시간 안에 살 빼고 나와!' 하는 짤도 보고 또 봤다. 나의 빡침을 어찌 알았는지 그날따라 유튜브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짤을 끊임없이 던져주었고 나는 끊임없이 스크롤하면서 웃고 뒤돌아 돕고 웃도 뒤돌아 눕기를 팬케이크 뒤집 듯이 수십 번 하면서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유튜브로 끝장내면서 잠들었다.
다음날. 나의 문제처리를 부탁한 남자직원에게 그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물었다. 자기가 답장해서 잘 넘어갔으니 걱정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전에 하도 다른 외국인 교수들이 사적인 택배를 대학으로 많이 받아 그런 경험을 많이 했던 행정 직원이 니 이름을 보고 너도 외국인이니 그런 실수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메일을 보낸 것 같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가 화가 다시 아니 더 세게 머리끝까지 돌돌 말아 올랐다. 그렇다면 이것은 명백히 인종차별이 아닌가. 외국인들은 꼭 실수를 하고 다른 외국인이 실수했으니 한국이름을 가진 직원은 그 같은 일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나를 그 따위로 공격한 것 아닌가.... 나를 가엾이 여긴 동료 직원의 진심 어린(?) 위로가 나를 더 빡치게 했다. 집에 와서 미친 듯이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고 대학 내 인종차별 신고 센터에 가서 신고를 하네 마네 목소리를 높이고 한바탕 잘못 없는 남편에게 "너희 독일인들은...!!!"을 퍼부었다. 남편은 이런 일에 익숙하다. 내가 밖에서 차별이나 멸시를 당하고 오면 남편은 그날 독 안에 든 쥐다.
이 2차 가해가 나를 소셜미디어의 세계로 또다시 풍덩 밀어 넣었다. 그날 저녁 아니나 다를까 임윤찬의 뉴욕필하모니 연주 유튜브를 장장 두 시간에 걸쳐서 시청하며 - 그냥 시청이 아닌 아주 진액만 뽑아 놓은 짤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클릭하며 가장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댓글 달린 것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면만 장장 두 시간을 보았다. 정말 징하고 장대하게 나의 결심을 말아먹은 것이다. 징.하.게...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나니 이성이 살살 돌아왔다. 소셜미디어 중독에 다시 불을 활활 지핀 나의 스트레스의 원천은 남에게 받은 상처였다. 남들을 유난히 존중하는 (?) 나는 남에게 무시받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이렇게 지랄 발광을 한다. 이것도 못된 성격인데... 남에게 잘해주면서 남도 나를 이렇게 존중해 주길 기대하다가 조금이라도 기대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면 깨지고 부서지고 스스로 영혼을 갉아먹다가 결국 소셜미디어에 코를 박고 현실을 도피한다.
몸이 피곤할 때도 그렇고 정신이 피곤할 때도 그렇고... 그래서 궤도를 훅하고 벗어났다. 유리멘탈. 이것이 문제였다. 나의 중독은 또 다른 문제(외국에 살아서 키워진 문제)인 유리멘탈과 연결되어 있다. 반백살이 되니 인성문제가 오히려 두드려 진다. 착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래서 위대하고 소박한 결심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한다. 유리멘탈 잘 다스리기…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