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자가 바쁠 때

바쁘면 덜할 줄 알았다…

by 문맹

한 주 내내 빠듯하게 써서 내야 하는 글이 있어서 중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 기간에는 바쁘니까 좀 덜 보겠지, 좀 덜 확인하겠지… 좀 덜 한 것은 맞다 (미친 듯이 써 내려가야 하고 쓴 내용을 확인에 확인을 거쳐야 했기에 불안해하며 문자를 확인하거나 메일을 열어보는 일은 확실히 덜 했다).


하루 종일 너무 고생했으니 이 정도 보상은 해야지 하며 밤마다 누워서 정치쇼도 보고 차정숙 마지막 회도 보고 분석비디오까지 깨알같이 시청한 것은 그간의 중독증상과 일치하기에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중독 탈피를 위한 산책은 꾸준히 한다…


그런데 이상한 행동이 추가되었다. 유튜브, 인스타 등에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단물 다 빨아 재미가 사라진 후에도 끊임없이 스크롤해 가며 화면을 아래로 아래로 잡아 내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아주 여러 번.


이것은 또 무엇인가. 하루종일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TV 앞에 멍하게 앉아 저녁 한나절을 다 보내는 것과 다른 행동이었다. 흥미도 없고 볼 생각도 없는 유튜브와 인스타의 화면을 수 분간 스크롤하고 있는 내 모습은 마치 마약 중독자가 약을 구할 수 없을 때 불안해하는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고 생각한 순간 소름이 끼쳤다.


집중력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지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은 시청하기 싫고 그저 생각 없이 웃고 즐기는 것이 보고 싶은데 그런 것이 피드에 빨리빨리 나오지 않으니 좀비처럼 스크롤하고 있는 한심한 나.


정말 줄여야겠다. 소셜미디어를 보고 싶어 보는 것이 아니라 볼 것이 없는데도 핸드폰을 손에서 못 놓고 더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가엾다. 누가 만들었는지 (작고하신 스티브 잡스 선생님이신가) 이넘의 스마트폰은 나를 위시한 많은 사람의 인생을 골로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 덜 하겠다 다짐해야 하는데 나의 얄팍한 의지를 너무 잘 알기에 그렇게 못쓰고 망설이고 있다. 그러면 전략 변경 - 에너지가 바닥일 때 좀비 스크롤을 할 것이 아니라 핸드폰을 손에서 못 놓겠으면 글을

쓰자!


담배를 단번에 못 끊겠으면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것처럼, 핸드폰을 잡으면 다른 일을 해 보는 거다!

저품격 다작 작가로 기록을 세우게 되지 싶다.

화이팅 중독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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