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독도 있는가

불행중독

by 문맹

언젠가 사촌 동생이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의 불행의 총량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큰 걱정이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를 작은 걱정이 들어와 크게 꽉 채운다고 했다. 이 말에 대해 나도 크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꿀 같은 휴가 중 “불행중독“이라는 책을 읽었다. 굳이 이런 책을 휴가 중에 읽은 이유는 비워야 하는 마음의 스트레스가 잘 다스려지지 않아서였다. 빨리 털어버리고 휴가를 잘 보내고 싶은데 자꾸 떠오르는 불행의 잔상이 나를 괴롭혀서 빨리 벗어나고파 책을 읽었다. 잘 쓰인 책으로 꽤 두꺼운 듯한데 (한국어 책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어서 물리적 두께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아쉽다. 페이지 수로만 알 수 있는 두께… 전자책으로는 아쉽게도 손으로 한아름 꽉 잡고 읽어야 하는 벽돌책의 육중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이런, 몇 년 전만 해도 덕국에서 한국어 책 구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전자책으로라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어딘데 또! 불만을 하는가, 얄팍한 인간 같으니) 이렇게 길게 쓸 필요는 없지 싶다.


사람이 가지는 적절한 불행과 불필요한 불행을 구분해야 하는데 경험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고통스럽다면 불필요한 불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그러한 불행은 스스로 유발한 불행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사실 법정스님, 즉문즉답 해주시는 법륜스님 등이 해주시는 훌륭한 강의에도 자주 등장하는 가르침이라 새롭지는 않았으나 나름 그 치유 과정을 분석적으로 다룬 것이 반갑다.


불행이 느껴질 때 (그것이 불안이든 실망이든 슬픔이든 분노 든 간에) 이것이 배경감정처럼 계속 내 안에 머무르는가, 이 불행이 느껴지는 패턴은 어떠한가, 혹시 내가 너무 행복할 때 그것이 믿기지 않아 오히려 익숙한 불행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불행에 대해 감정 패턴을 지각하고 깨우쳐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이 갔다. 그런데 작가는 행복해졌을 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도 한다. 행복해졌을 때 다시 불행이 찾아올 수 있음을 각인하고 있으라 하는 부분은 처음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행복할 때 행복하면 되지 뭘 불행이 나올 것을 대비하고 있으라 하나… 이 말은 매우 불편했고 이단종교 교리처럼 들려서 콧웃음이 나왔었는데 곱씹어 생각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무방비 상태에서 감정에 공격을 받아 와르르 무너질 때의 괴로움은 매우 크다. 그러니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 항상 각오하고 있으면 진짜 그러한 상황이 왔을 때 충격을 줄일 수가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이 올 때는 제대로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책에서 말하듯이 불행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기보다는 인생이 그저 편할 수만은 없고 행복은 마냥 기쁘고 즐거운 일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 내게는 더 맞다.


마냥 기쁘고 즐거운 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쾌락에 중심을 맞추기보다 내면의 단단함에 중심을 맞추는 삶을행복의 중심에 두어야겠다. 그동안 일에 치여 등한시하던 건강을 살피고 내가 바라는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것에 맞게 삶의 방향을 조절하면서 살아야겠다.

그것의 첫 번째 실천으로 아침에 들어온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기적인 결정이 아닌 나를

위한 결정은 단단한 나를 만들고 불행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아 행복해지기

힘들다. 이래서 불행이 중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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