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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Jul 16. 2023

독일 학생들의 한국 소프트 파워에 대한 생각

문화와 문화사이

일러스트레이션: 율리아 (Julia Götting)


작금의 변화무쌍한 시대에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거나 반대로 벽이 세워지는 가운데,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졌다. 본 연재에서는 행동, 사고방식, 가치관, 태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한국과 독일의 문화를 실질적으로 탐구해 보기 위해 두 나라의 문화에 대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소개할 것이다. 이 주관적인 의미들은 개인의 각인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역사적, 문화적 규범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한국어, 한국 문화, 역사에 대해 배우고 있는 독일 학생들 또는 독일과 한국에서 상호문화를 심도 있게 경험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상호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문화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 인식을 조명하고, 그들의 시각으로 대중문화 현상을 관찰하며 일반 및 비즈니스 예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한독 문화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2023년 7월 독일 교포신문 기고문)


독일 학생들의 한국 소프트 파워에 대한 생각

소프트 파워란 전통적으로 국력의 근간이 되었던 군사력, 경제력, 자원 등이 아닌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외교적 자산을 통해 다른 나라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교육, 학문, 언어, 예술, 과학 기술 등의 분야가 소프트파워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으며 문화의 교류 및 전파, 교육, 외교 정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하도록 만들어 다른 문화를 움직이는 힘이다. 독일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하는 다섯 명의 학생들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서양권, 특히 독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펼쳤다.


토론 참석 학생 소개

엠버 (Amber Öztamur): 동아시아 정치 경제학과 석사생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어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다재다능함과 따뜻한 정에 매료되었고 미래에 한국문화와 언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알리샤 (Alicia Tubessing, 24): 외국어 센터에서 인턴십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외국어 습득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하게 되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율리아 (Julia Götting, 22):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를 전공하고 있고 동아시아권의 역사, 사회구조, 음식 문화에 관심이 많다. 어려서부터 다른 문화에 많이 노출되면서 언어를 공부를 좋아하게 되었고 2018년 한국을 여행 중 정말 친절한 한국인을 만나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을 계기로 한국 문화와 언어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니퍼 (Jennifer Koepsel, 23): 2016년부터 케이팝을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다가 대학에서 동아시아 정치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다.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동아시아 내에서의 역동적인 역할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현재는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마렌 (Maren Trümper, 25): 처음에는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었으나 한국학을 이중 전공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을 듣고 노래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엠버: 과거에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분단국가로 알려졌었으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국제적 성공으로 독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은 이제 세련되고 긍정적이며 현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되어 가고 있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방탄소년단' 등의 케이팝과, '기생충', '헬바운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영화 및 드라마의 성공은 한국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대표하는 '한류'는 한국을 보다 개방적인 나라로 발전되게 했을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문화 발전에도 공헌했다고 생각합니다.


율리아:  한류라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한국은 이제 국제적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형성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투사하여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세계인의 마음을 얻었기에 한국이 원하는 일에 국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을 마련했습니다.  


엠버: 맞습니다. "Made in Korea"는 이제 고품질과 혁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한국 대중음악, 비디오 게임, TV 드라마, 패션,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문화 상품을 수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류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한국 중소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도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해외 고객들을 공략하여 판로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에서 2021년 1년 사이만 해도 한국의 콘텐츠 수출액은 119억에서 124억 5000만 건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제니퍼: 한류는 비문화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 현대와 같은 한국 기업은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다른 인기 케이팝 아티스트 들과 협력하여 "Made in Korea"의 긍정적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강화했습니다. 해외의 다국적 기업들도 한국의 우수성을 마케팅 전략에 적극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김태형과 블랙핑크의 리사는 최근 LVMH가 소유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셀린느의 파리 행사에 초대되었고 방탄소년단 지민은 미국 고급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한류 팬층을 타깃으로 하는 이러한 협업은 자사의 브랜드와 매력적인 한국 문화를 연결하여 판매를 촉진시킵니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착용하고 사용함으로써 한국 아티스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고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애플 브랜드의 광팬이었던 제 친구는 방탄소년단이 삼성 핸드폰을 홍보하자 지체 없이 핸드폰을  삼성으로 바꾸었습니다.


앰버: 한국의 피부관리 브랜드 역시 틱톡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들의 부지런한 홍보로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미녀‘라는 브랜드는 한국의 현대적 뷰티산업과 전통 문양 포장을 함께 담아내어 인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브랜드는 그 국제적 성공에 비해 한국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데 아마도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주로 해외 고객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니퍼: 그것과 비슷하게, 외국 기업들은 마케팅 목적으로 ‘코리아‘라는 말을 자사의 제품에 넣어 더 넓은 고객층에 어필하려 합니다. "한국"이라는 긍정적인 브랜드의 막대한 가치를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마케팅 전략에 사용하는 것이지요. 한국과 전혀 관련 없는 제품을 "한국" 또는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제 "Made in Korea"라는 말은 기술이나 자동차 분야에서의 "Made in Germany"처럼 엔터테인먼트, 식품 및 뷰티 산업에서 당당하게 새로운 품질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알리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냉동 음식을 만드는 프로스타 (Frosta)는 실제로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메뉴를 '한국식 쌀밥'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여 고객들의 원성을 들었습니다. 프로스타 측은 그 메뉴가 한국 요리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이었고 한국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를 쉽게 얻을 수 없기에 그러한 메뉴를 출시했다는 얄팍한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일화는 전 세계가 한국의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코리아라는 이름을 쓰는 마케팅 전략이 기업에 큰 이익이 된다는 증거입니다.


마렌: 슈퍼마켓 체인인 "Kaufland"도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마케팅 전략에 사용했습니다. 카우프란드는  JXENM이라는 이름의 케이팝 걸그룹의 노래를 사용하여 광고음악을 만들어 젊은 층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카우프란드의 'K'와 K-Pop의 연결고리를 사용한 경쾌한 곡으로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우프란드에는 한국 제품이 전혀 없습니다. 카우프란드가 케이팝의 인기를 활용하여 한국의 브랜드 이름으로 자사를 홍보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한국 제품을 실제로 판매하면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한국 상품도 없이 한국노래로 자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홍보는 그들의 상업적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기에 한국문화의 팬으로서 불쾌합니다.


알리샤: 이러한 한국 이미지와 관련되어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한국의 이미지를 틀에 가두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젊은이들은 케이팝 아이돌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아시아인을 숭배하거나 자신의 파트너는 꼭 아시아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애정의 표시로 아시아인처럼 보이거나 한국계로 보이는 사람들을 거리에서 무작위로 포옹합니다. 이런 몰염치한 행동이 한 때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했었는데 이러한 행동들은 케이팝 팬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한국어를 부분적으로만 배워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보입니다.  예를 들어 형, 언니, 선배님과 같은 용어를 잘못된 맥락에서 남발해서 사용합니다.  한국인을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거나 화장이나 시술을 통해 아시아인으로 보이기 위해 잘못된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인종 차별적 측면으로 귀결되는데 한국과 케이팝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발생합니다. 이런 소수의 무분별한 사람들로 인하여 진심으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비웃음을 사고 있어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케이팝 팬이며 한국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조차 가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아마도 저런 사람들의 극단적인 행동에서 기인한 폐해일 것입니다.


제니퍼: 한국은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생각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 역사에 뿌리를 둔 재료나 디자인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한국 문화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이거나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과 혁신성을 강조함으로써 생산 공정에서도 그 명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제품은 좋은 품질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기에 가격에 민감한 서구 소비자들에게 탁월한 선택입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잘 갖춰진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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