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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맹 Oct 21. 2023

독일학생의 눈으로 본 한국과 독일의 카페문화

다름 속의 같음

이 글은 독일 교포신문 10월 기고문 입니다.


한국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카페산업의 발전이 붐을 이루어 카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그 컨셉의 다양함도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먼저 한국에는 있고 독일에는 없는 카페 중의 하나로 애견 카페가 있는데 이는 자신의 애견을 동반하여 카페를 방문해서 주인은 커피를 마시고 애견은 운동장처럼 커다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디자인된 곳이다. 독일에서는 카페에 개를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공원 곳곳에 개들이 뛰어놀 수 있는 지정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에 따로 애견카페라고 불리는 곳도 없고 카페 내부에 개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있지도 않다. 한국의 애견 카페에서는 사람들뿐 아니라 개들도 사교모임을 하는데 삼삼오오 모여서 놀기도 하고 견주들끼리도 서로의 애완견들이 노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함께 놀아주면서 서로 친목을 도모하게 된다. 이러한 테마카페는 단순하게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즐기는 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취향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된다. 애견 카페 외에도 고양이, 앵무새, 양, 토끼, 미어캣, 라쿤 등 이색적인 동물과 함께 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동물테마카페들이 있고 이러한 카페에서는 귀여운 동물들을 구경하거나 교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카페의 디자인까지도 동물의 주제와 어우러져 가구 및 인테리어까지 이색적으로 갖추어져 있기에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한옥을 개조하여 전통의 멋을 잘  반영하여 설계한 전통한식카페가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한식카페는 커피나 차와 함께 더불어 디저트마저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전통 다과나 떡 등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뿐인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트렌디한 가구들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힙스터 카페, 책과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북카페 등 한국은 지금 카페문화의 르네상스시대를 맞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카공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사람들은 자주 카페를 찾고 있으며 카페를 단순하게 커피를 마시는 공간 이상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카페 운영자들은 여러모로 카페의 다양화 및 특수화를 추구하는 데에 열을 올린다.


다양화된 한국의 카페문화에 비해 독일은 아직 몇몇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카페의 모습과 기능을 고수하고 있는데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온라인 편집자로 일하면서 한국정치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기간을 보내고 있는 사라 아담 (Sarah Adam)에게 양국의 카페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사라 아담입니다. 이전에도 한국 및 동남아 여러 곳을 방문해 보았고 현재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한국의 카페 문화와 아늑하고 포근한 독일의 카페문화 차이의 매력에 대해서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서울의 카페들은 북적거리는 시내의 중심부에 있든 서울 어귀 고요한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든 간에 전통, 혁신, 그리고 사회적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카페는 제3의 장소 (the third place)에 해당하는데요, ‘제3의 장소’란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 (Ray Oldenburg)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올덴버그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을 ‘제1의 장소,’ 직장을 ‘제2의 장소’로 명명하였고 집과 직장을 제외한 장소 중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저렴하거나 무료이어서 편안하고 환영받는 장소로서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공간을 제3의 장소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3의 장소는 제1 장소인 집과 제2의 장소인 직장을 제외한 장소이면서 지역사회를 연결시키고 새로운 상호작용을 창조하는 카페, 바, 도서관 공원 등의 장소를 말하는 것이지요. 카페문화의 형성은 제3의 장소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그것에 각 나라의 특성이 더해져 독특한 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즉 경험의 시대가 도래되면서 카페는 각 나라의 사회적 문맥을 반영하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독일의 오랜 카페 전통
오랜동안 독일의 카페 문화는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왔습니다. 한때 독일에서 카페는 예술가, 작가, 철학자, 사상가들이 만나 토론을 벌이는 장으로 그들의 지적 중심지 역할을 했었습니다. 소위 카페 하우스 문화 (Kaffeehauskultur)라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지요. 몇몇의 전통 카페들은 오늘날까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서 독일 역사에서 정치 및 문화 운동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독일의 카페는 이와 많이 다르지 않게 여전히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면서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지식인들의 지적 중심지라기보다 모두를 위한 장소로 변모한 것이겠습니다. 이제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모여 다양한 커피나 음료, 알록달록하고 군침을 쏟게 하는 패스트리를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일 카페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 가끔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독일의 카페 분위기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의 미학과 이야기가 공유되는 공간으로서 우리에게 편안함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Photo credit: CaféFäulein

한국 카페의 현대적 융합
한국의 카페 문화는 독일에 비해 짧습니다. 1900년대 초 한반도에 "다방"이 출현한 후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다방이라는 명칭보다는 카페라고 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카페문화는 젊은 세대들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르고자 하는 열망과 결합되어 주목할 만한 속도로 진화하여 눈부신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현대적인 아름다움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가득 찬 한국의 카페 공간은 단순한 다과와 간식을 즐기는 장소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대도시와 그 너머의 활기찬 공간에서 카페는 예술적 표현과 개인적 정체성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변모되었습니다. 기술의 융합, 테마 인테리어, 그리고 시각적 매력을 강조하는 한국의 카페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아닌 집중적으로 업무도 보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빠르게 변모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도시화를 반영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문화에서 사랑받는 커피의 종류

독일에서 사랑받는 커피는 전통적 기술인 필터커피 (Filterkaffee)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모카 또는 프렌치 프레스와 같이 커피의 고유한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커피들입니다. 이러한 커피를 마실 때에는 교향곡을 감상하는 것처럼, 커피는 삶의 기쁨이라는 독일 철학에 맞추어 서두르지 않고 음미하면 됩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등에서 출시된 다양한 단맛이 나는 커피, 혹은 전통적인 달고나와 함께 만들어진 커피 등 디저트에서 영감을 얻은 재료를 사용해서 달달하게 만든 커피들도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이러한 커피들은 시각적으로도 매우 인상적이고 탐닉적 경험을 지향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구미에 잘 맞기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큐레이션 하는 예술의 한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문화적 넥서스로서의 카페
카페는 단순한 커피의 소비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함께 진화하고자 하는 열망을 구현해 냅니다. 먼저 독일의 카페는 세대를 초월하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커뮤니티의 앵커 역할을 합니다.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로서의 시간을 가치 있게 여기게끔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카페 안에 들어가면 아늑한 안식처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는 보통  나무로 된 따뜻한 인테리어, 푹신한 좌석, 서두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천천히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며 당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전통과 친근함, 따뜻함과 아늑함을 담아내는 'Gemütlichkeit'의 정서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카페는 변화하는 문화의 전통과 혁신을 상징하고, 이는 성공의 가도를 걷는 K-팝의 정서도 반영하며, 한 세대의 자기표현과 공유경험 대한 열정이 드러납니다. 한국의 카페는 예술의 표현이며 종종 카페 주인의 개성을 생생하게 드러낸 캔버스와 같습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창의적인 메뉴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트렌드를 잘 반영하기 때문에 어느 카페에 가든 간에 독특한 예술작품을 방문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상이한 한국과 독일의 카페에서 저는 각각  현대적인 것과 고전적인 것, 역동적임과 아늑함이라는 상반된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느낍니다. 혁신과 개성을 추구하는 한국카페와 전통과 소속감을 구현하고자 하는 독일 카페. 두 나라의 카페를 자주 방문하면서 세세한 문화적 차이를 탐구하면서 사람들은 특별하게 디자인 된 공간에서 영감을 받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고리를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가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사회적 심장입니다. 커다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독일의 카페문화의 서사에는 모두 연결, 창의성, 소속감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가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카페 문화는 진화하는 카페인 음료와 인간의 동지애에 대한 탐색과 함께 인류의 본질 자체를 반영하는 복잡한 모자이크입니다.


삽화작가: 루이콜만 (Lui Kohlmann, 1995)

루이 콜만은 브래멘 대학에서 미술학위를 마친 후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중이며 현재 한국학 학사를 취득중이다. (https://lui-kohlman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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