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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05. 2016

우리에겐 동행이 필요하다

로스아르코스에서 로그로냐까지, 9/3

까미노를 시작하기 전엔,  이 길은 혼자서 사색하며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론 지루할 때도 있지만, 걷는 중엔 음악도 듣지 않기로 룰을 정했고, 지도와 마을 정보를 보거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거 외엔 스마트폰으로 다른 서핑조차 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10km를 넘는 들판을 걸을때 동행이 함께 걷는 모습을 볼때면 외로움에 빠지기도 한다.

아침5:30부터 걷기 시작해 산솔에 도착했는데, 어둔 골목에서 앞서 가시는 분들이 우리말을 하는 걸 듣고는 인사를 드렸다. 한분은 은퇴하신 은행가였고, 한분은 칠순의 카톨릭 사제였다.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오늘 머물곳이 같아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조카분이 나와 같은 작장에 계셨던 분이라 공통점을 찾아가며 8시간을 함께 걸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35도가 넘은 기온에 중간에 마을도 없는 길을  10km를 두번이나 걸어야해서 지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때론 직장을 주제로, 때론 종교나 까미노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걸음을 채워나가며 뜨거운 태양 빛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 35도가 넘는 길이지만, 동행이 있다는 건 더위와 외로움을 이길 큰 힘이 되었다.

게다가 쉬어가는 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목적지인  로시로뇨에선 중국 식당에서 입에 맞는 요리를  한상 가득 대접해 주셨다. 삭사를 하며 내일 목적지를 맞춰보니 걷는 거리가 달라 아마도 이후엔 다시 뵙기 어려울 것 같았다. 아쉽고 또 두번이나 식사를 얻어먹어 죄송한 마음에 커피와 내일 간식을 사서 담아드리고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점 하나 만으로 동행을 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이 여기 까미노이다. 그리고 동행이 있을때 어려움이 있더라도 길을 걸어갈 힘을 얻게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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