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블루
5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를 걷고 나서, 비슷한 시기에 걸었던 사람 5~6명이 동대문의 한 중국집에서 모여 무엇을 느꼈는지,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서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그 험한 길을 꿋꿋이 걸어낸 한 분이 던진 말은 "내가 미쳤죠. 그길을 걷다니 이 생각하면서 걸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어서일까? 특별히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던가, 아니면 생의 전환을 위한 결단을 하겠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냥 5년 전 걸었던 그 길이 다시 걷고 싶어졌다.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내에게 같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고 제안 아닌 제안을 한다. "갈 거면 혼자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혼자 다녀오라"고 허락받았다고 좋아하며, 포르투로 가는 내년 5월말 항공권을 예약했다. 내년 5월이면 2주 정도는 어떻게든 휴가를 낼 수 있을테니, 240km의 포르투갈길을 걷고, 바르셀로나를 들려 가우디의 건축을 보고 올 궁리를 한다.
아직 한참 남아서 과연 갈 수 있을지, 코로나때문에 괜히 항공권 값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 이런 저런 걱정도 있지만, 최소한 몇개월은 그 길을 걷는다는 설렘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