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20년 중에서 후반 10년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했다. 임직원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실제 강사를 섭외하여 운영했으며, 팀원의 직무 역량을 높이는 경력 관리 프로그램을 짰다. 교육 이전에는 IT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10년을 일했다. 학부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었다. 전임자의 퇴직으로 공석인 교육 업무에 자원한 것은, 무의식적으로 나의 소명을 따른 것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교육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그냥 부딪쳐 배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팀원들이 모르고 있던 무언가를 익혀서 발전하기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물론, 의사 결정을 맡으신 상사와 임원들께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사내의 교육 업무 전문가들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고, 나 자신이 고민하면서 나름대로의 내 프로세스를 새로 만들어 갔다. 내가 알려주거나 가르친 것은 모두 내가 직접 경험하거나 공부한 것들이었다. 강의도 제법 했었는데, 발표 자료는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드는 게 원칙이었다. 처음에 혼자서 시작한 업무가 회사를 나올 무렵에는 후임자 3명을 둔 업무가 되었다. 어찌 되었건 그들의 직속 상사가 되다 보니, 내 업무 이외에 후배의 양성이라는 목표도 생겼다. 내 손으로 반나절이면 될 일도, 후배들에게는 하루나 이틀에 걸쳐 코치를 해주었다.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본인이 깨달을 때까지 알려주곤 했다.
회사를 나오기 1년 전, 부서 내에서 "칭찬합시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부서원 각자 투표용지에 칭찬 대상이 되는 인물과 그 이유를 적어내어 가장 많은 득표자가 소정의 상품을 받는 조직 문화 행사였다. 비록 나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나를 적어냈던 메모지 하나를 보고 마음속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조직원을 챙겨주세요. 저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메모지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내 마음을 다시금 바로잡는 등대가 되어주고 있다. 타인의 성장을 돕겠다는 나의 소명에 이처럼 감사한 응답을 받은 것은 정말 가슴 뭉클한 일이다. 정작 글을 쓴 당사자는 내가 이 메모지를 이렇게 소중히 간직한 것을 모를 것이다.
가끔씩 지금의 내 삶이 공헌하는 삶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궁금해진다. 그럴 때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거창한 목표나 원대한 꿈이 아니었다. 소소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믿음"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누군가 감동을 받고, 뭔가 조금의 변화가 생긴 그 사람이 보여준 믿음 말이다. 그 믿음을 본 후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가고 있음을 깨닫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그저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면, 내 마음에 새긴 후 종종 꺼내보는 나침반으로 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