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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02. 2016

2. 일의 의미는 내가 부여한다


지난 5월부터 1인 기업으로서 필요한 인문학 소양을 1년간 함께 준비하는 인큐베이팅 모임에 참여 중이다. (이 모임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들려드리겠다) 청소년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각자의 재능을 모아 학습동기 부여를 위한 1일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상은 중학교 1~3학년이고, 일방적 강의 형식을 벗어나기 위해 7명 소수 맞춤형으로 기획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지면 아이들 한 명씩과 눈을 맞춰가며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총 4명의 강사가 대략 2시간 내외의 프로그램을 각자 맡아 진행했다. 커리큘럼은 나와 부모님의 성격유형 탐색하기, 강점 찾기, 시간 관리 습관과 학습 원리 알기, 미래 모습 그려보기 등으로 구성했다.


교육과정 기획에는 대략 1달이 걸렸다. 이전 회사에서도 종종하던 일이었으나 회사 밖에서는 다른 점이 많았다. 일단 어른이 아닌, 중학생이어서 내가 상대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대상이었다.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써야 했고, 그들의 관심사와 흥미에 계속 관심을 두어야 했다. 기획을 준비하는 미팅에서도, 내가 주도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왔던 방식에서, 동료의 의견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해 나갔다. 가끔은 나도 예전의 습관이 튀어나와 무조건 밀어붙이기도 했지만 현명하게 충고를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내가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는 경우가 많았다.


캠프 이틀 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최종 리허설을 점검하고, 맛있는 냉면을 점심으로 먹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준비물과 선물을 쇼핑하러 다녔다. 회사에서라면 업무 중의 하나였겠지만,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하니 준비하는 시간 자체도 즐거운 놀이와 같았다. 참가할 아이들을 위해서 하나라도 더 좋고 재미있는 것들을 준비했다. 선물은 요즘 유행이라는 형광펜, 케이스가 멋진 메모지, 학습원리와 연계된 코넬노트를 골라 예쁜 종이봉투에 담았다.


캠프 당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이었는데, 대개 부모님의 권유로 온 데다가 낯선 친구들이라 마음을 열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서로의 특징을 소개하는 몸놀이를 첫 시간을 마치자 훨씬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내가 맡은 영역은 에니어그램 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 유형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부모님과 친구의 유형까지도 이해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사전 연습을 했지만, 말 한마디에도 오해와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사춘기 나이인지라 평소의 몇 곱절 노력이 들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이미 해 본 검사라고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뽀로로 캐릭터와 연관해 설명해 주니 좋아했고, 부모님 유형 토론 시간에는 적극적인 참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의 중학생은 유치원 시절 뽀로로를 보고 자란 세대다. (뽀로로 출처 : EBS)


오후 시간에는 다른 동료들은 강점 찾기와 학습방법을 진행하고, 나는 학부형 세 분을 모시고 별도로 에니어그램 상담을 진행해 드렸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으로서의 자기 탐색에 노력하시는 분들이 정말 멋있다. 예전에 나도 부모교육 과정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그 마음이 공감되어, 열심히 설명을 드렸다. 자신과 자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크게 만족하셔서 보람이 컸다. 상담보다 아이들 교육이 조금 일찍 끝나서, 마지막 미래 모습을 함께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설문 후기를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서 좋았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한 달과 오늘의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에 정말 뿌듯했다.


내가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교육과정 기획이라는 예전 회사 업무와 비슷한 일이었음에도, 동료/아이들/학부형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운 경험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특히,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시작에서부터 활짝 피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고민하고 준비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답이라 기쁨이 더 컸다. 지난 시절의 내 경험이 도움되고,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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