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는 이번에 세계 최대 규모의 테크전시인 CES 2022에서 Innovation Awards를 수상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서울관 부스에 참여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반쪽짜리 전시가 되었지만 오히려 좋다면 좋은 점도 많았다. 우리는 기대했던 성과들을 이루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전시 과정을 복기하면서 전시 후기나 운영 팁, 노하우 등을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CES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 CES는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줄임말로서 직역하면 '소비자 가전 전시회' 정도가 된다. 하지만 소비자 가전 전시보다는 세계 최대의 '테크'전시회로 더 많이 소개되는 편인데, 이는 행사를 운영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측이 기술과 혁신성을 중요시하기도 하고, 소비자 가전의 카테고리에 수많은 테크 제품들이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ES 전시에는 혁신상(Innovaion Awards)이라는 어워즈가 있다.
혁신상은 가장 최신의 테크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 굉장히 용이하다. CTA 측에서는 매년 대기업, 스타트업을 포함하여 전 세계 기업들에게서 제품을 출품받고, 제품의 기능/디자인/혁신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가장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정해왔다. 알고케어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Honoree)했다. (전체 27개 부문이 있다) 상의 종류는 두 개다. 우리가 받은 Honoree와 해당 부문에서 단 하나의 1등 기업에만 수여하는 'Best of Innovation'이다. 주로 Samsung, LG, Sony, Intel 같은 대기업이 많이 받는다.
CES의 꽃, 혁신상에 대해서 먼저 풀어본다.
우리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작년에는 워킹 프로토타입으로 영상을 촬영하여 출품하느라 지금과 제품 디자인이 다소 달랐다. 알고케어가 창업한 것은 2019년 11월인데 혁신상에 출품한 것이 2020년 9월 즈음이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프로토타입을 구현한 셈이다. 처음에는 아이템도 없이 일단 창업부터 했다가 지금 아이템을 찾은 게 2020년 1월 말이었으니, 8개월 만에 하드웨어 제품을 기능 작동까지 구현해버린 셈이다.
여담이지만 알고케어가 CES의 Awards에 지원한 건 여러 이유가 있다. 알고케어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염두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영양제 시장이 한국보다 15배 이상 시장이 크기 때문에 우리 팀은 초기에 아이템을 구상할 때부터 미국 시장의 특허나 경쟁사, 런칭하지 않은 스타트업 아이템까지도 전부 리서치해봤다. 알고케어가 구상한 아이템이 이러한 미국이나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CES는 좋은 기회였다.
알고케어가 어떻게 혁신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알고케어가 어떤 솔루션인지를 간략하게 설명해야 할 것 같다. CES 혁신상은 제품 개요 설명, 엔지니어링 요소, 디자인 요소, 혁신적 요소에 대한 각 설명들을 텍스트로 적어서 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한 부분은 기술을 통해 이전까지의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바꿔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영양제 시장은 오래도록 기술 발전이 더딘 시장이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객이 불편해하는 불편함(Pain Point)은 똑같다. 영양제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양제 제품은 너무 많고, 나한테 잘 맞고 부작용 없는지 제대로 알기도 어려워서 하나하나 찾아봐야 한다. 또 사놓고 까먹지 않고 챙겨 먹기가 힘들어서 매번 버리게 된다. 왜 그럴까? 영양제 시장 자체가 제품 위주의 2차 산업 시장이기 때문이다.
영양제는 대부분 비슷한 공장에서 생산되어 제품 간에 차별점을 두기가 어렵다. 그래서 계속해서 마케팅 문구를 바꾸며 비슷한 신제품을 찍어내는 구조로 돌아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메가 3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제품끼리 비교하고, 철분 제품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검색해서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인가? 어차피 비슷한 제품끼리 비교하는 게 아니라 제품이 "내 몸에 맞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다. 이는 제품끼리 차별점이 별로 없음에도 제품을 찍어내는 제조업 중심의 시장구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알고케어는 영양제 사용자 경험을 "제품을"구매하고 꺼내먹는 경험이 아니라, "서비스 경험"으로 바꿨다. 우리는 직접 제품들을 찾아보고 비교하고 내 몸에 맞는지 공부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제품을 사서 먹는 게 아니라 알고케어의 맞춤관리 서비스를 구독하면 된다. 공부는 우리 팀의 서울대 출신 의사, 약사 연구진들이 전 세계 의학자료를 공부했고, 2년 동안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용도 간편하다. 커피머신 같은 IoT 영양관리기기에 영양제가 8개 슬롯에 들어가 있어서, 터치스크린 몇 번 누르면 그날 몸에 맞는 영양성분 조합으로 여러 종류를 배합해준다. 작은 구슬 알갱이 만한 크기로 어떤 건 알갱이 3개, 어떤 건 알갱이 7개 등등으로 섞여서 나온다. 조합을 짜는 건 인공지능 AI 닥터다. 앱에서 공동인증서 인증만 하면 나의 병원 진료기록, 건강검진 기록, 약 처방기록을 암호화하여 AI에 제공할 수 있고, AI 닥터가 1,000여 개 병원 임상 도구 중에서 문항을 자동 추천하여 10분 정도 문진을 수행하면 영양 조합이 짜여진다. 이러한 기술적 요소들로 사용자 경험을 완전히 쉽고 간편하게, 서비스 경험으로 바꾸었다.
더 이상 인터넷에 내 몸 상태에 맞는 게 뭔지 찾아볼 필요도 없고, 제품끼리 비교할 필요도 없고, 하나씩 따로 살 필요도 없고, 한 알씩 꺼내먹을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의 영양제 사용자 경험에서 레거시로 쌓여 있던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들을 다 없애버렸다. 그냥 하루 5초면 영양제 뽑아먹고 끝, 영양제가 다 떨어질 즈음엔 자동으로 보내준다.
그렇게 혁신상 트로피 3개를 얻었다.
앞선 내용을 혁신상 출품할 땐 다음 포인트들에 집중했다.
1. 엔지니어링(기술) 부문 설명 : 모든 문장에 정량적 수치를 함께 기재하려고 노력했다. 142개의 건강 Factor를 분석한다든지, 제형 파손율 0.1% 미만이라든지, 영양제를 4mm 크기로 만들었다는 등의 구체적인 숫자를 적으려고 노력했다.
2. 디자인 부문 설명 : 제품의 심미적 요소보다는 제품 설계 자체가 최대한 사용자 중심으로, 사용자의 경험에 맞추어 의도되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의 심사위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이 놓이는 곳은 어디이고, 누가 어떻게 사용하게 되는지 등의 상황을 잘 설명하려 노력했다.
3. 혁신성 부문 설명 : 기존의 사용자 경험과 시장 구조가 어떻고, 알고케어는 이를 혁신해서 "어떤 모습을 만드는지"를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이제까지의 영양제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고,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내용을 풀어서 설명했다.
좀 더 구체적인 노하우가 궁금하신 분은 브런치 메일로 연락 주시길 바란다.
우리 부스는 서울시에서 뽑은 대표 기업들과 함께 '서울관'에 위치해 있었다. 워낙 참가기업이 많다 보니 전시관이 하나가 아니라 건물 자체가 여러 개여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그중 서울관은 스타트업들이 모인 Tech West - Eureka Park관에 위치했다.
처음에는 서울관에서 각 기업에 배정된 부스 공간이 너무 좁아서 불만이었다. 여러 기업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전시 효과가 더 적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서울관이 다른 부스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성과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부스들이 모여있으니 사람들이 홀린 듯 들어와서 서울관을 한 번씩 다 둘러보고 갔다. 큼지막하게 설치된 다른 부스들은 무언가 말을 걸기 부담스러운 반면에, 서울관은 볼 게 많으니 부담 없이 들어왔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짧은 동선으로도 많은 테크 기업들을 볼 수 있으니 사람들도 더 매력을 느끼고 들어왔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디지털재단과 (주)더웰컴에서 부스 시공과 디자인까지 전부 해주었는데, 지원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전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시 준비를 위해 우리는 한국에서 챙겨야 할 사전 체크리스트와 현지에서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를 따로 정리하여 미리 준비해 갔다. 그리고 인터넷과 주변 대표님들께 전시 참여 노하우를 전방위적으로 조사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남기는 것도, 우리가 도움받았던 것처럼 전시에 처음 참여해서 막막해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적는다.
하나씩 경험담을 적어보겠다.
다른 나라 부스에도 피칭무대를 따로 설치하는 기업들이 꽤 있었다. 서울관에서도 마찬가지로 피칭무대를 마련하여 VC들을 초청했고, 다른 미디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거나 제품 시연을 할 일이 많았다. 부스에서도 끊임없이 제품 설명과 시연을 반복하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이때 팁은 반드시 짧은 버전의 스크립트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시에서는 5분짜리 정식 피칭이 아니라 짧은 인터뷰나 제품 소개할 일이 훨씬 많다. 제품 시연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서비스 전체 과정을 설명하는 5분짜리 스크립트를 짜갔다. 그런데 실제로는 방문객들이 5분짜리 설명을 들으러 오는 게 아니라 부스를 슬쩍 지나가다가 한 마디 물어보기 때문에, 대개 짧은 설명을 먼저 한 뒤에 질의응답 형태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즉, 스크립트는 짧게 쓰고 FAQ를 많이 준비해 가는 게 낫다.
그래도 전체 스크립트를 미리 써가서 줄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 부스 운영 팀원은 스크립트 대본을 써놓고 미국 현지인에게 매주 영어 과외까지 따로 받으면서 준비를 했는데 이 또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이 팀원은 현장에서 프리토킹이 자유자재로 가능해져서 시연 기회들을 많이 따왔다. 스크립트 과외에 도움을 준 건 우리 알고케어 인턴 출신인 Briyanna Etienne였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넘어와 6개월 동안 미국시장 진출 준비를 도와준 소중한 친구다.
전시에 참가하기 2주 전쯤에 약 150명의 기자분들께 메일을 돌렸다. CES에 참가하면 방문객 리스트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디어 언론사 소속의 방문객들의 이메일 주소를 획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부스에 방문주시기를 요청드리는 메일을 보냈다. 실제로 메일을 받고 열 명 가량의 기자님들이 먼저 방문해주셨다. 이번에 한국에서만 500개 이상의 기업이 CES에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사전 메일을 보내드리니 좋았던 점은 또 있다. CES 전시가 시작하기도 전에 알고케어가 전시에 참여하는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보도자료가 나갔다. 메일을 보낼 때 알고케어의 창업 스토리와 아이템, 제품 사진이 포함된 프레스키트를 함께 전달드렸기 때문에 기사를 써주시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사전 메일을 드리면 전시 당일에도 좋다. 기자님들께서 보통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기사를 쓰시기 때문에, 기사 작성에 필요한 제품 설명이나 이미지 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우리 기업 측에선 부스를 지켜야 하니 파일들을 전달드리기가 어렵다. 이때 사전에 자료들을 전달 드려놓은 게 또 도움이 되었다.
미리 연락드린 기자님들 뿐만 아니라, "Media"가 표기된 명찰을 착용하고 현장에서 움직이는 기자님들을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모든 방문객 분들의 네임 태그를 유심히 살피고 카메라나 마이크를 손에 든 분들을 멀리서부터 관찰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서 리플렛을 드리며 "저희 알고케어 제품도 한 번 설명드릴까요?"하면서 부스로 직접 모셔왔다. 그렇게 MBC, SBS,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뉴스 방송에도 출연하고 기사도 나올 수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들의 전시 참여 노하우에서 벤치마킹하여 티셔츠와 스티커 등을 제작해갔다. 그중에서도 오렌지색 맨투맨 유니폼을 맞춰갔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전시에는 VC나 바이어들이 많이 참석하기 때문에 어둡고 칙칙한 색의 옷들이 많다. 그리고 생각보다 전시 부스로 참여하는 참가기업들도 옷을 맞춰 입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오렌지색의 밝은 맨투맨이 도드라져 보였다. 등판에 혁신상 로고를 박은 것도 사람들이 엄지를 척 치켜세워주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회사 로고와 혁신상 스티커를 크기별로 작은 것부터 커다란 것까지 만들어간 것도 좋았다. 서울관의 경우 여러 기업의 부스가 통일된 디자인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에, 혁신상 스티커를 상단에 붙이니 우리 부스가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스티커를 넉넉히 뽑아갔기 때문에 주변 부스들에게 나누어주어서 같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혁신상 트로피도 실물을 가져가니 방문객들의 좋은 사진 촬영 소스가 되었다. 아무래도 혁신상 스티커만 있는 것보다는 실물 트로피가 있으니 사진이 더 세련되게 잘 나온다. 미디어에서도 매번 트로피를 꼭 찍어가셨으니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실제로 부스를 운영해보니 자잘한 팁도 많다.
1. 사전 준비를 위해 하루 정도 미리 도착하는 게 좋다.
사전에 미리 알아봤던 것과 다른 게 너무 많다. 숙소 체크인부터 차량 렌트, 전시관 위치, PCR 검사, 부스 모습 등 자잘한 모든 부분이 미리 조사한 것과 다르다. 현장에서 대응해야 하므로 현지에 일찍 도착해야 한다.
2. 대학생 서포터즈가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서울관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를 기업마다 한 명씩 지원해줬다. 우리 입장에서는 서포터즈를 교육시키고 같이 부스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또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누구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서포터즈단에서 심사하고 선발된 인원이기 때문에 영어도 능숙하고 또 열정적이며, 서포터즈 성과를 위해 미팅 일지도 정리해주는 등 실무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직접 지원해서 참여할 정도로 진취적이고 성격도 좋아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고생해주었다. 서포터즈의 식사나 숙박 또한 서포터즈단에서 알아서 관리해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다.
찾아보면 학교에서 서포터즈를 지원해주거나, 동아리 등으로 CES 전시에 서포터즈로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꽤나 계시다. 우리처럼 서울시 지원을 받기 어렵다면 개별적으로 컨택해서 서포터즈 분들과 함께 참여하시는 게 어떨까.
3. 명함은 하나로 통일한다.
우리는 리플렛과, 우리 3명의 명함을 각각 따로 준비해 갔다. 리플렛에는 홈페이지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URL과 우리 이메일 주소를 기재해두었다. 이렇게 연락 창구가 분산되다 보니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전시가 끝나고 나서도 서로 다른 연락처로 연락이 분산되어서 뒤죽박죽이 되기 때문이다.
4. 참관객들은 부스를 보는 게 아니라 부스 위쪽을 본다.
사람들은 수많은 기업들을 둘러보면서 "이 부스에 들를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때 가장 먼저 보는 게 부스 위쪽의 기업 이름이다. 부스에는 항상 사람이 들어차 있거나, 제품만 덩그러니 있기 때문에 이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 머리보다 위쪽에 위치한 부스 상단을 잘 꾸며야 한다. 일본관에서는 재치 있게 부스 상단에 회사 이름을 적는 게 아니라 회사의 한 줄 소개 문구를 적어놓았다. 우리도 다음에 전시에 참여한다면 부스 '위쪽'을 잘 꾸며야 한다는 걸 알았다.
5. 부스에 디스플레이하는 영상은 짧게 만든다.
부스에는 대개 모니터를 설치해두고 영상을 띄워둔다. 시각적으로 동적인 화면이 주목을 잘 끌기 때문에 영상은 거의 필수처럼 여겨진다. 우리도 30초짜리 회사소개 영상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방문객들은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걷다가 '어느 부스에 머물러서 찬찬히 들여다볼지'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소개 영상을 길게 틀어놓을 필요가 없다. 10초 내외의 영상으로, 제품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영상을 삽입하는 게 낫다. 이 또한 부스 운영을 안 해봤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6. 방문객 보다도 참가기업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방문객 중 많은 수가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구경하러 부스에 방문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부스를 지키고 앉아있기보다는 다른 부스에 방문해서 사업 기회를 살펴봐야 했는데 그걸 몰랐다. 전시에 참가한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는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알고케어를 알고 부스에 방문하려고 생각했다며 우리를 찾아왔다. 서로의 기술이 밸류체인 안에서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가기업과의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CES에서는 확진자가 꽤나 나왔다고 한다. CES 주최 측에서도 방역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쏟았다. 출입 인원 자체를 통제하고, 경비원만 출입구에 열 명씩 서있어서 PCR 검사 결과와 마스크 착용 여부, 가방 등을 모두 검사했다. 게다가 전시 기간도 본래 4일이던 전시를 3일로 줄였음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려웠나 보다.
이번 CES는 특히나 헬스케어가 주목을 받았다. 기조연설도 최초로 헬스케어 기업에서 진행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알고케어는 소비자의 건강을 다루는 스타트업으로서 구성원들 자체가 자기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팀 내부에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의사와 약사들이 있고, 애초에 건강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 관리 수준 자체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건강경영지수 평가를 받아보니 대기업보다도 높은 최상위 수준의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이번 CES 전시 참여 인원 3명과 서포터즈 1명 모두 음성이 나왔다. 안전과 건강에 무엇보다 신경을 썼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정말로 힘들었는데, 9시부터 18시까지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한국 시간에 맞춰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일만 했다. 항공시간을 합쳐서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 라스베가스까지 갔는데 다소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모두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스베가스는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다. 환락과 유흥의 도시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끝이 안 보이는 사막과 평원이 늘어져 있다. 어떻게 이 허허벌판 위에 어마어마한 도시를 지었는지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별로 둘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날 사람이 없는 한적한 레드락 평원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잘 떠지지도 않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막을 둘러보니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던 마른 지푸라기들이 엉겨 붙어 바람에 나뒹굴었다. 이런 벌판을 바라보며 먼 옛날의 누군가는 휘황찬란한 라스베가스의 모습을 꿈꾸었을까.
알고케어도 어느덧 두 살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고, 고객 테스트를 거치며 이제야 출발선 앞에 섰다. IT 프로덕트와 다르게 앱 서비스만 출시하는 게 아니라 IoT 하드웨어 제품, 건강기능식품이 결합되어 있다 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런칭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다음 달부터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3월에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는 라스베가스처럼 될 수 있을까.
CES 전시 참가를 위해 미국에 방문했지만 전시보다 더 큰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 사업도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을 것이다. 늘 예상했던 것과 다르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하지만 척박한 땅과 현실을 보면서 누구는 고개를 젓고, 누구는 반짝이는 도시를 꿈꾸듯이, 우리도 계속 꿈을 꾸고 이루어가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