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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토v Dec 20. 2022

회사 사람들이랑 회고 여행을 간다고?

알고케어 2022년 회고 여행

혼자서 연말 회고를 하려는데 같이 하자는 팀원이 있어서 마음 맞는 알고케어 팀원들과 회고 여행을 다녀왔다. (자율참석/사적모임) 처음엔 숙박 끊고 산이나 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숙박이 어려운 팀원들이 많아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송도에 갔다. 사실 여행이라기엔 아쉬운 감이 좀 있긴 했다.


송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각자 자리 잡고 3~4시간 정도 회고를 했다. 그러고 만나서 무슨 내용을 고민했는지 공유했다. 8명이서 옹기종기 모여서 인생 이야기하는 게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어서 그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다들 지난 2022년을 돌아보실 텐데, 회고하는 방법과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


※ 8명이 함께 갔는데 후기가 좋아서, 참여 못 했던 팀원 4명이 그다음 주에 따로 모여 한 번 더 다녀왔다. 글 아래에 실제 후기들 첨부드린다 :)




회고가 필요했던 고민들


2022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팀 전체가 굉장히 바쁘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도 지난 3년 동안 변하고 성장한 것보다 이번 1년 간 변한 게 더 많았다. 업무적으로 한계에도 부딪혀 보고, 방법도 다르게 해 보고, 역할도 바꾸고,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살면서 안 해본 일들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중대한 변화는 많았음에도 이를 소화하기가 힘들었는데, 딱 회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지금의 내 삶의 미션은 무엇인가?
이 방향이 맞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2023년은 어떤 한 해로 만들까? 등등


연간 회고인 만큼 업무적이거나 현실적인, 실제적인 고민에 집중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회고도 기간에 따라서 주제를 다르게 잡는 게 좋은데, 알고케어에는 회고 루틴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일간 회고 : 인사이트라기 보다는 '고민'을 글로 적으며 구체화한다.

주간 회고 : 성과/달성률/효율 중심으로 회고한다.

월간 회고 : 방법론/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회고한다.

분기 회고 : 내 관점을 벗어나, 동료에게 리뷰를 받는다.

반기 회고 : 커리어 방향을 점검한다.

연간 회고 : 인생과 가치관을 점검한다.


회고라는 게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이를 돌아보며 더 나은 시도를 하기 위한 행위이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쌓여야 할 수 있다. 보통 새로운 시도는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에 매일매일 대단한 회고 인사이트가 나오는 건 아니고, 몇 주 정도 지나야 도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그래서 월 단위로는 방법론 위주로 회고를 한다.


연 단위로는 지난 인생과 커리어를 전체적으로 점검하는데, 이번 회고가 딱 그랬다. 보통 이전에 해보지 않은 방식을 시도하면 1~2개월의 사이클이 필요한데, 1년 동안 몇 개의 사이클을 돌리고 나면 단순한 방법론의 변화가 아니라 내 가치관 자체가 많이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다시 되돌아보고 점검하지 않으면 그 변화와 시행착오를 다 놓치게 된다. 그래서 연간 회고를 꼭 추천한다.




이번 회고 컨셉은 '딥다이브(Deep dive)'였다.


사실 혼자 갔으면 좀 더 깊게 생각했을 것 같아서 처음엔 아쉬웠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회고하러 간다는 그 상황 자체도 큰 영감이자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짧은 시간임에도 깊게 몰입했던 것 같다. 특히 각자 회고를 끝내고 모여서 서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던 게 제일 좋은 경험이었다. 뭔가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주어진 시간을 더 집중해서 보낼 수 있었다.


같이 간 팀원들 중에는 이런 회고를 많이 안 해본 팀원들도 있어서 이번 회고의 컨셉을 다음과 같이 잡았다. 중요한 건 평소에 안 할 법한 생각을 파고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팀원들한테 공유한 회고 팁


영감을 얻기 위해 우리가 간 곳은 당일치기로 가능하면서, 바다도 볼 수 있고, 좋은 카페도 많은 인천 송도였다. 커다란 도서관 같은 북카페에 가서 각자 흩어져 회고했다.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서 카페가 꽉 찼다.



각자 회고하는 3~4시간 동안은 최대한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흩어졌다. 미리 A4용지를 사 가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자기 다이어리를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전자기기처럼 수많은 콘텐츠가 담긴 핸드폰, 노트북을 통해 회고하다 보면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식이 도움 된다.




회고 템플릿/양식


개인적으로 나는 양식이나 템플릿 없이 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양식과 형식, 절차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회고 템플릿을 달라는 사람이 참 많다. 난 템플릿이 싫다. 이번 회고도 백지에서 시작해서 백지에서 끝났다.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난 항상 백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 백지 회고는 이런 식으로 했다.


1. A4용지를 세로로 접어 삼등분한다.
2. 좌측 상단부터 아래로, 생각나는 단어를 빠르게 적으며 생각을 구체화한다.
3. 한 단락이 끝나면 다음 생각 아젠다로 넘어가고, 첫 줄에 아젠다를 적는다.
4. 계속해서 브레인스토밍하며, 정리된 생각이 생겨나면 명제 형태로 다른 A4용지에 요약본을 정리한다.
5. 도식과 기호를 적극 활용하고, 생각과 생각의 인과관계를 잇는다.


백지에서 시작하면 무슨 내용을 먼저 적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그 자체가 생각에 딥다이브하게 도와준다.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게 되는 주제에 파고들 수 있어서 좋다. 반면 다른 팀원들은 사람마다 회고 방식이 천차만별로 달랐는데, 서로의 다른 회고 방식을 듣는 것도 굉장히 신기하고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아예 막막한 팀원이 있을까 봐 몇 가지 질문도 리스트업 해보긴 했는데, 참고하시면 좋겠다.


2022년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그러한 목표를 세운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목표를 달성했나요?         달성했다면, 그리고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방해가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만약 지금의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나요?    

2022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2023년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왜 그러한가요?

2023년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3가지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목표를 이루는 데 가장 방해되는 요소는 무엇이 있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요?    

당신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당신의 커리어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고 있나요?

당신은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만약 나에게 1,00억 원이 생긴다면, 내일부터 무엇을 할 것 같나요?


실제로 회고를 해보니 사람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고를 진행하게 됐는데, 서로 오래 알고 지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인생 회고를 들어보니 그 사람의 전혀 몰랐던 모습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몇몇 예를 들어 보자면...


사진에서 누가 누구인지는 맞춰보시라

알고케어의 대표적인 ENTP로는 대표인 Jay와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Rooney가 있는데, 둘의 회고 방식이 비슷해서 신기했다. 둘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지나간 일을 회고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일과 목표를 계획 짜는 방식으로 생각해왔다. 목표와 비전이 뚜렷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계획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데 세부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전략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그 둘은 언제나 큰 꿈을 꾼다.


반대로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인 Kahel은 10년 넘게 다이어리를 써오고 있다며 보여주었는데, 매일의 업무 내용이 시간대 별로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고 복기하며 앞선 둘과 다르게 지나간 시간을 집중적으로 회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른 팀원은 자기 자신에 대해 메타인지의 끝판왕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고, 만다라트처럼 펼쳐서 2023년 버킷리스트를 세운 사람도 있었다. 지난 1년 중에 앞으로도 가져야 할 태도와, 버려야 할 태도를 회고한 사람도 있고 다양했다. 자유롭게 자기 스타일로 회고하고 공유해보니, 서로 생각하는 방식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회고 여행 후기


회고 내용도 공유하고 싶지만, 각자의 프라이빗한 회고 내용을 올리기는 어려우니 후기만 올려본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 스타트업 팀원들과 함께 회고하고, 가치관을 나누는 경험이 정말 좋았다. 딱히 후기를 억지로 쓴 것도 아닌데 후기 내용들도 회고만큼이나 큰 자극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일의 의미를 다시 정리했다. 


예전에 에딧메이트 대표님께서 '당장 500억이 생긴다면 내일부터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신 적 있는데, 그때 나는 그냥 지금처럼 계속하던 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는데, 지금 하는 일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은 삶의 불편한 점들을 해결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 같이 모여 회고 내용 공유할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다. 삶의 목표가 결국엔 다 '행복' 아니냐고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행복하려면 그냥 골방에 혼자 앉아서도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면 내가 이 세상에 고유한 존재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아서 싫다. 수많은 나무나 돌멩이처럼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는 나의 노력과 영향으로 인해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낼 때다. 행복한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런 작은 글을 써내든,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그 사람에게 영향을 주든, 조직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든, 나로 인해 세상에 변화가 생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일이라는 건 돈 벌려고, 행복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일이 굳이 직장생활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직장이라는 것도 내가 하려는 일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회사의 자원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삶을 바꾸고, 사회와 세상을 바꾸는 방식으로서 '교육'에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는데,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찾은 게 사회활동이나 소셜벤처였는데, 지금은 비즈니스로 넘어왔다.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팔고, 성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의 삶이 바뀌는 비즈니스 방식이 현재의 화두다. 알고케어에서 일하는 건 그런 이유다.


사람들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구닥다리 방식으로 영양제를 먹고 있는 게,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사용자 경험을 바꾸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 전통적인 플레이어들이 변화하는 시장의 판을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세상에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


생각을 정리하며 이전의 가치관이나 방향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앞으로의 다짐과 계획도 다잡을 수 있어서 이번 회고 여행이 큰 도움 되었다.




회고가 끝나고 난 뒤


월미도가 가까워 바닷가에 가서 조개구이를 먹었다. 술도 한 잔 하고 추운 와중에 용감한 알고러들은 한겨울에 그 유명한 월미도 바이킹을 탔다. 옆 오락실에서도 놀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밤이 되어 각자 집으로 돌아갔지만 꽉 찬 하루를 보낸 덕에 기분 좋게 귀가할 수 있었다.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지만 허슬하는 마음을 담아 내년 3월까지를 분기점으로, Project MARCH 라고 이름 붙였다. 지난 6월~12월까지의 PoC(Proof of Concept) 시범도입 테스트를 마치고 개량된 2차 버전의 제품 런칭이 3월이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IT스타트업에 서비스를 운영하며 겪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더 많은 사람들의 건강 관리과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여러모로 추운 겨울이지만 다가오는 2023년에 더 불같이 타오르며 삶과 맞서 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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