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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an 18. 2020

<볼드저널> '요즘 부부, 공생의 기술' 강연 후기

<볼드저널>은 'Life lessons for modern fathers'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계간지입니다. 최근에  15호 '부부 위기'편 발간 기념 특강에 당첨되어 아내와 다녀왔습니다. 3명의 연사가 2-30분간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중 일부 내용을 요약해서 공유드립니다.


[요즘 것들의 결혼생활 탐구 - 콘텐츠 기획자 이혜민]


'결혼식' 대신 '결혼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42일)을 다녀온 부부는 순례길을 마치면서 '부부로 살아가는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잔소리(여행은 그만, 돈을 모아라, 자녀를 낳아라, 서로의 호칭은.. 등 )를 들으면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문득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성 결혼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부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영상과 글로 공유하는 '요즘 것들의 결혼생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 결혼식에서 중요한 것은 예의와 형식보다 의미와 재미

    case1. 바닷가에서 손수 만든 장식품으로 결혼식을 만들어 20명 남짓한 하객만 초대한 부부

    case 2. 결혼식에서 밴드를 초대했지만, 부모님은 초대하지 않은 부부    


2.  결혼하면 중요한 것 역할과 의무가 아나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

     - '시어머니 첫 생신상을 며느리가 차려야 한다'같은 매뉴얼이 툭툭 튀어나옴

       과연 그런 의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그것은 정말 필요한가?

     - 상대방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 서로가 원하는 것과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

     case1. 아내가 결혼 후 '자동으로' 며느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페미니즘'공부를 시작한 부부


3. 결혼생활은 속박과 희생이 아니라 '팀플레이' 같은 것

   - '놀 거 다 놀고 결혼해라, 일찍 할 필요 없다' 흔히들 결혼은 자유와 멀어지는 것이라고 조언함

      왜 언제는 결혼하라면서????

   case1. 개인의 경제활동은 인정, 공금으로 가정경제를 운영하고, 합의로 의사 결정하는 부부

   case 2. 자녀를 사랑하지만 '아이에게 헌신하지 말자, 헌신하면 기대하게 된다'라고 생각하고

                평등육아를 하려고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조금 불편하지만 노력하는 부부


4. 결혼은 현실, 안정적 삶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계속 꿈을 꾸는 삶을 살자

   - 책임감이 '도전적인 삶을 살면 안 된다'는 뜻인가??

   - 결혼해도 계속 꿈꾸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case1. 귀농해서 살아가는 30대 부부 (유럽 농장에서 몇 달간 일하고 결정)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불안하다 but 그렇지만 참는다고 편안한가?     

  case 2. 세계여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부부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여행하면서 살면 여행하면서 살아가는 부부, 심지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부를 볼 수 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은 나아진다'

기성의 문법과는 다른 선택이 존재한다. 보여준 사례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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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는 제2의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 - 심리학자 장근영]


결혼 25년 차, 방위 시절 결혼(월급 2만 원)을 했다. 남들은 말렸지만 결혼 휴가(1주일)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5년 전보다, 10년 전보다 행복하다'


1. 성격은 기득권이다 (소설 <공중그네>에 나오는 표현)

- 처음부터 이상한 짓을 하면, 사람들이 '원래 저런 애'라고 받아들이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음

- 처음부터 본인 하고 싶은 대로, 꾸준히 살면 본인에게 기득권이 주어짐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사람은 좋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데 결혼 후 아내에게 '밴댕이 중에서 이런 밴댕이가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부부는 학교 선후배로 만났기 때문에 아내가 주변(학교 친구)에 하소연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주변 사람(얕고, 제한적인 관계) 들은 문제 삼지 않는 수준이었을 뿐, 결혼은 삶의 모든 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그동안 숨겨왔던 그리고 숨길 수 있었던 문제가 아내에게는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2. 부부의 사회화는 무엇이 다른가?

결혼 후 빨래를 직접 하면서 '내가 매일 씻어야 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청소를 하면서 '내가 이만큼의 먼지와 각질을 만드는구나'알게 되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우선 나를 이해해야 한다. 내가 어떤 몸으로 보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결혼 후 25년을 함께 살면서, 아내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아내와 싸우는 일들은 내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과 행동이지만, 아내에게는 엄청나게 화가 날 수 있는 요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상한 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다시 이 사람과 하게 된다면? 몸은 20대 그대로, 정신 상태만큼은 지금의 나로 만나고 싶다. 그때보다는 덜 미안할 거 같다. 비로소, 진심으로 내가 틀렸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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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랑은 고된 노동이다 - 철학자 권영민]


1. 사실은 없다, 해석이 있을 뿐 - 니체

철학은 보는 것보다 잘 보는 것에 관심을 갖는 학문이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해석''은 하지 않으려 한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행동, 표정.. 의 원인, 이유, 저의를 해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 저의와 진정성을 묻지 않기

결혼 후에 살이 많이 찐 후로 아내가 '살 좀 빼'라고 잔소리(언어폭력)를 했다. '살 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 여자가 나를 무시하나?, 내가 뚱뚱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나?, 나를 부끄러워하는 건가?, 나를 존재로써 사랑하지 않고 나의 외형을 보고 사랑한 건가, 반 플라톤적인 사랑이구나..라고 철학적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해석은 부정적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가끔 아내가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오해할 때,  '왜 내 진심을 몰라주냐'라고 아내에게 항변한다. 아내가 혼자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어머니께서 아내에게 '내 아들은 일하고 있는데.. 너는 미국에 있어서 좋겠다'라고 하신 말씀에 아내가 상처를 받았다. 나는 '엄마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고, 아내는 '왜 어머니의 말은 왜 호의적으로 해석하냐, 진정성은 반드시 말로 나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불안정하고 상처가 있고 콤플렉스가 있어서 상대의 진심보다 나의 상처에 집중하게 된다. 사실 아내도 본인이 혼자 미국에 왔다는 미안함과 아내, 엄마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에 더욱 발끈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상대방을'해석'하고 '판단'내리면, 그렇게 해석되고, 판단받는다는 것이 화가 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부부 위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를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타협과 조정의 대상'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 가능한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대화로 조정하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말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섬세하고 예리한 말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부부란, 둘 만의 은밀한 코드가 공유된 말의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말을 상대가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면, 서로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처럼) 부부로 산다는 것은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일관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일관성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그렇고, 지금은 왜 그래? 왜 책은 사놓고 안 읽어? 한때는 그 책을 읽고 싶었고, 지금은 읽기 싫어하는 모순적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모두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존재 아닌가. 부부는 가까운 사이니까 그 모순을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 친구, 연인, 부모... 겉으로 드러난 나의 행동을 받아들여 주는 것 그것이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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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에 대한 '다름'은 너무나도 부족했구나.. 싶었습니다. 제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발견하기보다는 아내의 부족함을 탓한 적도 인정하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아내가 '예쁜 말씨'를 결혼초부터 지금까지 강조한 것에 대해 '예민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신의 한 수'였구나 싶습니다. 저도 6년 전보다 작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하하..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뽑아주신 <볼드저널> 관계자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산다는 것에 관심 있다면 https://boldjournal.com/ 에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강연을 지속적으로 한다고 하시니 회원 가입을 미리 해서 뉴스레터를 받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


Small things often.


* 기술은 배우는 것 보다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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