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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남편연구소 Jul 22. 2022

태어나서 처음 해 본 결혼식 축사(내용 포함)

대학교 동기 중에 군대를 다녀와서 학교에 입학한 형님들(무려 3명)이 계셨습니다. 재수생 출신 티를 좀(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청 많이) 냈던 저는 형님들과 자주 어울렸습니다. 덕분에(?) 소수 정예 멤버들 중심으로 학과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멤버들의 합이 좋아서인지, 딱히 틀어질 일이 없어서 인지.. 20년 넘도록  여전히 단톡방에서 생사를 묻기도 하고, 경조사를 챙겨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형님께서 결혼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상대로(?) 동기들은 굳이 지금 그런 힘든 길을 가야겠냐고 말렸지만, 형님은 이미 큰 결심을 하셨더군요. 축하(!)와 우려(?) 속에서 형님은 열심히 결혼 준비를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는 결혼 나흘 전에 저에게 '축사'를 부탁하셨습니다. 


워낙 형님께 배우고, 받은 것이 많은 터라.. 기쁜 마음으로 수락을 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사히 축사를 마쳤습니다. 혹시라도 축사를 하는 분이 계시다면 참고하시라는 마음으로 공유드립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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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ㅇㅇ형의 대학교 동기인 ㅇㅇㅇ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식 축사를 해보는데요. 아마도 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결혼식 축사될 텐데.. 그게 ㅇㅇ형 결혼식이라서 영광입니다. 


0000년 00월 처음 형을 만났습니다. 저는 재수를 해서 대학에 왔다고 저보다 한 살 어린 동기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요.ㅇㅇ형은 무려 5살이나 어린 동기들과 당구장 그리고 PC방에서 허물없이 지냈죠. 


졸업 후에도 어린 녀석들이 먼저 결혼할 때도 아낌없이 축하를 해줬고, 사회생활도 늦게 시작한 녀석들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도 이해해줬습니다. 그렇게 언제나 변함없는 몸매(형님이 조금 많이 마르셨어요ㅎㅎ)와 좋은 성격으로 우리 동기들의 중심이 되었던 ㅇㅇ형을 이제 아름다운 형수님께 보내드립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이직을 할 때..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ㅇㅇ형은 제게 적절한 조언으로 항상 도움을 줬는데요. 오늘은 제가 결혼 선배로 ㅇㅇ형에게 감히 한 가지 조언을 해봅니다. 


형,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정말 정말 거짓말이에요. 형님이 처음으로 선택한 가족인 형수님에게는 사소한 일부터 좋은 일, 슬픈 일까지 형수님과 자주 이야기하시길 바라요. 생각보다 어렵겠지만, 말 안 해서 생기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클 거예요. 


태어나서 처음 가족을 선택한 두 분의 앞길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고, 혹시라도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처럼 두 손 꼭 잡고, 대화하면서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ㅇㅇㅇ 파이팅! 고맙습니다.  


Small things of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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