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독감으로 추정(?)되는 감기로 많이 아팠습니다. 난생처음 겪는 근육통과 고열에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팠는데요. 아플 동안 마음도 약해져서,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서러워하며 이번 몸살감기를 견뎠더랬습니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회복이 되어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이번 몸살감기를 겪으며 생명이란 참 힘이 세고 신비롭단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죽을 것처럼 아팠던 사람도 어느새 기운을 차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니까요.
며칠 만에 꽤 가뿐한 몸이 되어 일어난 아침. 그날 아침은 참 기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이렇게 기쁜 마음이 든 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 가기 싫어, 직장 가기 싫어'하며 미적대는 그런 아침이 더 익숙하니까요.
그날 아침은 '모든 일상적인 흐름들이 당연한 게 아니다'라는 자각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으니, 뭔가 공짜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들어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요.
살아있다는 건, 참 신비로운 경험 같습니다. 특히, 인간으로 살아있다는 건 지구상에선 축복과 같은 일처럼 느껴져요. 폄하하는 건 아니고요, 만약 식물이나 곤충, 개로 태어났다면 이렇게 다채로운 감각적, 감정적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몇십 년을 살아있다 보니(?) '살아있다'는 이 감각이 무뎌집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지 잘 모르겠는 때도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심하게 아프고 나서 되돌아보니 '살아있다'는 이 자체,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이 경험이 참으로 귀하고 값진 경험이란 생각이 듭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또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다양한 감각과 생각, 감정을 경험하니까요. 그게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때도 있지만, 그 조차도 인간이라 누리는 특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살아있어 기쁨과 고통. 다양한 이 모든 것을 누리는구나, 그냥 감사할 뿐이네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수십번은 맞이했던 생일 아침이지만 오늘은 감회가 남다릅니다. 항상 이렇게 아침이 낯설고 기쁠 순 없겠지만, 이 신선한 느낌을 기억하려고 혹은 이런 느낌을 느껴보시길 바라며 끄적여보았습니다.
올해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좀 글을 많이 내어놓고 싶다는 겁니다. 혼자 쓰고 비공개로 돌려놓은 글이 많았는데, 올해는 많은 분들과 일상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인간으로 누리는 특권을 많은 분들과 함께 누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