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의 조건 : 내가 만들어가는 일의 의미
생각의 기록 - 일과 진로
작년 이사를 하고, 전입과 아이들 전학 처리 때문에 동주민센터와 학교 행정실에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참 다른 두 사람을 만났다.
먼저 찾아간 동주민센터. 나에게 서류를 발급해 준 민원대 직원은 앳된 보이는 얼굴에 비해, 일하기 싫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 꽤나 생기가 없었고, 내가 건네는 가벼운 인사에도 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찾아간 학교 행정실. 행정실 직원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고, 아이의 교과서를 받아 갈 때는 '혼자 가져갈 수 있겠냐'라고 걱정해 주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그는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비록 다른 업무이긴 하지만, 자신의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얼굴이, 풍기는 에너지가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게 되었다.
고백하지만, 나도 한때 공무원이었고 죽을 상을 하고 앉아 퇴근만 기다리는 삶을 살았기에 그 동주민센터 직원과 과거의 내가 겹쳐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도 내 삶이 아닌 순간이 없다. 꾸역꾸역 억지로 일하고 있는 그 순간도, 죽을 상을 하며 퇴근만 기다리는 그 순간도 삶을 살아가는 중인 거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일하고 있었던 나에게, 그리고 그 직원에게 말하고 싶다.
'좀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과거의 나는 '일이 내게 의미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의미를 주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 않단 생각이 든다. 일의 의미는 내가 스스로 찾을 수도 있는 거다.
언젠가 육아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어 걸레질하면서 운동하는 엄마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바닥 닦는 동작을 근력운동과 접목시켜 단순한 청소라고 여겼던 걸레질을 훌륭한 운동으로 승화시키는 걸 보면서 참 훌륭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지금 하는 일이 별것 아니라고 느끼면 내 일도 별것이 아니게 된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면 내 일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어느 순간도 내 삶이 아닌 순간은 없기에, 비록 지금 하기 싫은 업무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나서 내가 왜 이렇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고통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피해자처럼 생각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 어디를 가도 행복하지 않다는 거다.
과거의 나와 죽을상을 하며 근무하던 동주민센터 직원에게 말하고 싶다. 어느 한순간도 내 삶이 아닌 순간은 없다.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를 많이 물어보기를. 절대 포기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