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스마일 Oct 14. 2023

사람의 쓸모 : 하찮은 인생은 없다

생각의 기록 - 일과 진로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의 가치는 '쓸모'로 정해진다고 생각했고,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쓸모 있는 사람'만이 존재 의미가 있고, '쓸모없는 사람'은 존재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만약, 내가 '쓸모없는 사람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자책하고 벌하고 미워하기 바빴고, 다른 사람이 쓸모없다 여겨지면 그 사람은 밥값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가치가 없는 인간, 하찮은 인간, 무시해도 되는 인간으로 여겼다.




쓸모로 사람을 평가하던 나는 정말로 나와 타인에 대해 사랑이 없는 사람이었고,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는 걸 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고백하지만, '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오만방자하게 굴었던 건, 직장을 다니던 그때가 정점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조직이든 일처리가 떨어지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뒤에서 경멸했다. 특히, 공무원 조직에는 그런 사람들을 해고할 수 없으므로 다 함께 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그들이 팀원에게 피해를 준다 생각했기에 정의로운 나는 그런 사람들을 뒤에서 미워하고 심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나의 태도는 오히려 내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오히려 스스로 내 정신건강에 해를 주었다. 그런 상황 자체는 참 불합리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긴 하지만,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내 안에 증오심과 분노를 키우고 있었다. 어쩜 공무원조직에 대한 불합리를 그들을 통해 푸는 것 같기도 했다. 차라리 그때, 그렇게 그들을 미워할 시간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조직을 떠나서 다른 할  일을 찾아보거나 해야 했다.



과연, 우리는 사람의 쓸모를 심판할 수 있는가? 직장에선 무능력자지만, 집에서는 홀어머니와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던 A는 쓸모가 없는 사람인가? B는 직장에선 유능하다 평가받았지만, 집안일엔 무관심으로 일관해 가족에겐 은따의 대상이었고, 혼자 있으면 밥도 차려 먹지 못하는 듯했는데, B는 과연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는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건가?



사람이 상품이 되고 상품화된 사람을 사고파는 시대, 상품화된 사람의 쓸모에 따라 가치를 정하는 시대에 사는 나도, 어느새 인간을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사람을 인간 존재 그 자체가 아닌 상품가치가 있는 인간인지로 분별하고 판단했던 건 아니었을까.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사람을 미워하던 나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건 나의 오만이었고, 사랑이 아닌 행동이었음을 알기에 그런 나의 과거는 떠나보낸다.




그리고, 가끔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자책하거나, 쓸모가 없어 보이는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있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이것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인생이나 나의 인생이 하찮지 않듯, 그 어느 누구의 인생도 하찮은 인생은 없다. 또, 어느 누구도 하찮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박수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걸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한 삶의 조건 : 내가 만들어가는 일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