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Dreaming>, 젊은날의 초상

내맘대로 풀어보는 올드팝송

by 늘 쪽빛바다

Sung by The Mamas & Papas


All the leaves are brown/ 잎은 죄다 갈색이고

and the sky is gray/ 하늘은 잿빛이네요

I've been for a walk/ 산책을 나갔어요

on a winter's day/ 겨울 어느날에



이 노래의 화자는, 하늘도 잔뜩 흐려있고 나뭇잎도 갈색으로 변해 바스락거릴듯한 추운 겨울날, 산책을 나섰다. 추운 겨울날에는 따뜻한 집안에서 고구마나 구운 밤을 먹으며, 넷플릭스 영화나 한편 때리면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으련만.


아마도 화자의 집안은 냉기가 스며들고 고구마는 커녕 구운 밤도 나뒹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영화는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이리라. 그러니 화자는 차라리 회색빛 도시가 더 나은 공간이라고 느꼈기에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왔으리라.


이쯤되면 가련한 20대 초반의 내 모습도 투영되고, 내 동생들, 친구들, 그리고 이름모를 많은 젊은이들이 갈 곳 잃고 헤매는 모습이 그려져서 잠시 울컥해진다.




I'd be safe and warm/ 안전하고 따뜻할 수도 있으련만

if I was in L.A./ L.A.에 있다면

California dreaming/ 캘리포니아를 꿈꾸며

on such a winter's day/ 이토록 추운 겨울날에


화자의 고향은 따뜻한 캘리포니아인데, 아마도 성공과 부를 좆아서 뉴욕 어딘가로 온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추구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이 흘러가지 않는다. 어쩌다 운좋게 뭐라도 얻어걸리나 싶으면 다음번에 바로 언제 그랬냐싶게 고꾸라져 버리곤 한다.


화자는 이쯤에서 고향을 떠나온 걸 잠깐 후회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돌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따뜻한 남쪽의 고향을 떠나올 땐 옴팡지게 마음 다잡고, 성공해서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대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건 버겁기만 하다.




Stopped in to a church/ 어느 교회로 들어갔죠

I passed along the way/ 길을 따라 가다가 무작정 말예요

Well, I got down on my knees/ 음, 무릎을 꿇었어요

and I pretend to pray/ 그리고 기도하는 척 했지요



대도시는 빽빽한 건물 숲으로 인해 덜 추울줄 알았는데, 여전히 춥고 시리기만 하다. 아마도 화자의 마음이 그토록 시린 탓이리라. 목적지도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마침 교회가 눈에 띄자, 화자는 언 몸을 조금은 녹일 수 있겠다싶어 무작정 들어간다.


교회로 들어왔으니 무릎 꿇고 기도하는 척이라도 해야 덜 민망할테지. 그러다 진짜 기도로 이어져, 잠깐이나마 언 마음에 위로라도 얹혀진다면 이보다 더 따뜻할순 없겠지. 또르르 맺히는 눈물 한 방울을 위안삼아 또 얼마간은 버틸 수도 있을 테니.




You know the preacher like the cold/ 알잖아요, 목사님은 추위를 좋아한단 걸

He knows I'm gonna stay/ 내가 교회에 있으려 한다는 걸 그분은 알아요

California dreaming/ 캘리포니아를 꿈꾸며

on such a winter's day/ 이토록 추운 겨울날에



교회는 좀 따뜻하려니 생각했지만, 목사님은 알뜰해서인지, 추위를 좋아해서인지 여전히 차갑고 썰렁한 기운이 가득하다. 그래도 바깥의 한기보다는 나으니 계속 기도하는 척이나 하고 무릎꿇고 있어야 하리.


더구나 교회도 예전같지 않아서, 십자가만 바라봐도 위안이 되는 시절은 지나버렸고, 가난하고 헐벗은 자의 손을 덥석 잡아주지 않음을 알아버렸다. 그러니 그를 위해 목사님이 난방을 켜줄리 없음에도 굳이 실망하지 않는다.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는 굳이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했고, 조금만 먹었어도 배고프지 않았는데, 대도시에서의 삶은 늘 춥고 배가 고프다.




If I didn't tell her/ 그녀에게 말만 하지 않으면

I could leave today/ 오늘이라도 떠날 수 있으련만

California dreaming/ 캘리포니아를 꿈꾸며

on such a winter's day/ 이토록 추운 겨울날에



대도시의 추위는 마음의 추위까지 더해져 뼛속깊이 아려오는 고약함이 있다.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따뜻한 고향 캘리포니아로 떠나고싶은데, 그 정도로 힘들고 지쳐있는데, 또 한가지가 발목을 잡는다.


평소에도 여자친구는 대도시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나보다. 어떻게해서든 대도시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그녀인데, 가끔은 조금씩 지치는 일도 있지만, 나름대로 대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그녀이기에 화자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버려? 그러자니 코즈모폴리탄 패턴에 적응해버린 여자친구를 잃게 되는 것이고, 대도시에 남아있자니 이다지도 긴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두렵기만 한데.


도시에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꿈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긴 <캘리포니아를 꿈꾸며>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현재 진행형이다. 왕가위 감독이 <중경삼림>에서 이 곡을 미장센으로 사용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오늘은 오랜만에 <중경삼림>을 다시 한번 봐야 겠다. 그럴려면 후다닥 나가서 콘칩부터 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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