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John Denver
You fill up my senses like a night in a forest/ 당신은 내 감각을 채워주죠, 숲속의 밤처럼
Like the mountains in springtime, like a walk in the rain/ 봄날의 산처럼, 빗속을 걷는 것처럼
Like a storm in the desert, like a sleepy blue ocean/ 사막의 폭풍처럼, 고요히 잠든 푸른 바다처럼
You fill up my senses, come fill me again/ 당신은 내 감각을 채워 주죠, 와서 다시 채워 주세요
이 노래는 사랑에 대한 비유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연작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나뭇잎 사이로 얼기설기 별들이 채워져 있는 “숲속의 밤”은 고흐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봄날의 산”은 또 어떤가? 분홍빛, 주황빛, 붉은색 꽃이 다투듯 피어나는 장면은 모네 작품에서 봄 직한, 두텁되 무겁지 않은 질감을 연상시킨다.
“빗속을 걷는” 기분은 또 얼마나 상쾌한 해방감을 주는지. 짧은 대사마저 노래로 입혀진 고전 영화, <쉘부르의 우산>이 떠오른다. 이토록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연가를 마구 읊조리는 남자라면 낭만만 부르짖다 굶어죽어도 좋을 것 같다.
“사막의 폭풍”은 또 어떤가? 끝없이 이어지는 평평 밋밋한 베이지색 사막을 걷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작열하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쨍쨍한 사막에서,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에 휘감겨 있는거다.
얼마나 익사이팅하고 스릴링하고 다이내믹할지. 물론 폭풍우에 휩쓸려 죽지나 않을까 두려움도 있으리라. 사막의 폭풍우로 눈뜰 새 없이 몰아쳐가는 롤러코스터를 몇 바퀴 돌고 나서 겨우 정신줄 붙잡고 보면, 그 또한 격정 가득한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모래알 하나에도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음을 말해준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가 떠오른다.
“고요히 잠든 푸른 바다”는 윤슬을 즐겨 그리는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오랜 황금빛 나날>(Long Golden Day)이 떠오른다. 살랑살랑 바람 이는 물결 위에 햇빛이 깃들어, 보석처럼 빛나며 찬연하게 부서지는 윤슬을 보고 있으면 황홀경이 따로 없다.
폭풍우에 감겨 정신없이 허둥지둥 보낸 하루의 끝에 찾아오는 고요한 단잠같은 휴식은 또 얼마나 달콤한 위로인가. 화자의 그녀는 파스텔톤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일깨우는 사람이다.
Come let me love you, let me give my life to you/ 와서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내 삶을 당신께 바치게 해주세요
Let me drown in your laughter, let me die in your arms/ 당신의 웃음에 빠지게 해주세요, 당신의 품에서 죽게 해주세요
Let me lay down beside you, let me always be with you/ 당신 옆에 눕게 해주세요, 항상 당신과 함께 있게 해주세요
Come let me love you, come love me again/ 와서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세요, 와서 다시 사랑해 주세요
연인의 웃음 속에 푹 빠져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웃음 버튼이 작동되면, 별것 아닌 것에도 쓰러질 듯 웃을 수 있다. 연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은, 아찔할만큼 아름답다.
게다가 “당신의 품속에서 죽게 해달라”니. 시어에서 “죽음”은 환희의 절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단어 그대로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램이어도 좋으리라.
절절한 사랑의 비유가, 달달한 리듬을 입고 우아한 왈츠 스텝을 밟기라도 하듯 사뿐사뿐 하늘거리는 느낌의 곡은 잠깐동안 다른 세상으로 이끌어준다.
피톤치드 가득한 깊은 숲길에서 치유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 곡은 존 덴버가 연인 애니에게 선물하여 결혼까지 했으나, 그녀를 마구잡이로 두들겨 패는 일이 잦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사막의 폭풍우”는 이따금씩 정신을 고양시켜주지만, 빈번하면 상습적 폭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존 덴버는 정작 자신의 마음 속 폭풍우를 잠재우는 방법을 몰랐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