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Fool’s Garden
I'm sitting here in a boring room/ 여기 지루한 방에 앉아있어요
It's just another rainy Sunday afternoon/ 그저 또 다른 비오는 일요일 오후일 뿐이죠
I'm wasting my time, I got nothing to do/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요, 할 일이 없어서요
I'm hanging around, I'm waiting for you/ 어물쩡거리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죠
But nothing ever happens, and I wonder/ 하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데, 왜 그럴까요
화자는 히키코모리처럼 꼼짝하지 않고 방에만 있다. 깊은 절망이나 좌절에 빠진 사람들은 은둔의 동굴을 찾는다. 어제가 오늘이런 듯, 오늘이 어제런 듯 지루한 날들이 이어지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못한다. 혹시 그녀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본 적이 있다. 그때는 걸면 걸리는 걸리버 마저 없었던 시절이어서, 당최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집으로 전화했더니 벌써 나갔다하고, 그때부터는 달리 행방을 찾을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센스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늦는다거나 급한 일이 생겼으면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전화라도 걸어 애꿎은 사장님께 부탁이라도 할 수 있었으련만.
다급한 상황으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는 경우에는, 이를 알 리 없는 상대방만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사례 중에는, 다방의 성냥갑 한 통을 다 써서 성을 짓고 허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장장 일곱 시간을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설마 나타나겠지 하면서 기다리다가 나중에는 기다린 시간이 아까와서 조금 더 기다리고. 그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장님이 물이라도 한 잔 더 드시라고 시간마다 권유하고. 어느새 호기심 천국인 사장님이 은근슬쩍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다정하게 사연을 물어오고. 그러다 정분나서 그 사장님과 결혼까지 한 사례를 알고 있다. 이 정도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그녀가 차라리 귀인이리라.
I'm driving around in my car/ 차를 몰고 있어요
I'm driving too fast, I'm driving too far/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멀리 달리고 있어요
I'd like to change my point of view/ 내 관점을 바꾸고 싶어요
Feel so lonely, I'm waiting for you/ 너무 외로워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But nothing ever happens, and I wonder/ 그러나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 정말 궁금해요
기다림은 대개 전형적인 패턴을 따른다. 처음에는 좀 느긋하게 기다린다. 교통 상황도 있을테니 기다리면 오겠지. 10분쯤이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아니, 20분까지는 괜찮아. 30분 기다려도 안 오면 그냥 확 가버릴거야. 잠깐만, 기다린 김에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그 다음 단계는 분노로 이글거린다. 올 때가 한참 지났는데, 왜 안오지? 나를 무시하나? 약속을 우습게 아나? 제때 오는 것을 자존심 빠진다고 생각하는건가? 이럴거면 약속을 왜 잡았냐고? 얘 미친거 아냐? 이제 너와는 끝이야. 도대체 개념이 없어, 개념이. 오늘이 마지막이니 마지막 인사라도 할까? 5분만 더 개겨볼까?
그러다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오는 단계에 이른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이럴 사람이 아닌데. 필시 무슨 일이 생긴거야. 버스 바퀴가 빵꾸났나? 집에 불이 났나? 갑자기 쓰러졌나? 급히 서둘러 오다가 횡단보도에서 사고라도?
이 노래의 화자도 이런 기다림의 단계에 이르렀다가 마지막에는 상상의 힘을 발휘한다. 오지도 않는 여자친구를 망연자실 기다리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차를 몰아 빨리 달리는 상상을 한다. 바쁠 것 없이 느릿한 생활패턴을 벗어나면 좀 나아질 수도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화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현재 관점을 바꾸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면 여자친구가 자신의 세상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외롭기 때문에 하염없이 그녀만 기다리고, 그녀로부터 아무 연락도 없으니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하기만 하다.
I wonder how, I wonder why/ 어째서인지, 왜 그런지 궁금해요
Yesterday you told me about the blue blue sky/ 어제 당신은 푸르디 푸른 하늘에 대해 말했죠
And all that I can see is just a yellow lemon-tree/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노란 레몬나무 뿐이에요
I'm turning my head up and down/ 머리를 위 아래로 돌리고 있어요
I'm turning turning turning turning turning around/ 주위를 돌고 돌고 돌아요
And all that I can see is just a yellow lemon tree/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노란 레몬나무 뿐이에요
Sing, da da da la la dee la la/ 노래를 불러요, 다다다랄라 디랄라
그녀는 여전히 오지 않고, 화자는 어제 그녀가 했던 말을 되감아 생각한다. 그녀는 푸른 하늘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화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무심한 듯 서 있는 샛노란 레몬나무에 더 눈이 갔다.
그토록 많은 나무 중에서 왜 하필 레몬나무일까. 진한 원색이 주는 색채감은 무채색의 삶을 살고 있는 화자에게 하나의 동경이고 자극이다. 레몬처럼 상큼하고 시린 과육의 삶을 살고싶은데,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상상일 뿐이다.
이 곡은 J. 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어린 제제가 성장하여, 레몬처럼 톡 쏘는 어른의 모습으로 투영된 것 같다. 어린 시절, 가난과 아버지의 폭력으로 우울한 삶을 살았던 어린 제제에게, 라임오렌지나무는 삶의 도피처 였다. 울적한 날이면 나무와 대화 하면서 상상력의 힘으로 치유를 받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른이 된 화자도 그토록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따분한 나날의 삶에서, 레몬나무라도 있기에 겨우 버틸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화자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상상력 치유는 어린 시절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헤쳐나가야 한다.
I'm sitting in here, I miss the power/ 여기 앉아있어요, 힘이 그리워요
I'd like to go out taking a shower/ 씻고서 나가고 싶어요
But there's a heavy cloud inside my head/ 하지만 머릿속에는 무거운 구름이 있네요
I feel so tired put myself into bed/ 너무 피곤해서 겨우 침대에 누워요
Well, nothing ever happens, and I wonder/ 음, 아무일도 생기지 않으니, 정말 궁금해요
화자도 사람들 속에 섞여지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머리 속에는 무거운 구름, 자신을 짓누르는 우울이 드리워져 있다. 무거운 구름은 언제라도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릴 것이고, 견딜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에 결국은 침대에 누워서 이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할 뿐이다.
침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가 여자친구라고 믿고 있는 그녀는 그저 친구일 뿐, 뜨겁고도 진지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화자에게 따뜻함을 주고받는 사랑이 있다면 이토록 짙은 외로움과 무기력의 나락 속에 빠져있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한 누군가로부터 진심어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이미 사랑이 주는 충만함을 경험했기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 않는다. 화자가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나약한 친구를 가끔씩 만나서 푸념을 들어주는 착한 여자인 것 같다. 다만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모호한 화자는 그녀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Isolation is not good for me/ 외로움은 나에게 좋지 않아요
Isolation, I don't want to sit on a lemon tree/ 외로움, 레몬나무 위에 앉아있고 싶지 않아요
I'm stepping around in a desert of joy/ 즐거움의 사막을 걷겠어요
Baby anyhow I'll get another toy/ 어쨌거나 그대여, 난 다른 장난감을 가질거예요
And everything will happen, and you'll wonder/ 그러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게 될거고, 당신은 궁금할테죠
화자는 자신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음을 알고 있다. 더 이상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위안을 얻는 어린 제제가 아님을 안다. 상상력만으로 냉혹한 현실을 버텨낼 수 없음을 아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상상이 자신을 구원해주었던 어린시절은 이미 끝나버렸다.
이제는 두꺼운 이불을 걷어내고 나와서, 성큼성큼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사람은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승냥이처럼 물고뜯을 것이다. 아무리 이불 밖이 위험하다해도, 뜯긴 상처에 위로의 고약도 발라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사막을 걷는 일은 힘든 고통이 따른다. 매서운 모랫바람과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모래더미에 수도 없이 발이 푹푹 빠지기도 하겠지만 화자는 이마저도 즐거움으로 견뎌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인생을 더 이상 고통의 사막이 아니라, 즐거움의 사막으로 받아들이고 한발을 내딛고자 한다.
레몬나무를 바라보면서, 무료하고 따분하게 여자친구나 기다리던 일이 그의 놀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만의 규정속도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 좀 더디면 어떠랴. 방구석에서 음울하게 있는 것보다는 천천히 발걸음 내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다. 그러다보면 성숙한 어른의 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의 가사가 주는 정교함은, 마지막 연이 줄곧 “And I wonder”로 끝났는데, 마지막 연에서는 “And you’ll wonder”로 끝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온통 자신만의 비생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자의식을 분연히 떨쳐내고 변화된 삶을 살게 되면, 그녀가 자신을 궁금해하리라 것이다. 이것은 상대방의 관점도 헤아려보는 여유가 생겼음을 뜻한다.
화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제제에게 라임오렌지나무가 추억이듯, 어른이 된 제제에게 레몬나무 또한 추억으로만 남기를. 그래서 ‘환상 속의 그대’가 아니라 ‘현실의 그대’를 찾기를. 우울함 잔뜩 묻힌 채 ‘방콕’하지말고, 당장 나가서 환한 햇살받으며 동네한바퀴라도 걸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