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Engelbert Humperdinck
Please release me, let me go/ 부디 날 놓아주오, 떠나게 해 주오
for I don't love you anymore/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To waste our lives would be a sin/ 인생을 낭비하는 건 죄가 될 거야
Release me and let me love again/ 날 놓아주고, 내가 다시 사랑하게 해 주오
이 곡은 새로운 연인이 생긴 남자가, 현재의 연인에게 제발 좀 헤어져달라고 처절하게 애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elease me”라는 표현 자체에 이미, 구속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애닳을 정도로 녹아있다.
새로운 연인과 새롭게 알콩달콩 사랑을 일구고 싶은 남자에게, 현재 연인은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그녀는 화자의 새로운 사랑을 구속하는 짐짝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표현은 그 유명한 탈주 영화, <빠삐용>(Papillon, 1974)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사이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빠삐용은, 어느 날 꿈에서 자신을 기소한 검사를 만난다.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하는 빠삐용에게 검사는 “인생을 낭비한 죄”야말로 최악의 죄라고 말한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죄라면 어느 누구도 죄의 그물을 뚫고 나갈 수 없으리라. 그러나 빠삐용은 더 이상 감옥에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탈옥에 성공한다. 고립무원의 감옥에서 친구가 된 드가는 탈옥을 포기하고 그곳에 남지만, 드가의 선택 또한 그의 삶의 방식이기에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곡의 화자는 빠삐용처럼 진중한 인생관으로 “인생을 낭비하는 죄”를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멋진 영화 대사를 끌어와서라도, 어떻게든 현재의 연인과 헤어지려는 것이다. 그지없이 쪼들려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다리를 정리하려 저리도 애쓰고 있으니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쯧!
I have found a new love, dear/ 새로운 사랑을 찾았어, 그대여
And I will always want her near/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
Her lips are warm while yours are cold/ 그녀의 입술은 따뜻해, 당신의 입술은 차갑지만
순전히 현재의 연인에게서 벗어나려, “인생을 낭비하는 죄”를 범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고상한 핑계를 갖다 붙였다만, 그게 안 먹혔나 보다.
이번엔 에라 모르겠다, 대놓고 센 이유를 들이댄다. 다른 연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족한지 입술 드립까지 친다. 사랑이 식어서 차가운 너의 입술과, 사랑 가득 따뜻한 그녀 입술이라고 라?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내가 그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듣고 있다면 어떨까 잠시 감정이입을 해본다. 더럽고 치사해서 “알았으니, 꺼져!”라며 썩은 미소 한 방 날려주며 쿨하게 반응할까?
아니면 무시당하고 모욕당한 앙갚음으로, 온갖 쌍욕과 함께 뺨따귀 폭력으로 응징이라도 시도할까? 나는 워낙 뒤끝이 오진 탓에, 어찌할지 도통 모르겠다.
Please release me, can't you see/ 부디 날 놓아주오, 모르겠어?
you'd be a fool to cling to me/ 나에게 집착한다면 당신은 바보일 거야
To live a lie would bring us pain/ 거짓으로 사는 건 우리에게 고통을 줄 거야
So release me, and let me love again/ 그러니 날 놓아주오, 내가 다시 사랑하게 해 주오
그래, 다 좋다 치자. 화자는 갈수록 선을 넘는다. 그래도 한때는 연인이었는데, 자기가 변심해 놓고, 오히려 그녀를 탓한다. 자기에게 집착하는 바보라질 않나, 마음 떠난 자기를 붙잡고 있는 것은 거짓 사랑이라 질 않나.
이런 남자라면 뻔뻔함의 정도치가 수준 미달급이라, 쌍욕을 해도 에너지만 낭비하는 것이고, 뺨따귀를 때린다 해도 손바닥이 아까우리라. 그러니, 어서 가려무나, 하고 등 떠밀어 보내줘야 된다. 그의 새로운 그녀에게도 이런 꼴을 고스란히 연출할 날이 또 있을 테니.
오히려 놓아달라고 애원한 화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못난 남자로부터 벗어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게도 자신을 놓아달라고 애원했지만, 정녕 구속에서 해방된 사람은 그 말을 듣는 그녀가 될 것이다. 이 지독한 패러독스에 잠깐 손뼉을 쳐본다.
당장은 조금 쓰라릴지언정 두고두고 안도의 가슴 쓸어내릴지니, 시크하게 한 마디만 훅 던져주면 된다. “멀리 안 나간다이, 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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