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rborough Fair>,부디 날 잊고 사시오

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by 늘 쪽빛바다

Sung by Simon & Garfunkel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백리향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내 얘기를 전해주세요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그녀는 한때 진정한 내 사랑이었거든요



이 곡은 중세 영국에서부터 이어져 온, 아주 오래된 구전민요이다. 그것을 폴 사이먼이 다듬고 노래 중간중간에 시를 암송하는 형식으로 다시 만들었다. 사이먼의 시로 인해, 전쟁의 잔혹함이 증폭되는 효과가 더해졌다.


스카보로는 영국 동쪽에 있는 해안도시인데, 중세에는 이곳에장이 열렸다고 한다. 알려져 있는 작품의 배경은, 전쟁터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병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풀에게 이루지 못한 사랑을 탄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곡은 서정성 짙은 리듬과 몽환적인 가사, 거기에 구닥다리 명분으로 총을 쏘는 전쟁의 무모함이라는 사회적 정서까지 환기시켰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시 부분은 제외하고, 죽어가는 남자의 넋두리인 가사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화자의 연인은 스카보로에 살고 있다. 장이 서면 그녀도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올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어가는 화자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비탄에 잠겨 절망의 나날을 이어갈 연인을 염려한다. 젊은 나이에 전쟁터에서 죽는 것도 애달프고 억울하련만, 남아있는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Tell her to make me a cambric shirt/ 삼베옷 하나 만들어 달라고 그녀에게 말해주세요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백리향

Without no seams nor needlework/ 이음새도 없고 바느질도 없는 옷요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그러면 그녀는 진정한 내 사랑이 될 거예요



야전에서 죽어가는 병사가 얼마나 오래 버틸수 있을까. 더구나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면 누군가에게 소리 내어 말할 기력도 없을 것이다. 화자는 저 멀리에서 무심히 걸어오는 행인이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으리라. 아니면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망연히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죽음을 앞두고 섬망증세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인이건, 하늘이건, 들풀이건 화자가 말을 거는 대상은 누구라도 상관없다. 스카보로 시장에 가는 거냐며, 상상으로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 가고 안가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무나, 무엇이나 붙잡고라도 연인에게 자신의 부고를 알리고, 이후의 삶을 잘 꾸려가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다.


그녀를 만나거든, 솔기도 없고 바느질 흔적도 없는 삼베옷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하란다. 그것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는 단서를 덧붙이면서. 원단을 통째로 걸치지 않고서야 바느질 없는 옷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셔츠를 만들어달라고 했으니, 팔도 있어야 되고, 앞판과 등판도 붙여야 된다.


연인이 화자의 비현실적인 부탁을 듣는다면, 황당함으로 고민과 번민을 거듭하겠지. 그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요구한 화자를 조금쯤 원망할 것이다. 동시에 그걸 해낼 수 없는 자신의 한계도 느낄 것이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연인에 대한 사랑은 옅어져 갈 것이고, 미련도 서서히 걷혀가리라.


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백리향은 고통을 잊게 해주는 치유의 허브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주제와 상관성을 갖는다. 허브 구절의 반복은 화자 없이 강퍅한 세상을 살아나갈, 연인의 앞날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


망자가 되었으나, 너무도 강렬했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넋이 채 연소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자는 망령이 되어 떠돌기에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망자에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정도로 넋이 빠진 사람도 있다. 화자는 죽어가는 자신의 넋도 위로받고, 연인의 넋도 구해줄 자구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저히 해낼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 내지는 '소원 임파서블'을 고안해 낸 것이었다.




Tell her to find me an acre of land/ 날 위해 1 에이크의 땅을 찾아달라고 말해주세요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백리향

Between the salt water and the sea strands/ 바닷물과 바닷가 사이에 있는 땅을요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그러면 그녀는 진정한 내 사랑이 될 거예요



화자는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과의 사랑을 잊고 살수 있을만한 두 번째 아픈 소원을 제시한다. 그것은 땅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바닷물과 바닷가 사이에 있는 1 에이커의 땅인데, 우리 식으로 환산하면 3천 평에 해당하는 제법 큰 땅이다. 큰 산을 끼고 있는 땅도 아니고, 드넓은 평원에 있는 땅은 더더욱 아닌, 바닷물과 바닷가 사이에 있는 땅이라니.


밀물에 밀리고 썰물에 썰려가는 그런 땅은 당최 쓸모가 없다. 밀려오면 없는 땅이고, 썰려가면 겨우 잠깐만 내 땅일 뿐이다. 연인이 혹여라도 이런 부탁을 듣는다면, 아무리 순정녀라 할지라도 “What the f~”로 시작하는 험한 욕이 나올지도 모른다. 왜, 내친김에 아예 밤하늘의 별도 닦고, 옆에 있는 달 표면도 쓸고 오라지. 오면서 별똥별 두어 개 주워오는 건 옵션이람서,라며 길길이 날뛸 수도 있다.


이런 무모한 방식을 쓰면서까지,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잊고 살도록 애쓰는 화자가 너무도 애처롭다. 이 모든 것은 화자가 산자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욱 눈물겹다. 무논리, 비논리라도 끌어들여 그녀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확신케 하여, 남아있는 그녀의 삶이 그나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다.




Tell her to reap it with a sickle of leather/ 가죽 낫으로 풀을 베라고 말해주세요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백리향

And gather it all in a bunch of heather/ 그것을 모두 한 다발의 풀꽃으로 묶으라고 해주세요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 그러면 그녀는 진정한 내 사랑이 될 거예요



이번에는 가죽낫으로 풀을 베어 한 다발의 풀꽃을 만들어보라는 주문을 한다. 아무리 빳빳한 가죽이라도 풀을 벨 수는 없다. 하물며 가죽낫이라니. 흐물흐물한 가죽으로 어떻게 풀을 베고 풀꽃다발씩이나 만들 수 있으랴. 화자는 세 번째 소원도 가당찮은 것을 부탁하면서, 그녀를 긁어 포기하게끔 한다.


소림사 권법으로도 안 될, 살아있는 어떤 달인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부탁받은 연인은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으리라. 세 개의 황당한 소원을 들은 그녀는 전투력을 상실하여, 연인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는 결론과 함께, 자연스럽게 체념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화자가 고스란히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화자의 소원은 그녀에게 전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화자가 불러 세운 섬망 속의 행인이랄지, 하늘의 구름이랄지, 들풀이랄지, 모두 화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죽어도 사랑은 죽지 않은 어느 젊은 남자의 고요한 넋두리는 두고두고 가슴저미는 이야기로 회자될 법하다. 그녀로 하여금 자신을 잊고 살게 하고자, 불가능한 세 가지 소원을 고안해 낸 화자는, 역설적으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되는 이쯤에서, 오늘은 ‘미션 파서블’ 하나쯤 날려보는건 어떨까. 이를 테면 오늘 만나는 지인들에게 살포시 허그하기,그런 걸루. 민망할 땐 상대방 등을 툭툭 치며, 하하 웃으면 덜 어색하려니.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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