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Beetles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지난날에는 내 모든 고통이 저 멀리 있는 것 같았죠
Now it looks, as though they're here to stay/ 지금은 그 고통이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아요
Oh, I believe in yesterday/ 오, 지난날이 좋았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아픈 나날이 있다. 형태와 색깔이 다를 뿐, 누구의 아픔이 더 컸노라, 더 작았노라 말할 수 없다. 이고지고 사는 고통과 아픔에, 약간의 고명 같은 기쁨이 있을 뿐이다. 그 짧은 기쁨의 순간을 맛보려 줄기차게 달리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 그 끝에서 무지개를 볼 수도 있고, 되레 비만 홈빡 맞을 수도 있다. 마치 제비뽑기라도 하듯, 끝에 어떤 것을 거머쥐게 될지 모르기에, 인생은 흥미로운 수수께끼인지도.
지난날의 아픔이 아무리 컸어도, 지나버린 과거일 뿐이다. 그러니 오늘의 아픔이 가장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화자는 지금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얼마나 힘들면, 지난날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가벼웠노라 생각할까. 지난날의 고통은 저 멀리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차라리 지난날이 더 좋았다면서 오늘의 고통을 견뎌보려 애쓴다.
Suddenly, I'm not half the man I used to be/ 갑자기 난 예전보다 못한 사람이 되었어요
There's a shadow hanging over me/ 나에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네요
Oh, yesterday came suddenly/ 오, 지난날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화자는 극복하지 못한 아픔을 열등감으로 폭주시킨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왜 갈수록 못난 사람이 되어갈까, 생각하며 스스로의 그림자에 갇혀버린다. 옛 시절의 빛바랜 영광 나부랑이만 뒹구는, 먼지 쌓인 마음 창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의 삶을 살아야 되는데, 과거의 화려함에 머물러 있는 그런 사람.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암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블랑쉬는 한때 남부에서 대농장을 소유한 부모님 덕에 부유한 삶을 살았고, 영어 선생님이라는 사회적인 커리어도 있었다.
그러나 남부는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줄곧 몰락의 격변을 겪었고 블랑쉬 부모님의 대농장도 서서히 망해갔다. 게다가 잇단 가족의 죽음으로 블랑쉬가 지탱하던 정신적인 기둥도 허물어져 갔다. 더구나 남편의 권총자살 이후, 학생과의 연애 사건으로 학교에서도 쫓겨난 블랑쉬는, 하나뿐인 여동생 스텔라의 집을 찾는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몸도 맘도 바스러질 듯 연약한 블랑쉬는 스텔라의 집을 찾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묘지라는 곳에서 갈아탄 뒤,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린다. 하지만 그녀는 몰락 이전의 화려한 과거의 모습을 애써 연출하면서, 현실의 나락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Why she had to go I don't know, she wouldn't say/ 그녀가 왜 떠나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말없이 떠났어요
I said something wrong, now I long for yesterday/ 내가 험한 말을 했지만, 이제는 지난날을 그리워하네요
이 곡의 남성 화자는 말도 없이 떠나버린 연인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그녀에 대한 추억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그녀가 왜 떠났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잘못했던 것만 떠오른다. 미워하며 헤어졌어도, 자신이 못해준 것만 기억한다면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곡의 가련한 남성 화자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도 미치라는 남성 인물이 등장한다. 어렵게 찾아온 동생네 집에 얹혀 살게 된 블랑쉬는 여동생의 남편이 벌이는 포커게임에서 그의 친구인 미치를 만난다.
의탁할 곳 없이 불안정한 블랑쉬는 미치에게 기대고자 했으나, 계산적이고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한 제부가 블랑쉬의 과거 행적을 폭로하면서, 미치는 블랑쉬에 대한 마음을 접게 된다. 스텔라가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에 가 있는 동안, 블랑쉬는 제부에게 겁탈을 당했다. 가뜩이나 연약한 정신의 마지막 지지대마저 후두둑 무너진 블랑쉬는 정신병원 직원들에게 끌려간다. 포커게임을 하면서 이 장면을 지켜 본 미치는 괴로움에 휩싸이고 무대는 막을 내린다.
Yesterday, love was such an easy game to play/ 지난날, 사랑은 그렇게도 쉬운 그런 게임이었죠
Now I need a place to hide away/ 이제 난 숨을 곳이 필요해요
Oh, I believe in yesterday/ 오, 지난날이 좋았던 것 같아요
블랑쉬에게 사랑은 쉬운 게임이었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았고, 화려한 옛날의 영광에 취해 현실의 비루함을 애써 감추고자 했다. 주름진 얼굴을 감추고자, 빛이 환하게 드러나는 램프에 종이갓을 씌웠고, 날카로운 현실 얘기는 에둘러 피했다. 그렇게 현실을 견딜 힘은 점점 무디어져 갔고 과거라는 은신처에 숨고자 했다.
과거의 영광이 아무리 빛났어도, 칼집에 든 무딘 칼일 뿐이다. 과거에 매달려 살다보면 현실의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기 쉽다. 블랑쉬의 경우에는 겨우 지탱하고 있던 정신이 댕강 두 동강 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사초에서 벗어나 그냥 떠도는 오래 전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본다, 외국의 문학 비평가들이 모여 문학 작품 속 숱한 인물 중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을 뽑아봤다고 한다. 거기에서 블랑쉬가 1등 먹었다는데, 1등이라고 손뼉 치며 반길만한 얘기가 아니어서 더 슬프다.
지난날의 환영에 갇혀 오늘의 현실을 살지 못하면, 블랑쉬처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묘지라는 곳에서 갈아탄 뒤,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극락이라고 믿었던 곳은 현실에서는 지옥일 뿐이다.
이 곡의 남성화자가 미치가 되었건, 또 다른 미치 류가 되었건, 혹은 성별을 건너뛰어 블랑쉬 류가 되었건 상관없다. 어제를 살아낸 결과가 오늘이고, 오늘을 잘 살아야 내일이라지만, 어제와 내일은 잊어버리고, 오늘, 지금 당장을 진하게 살면 그게 극락 체험이 아닐까.
이미지: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