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James Taylor
Hey girls, gather round/ 거기, 아가씨들 모여보세요
Listen to what I'm puttin' down/ 내가 얘기하는 걸 들어봐요
Hey, baby, I'm your handy man/ 거기 이쁜이, 난 당신의 수선공이에요
이번에는 좀 황당 유쾌한 작품을 골라보았다.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경박함으로 인해, 마음의 빗장은 쉬이 풀린다. “핸디맨”은 뭐든 쉽게 뚝딱 잘 만들거나 고치는 사람이다. 때에 따라선 까다롭지 않아, “다루기 쉬운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주는 홍반장 같은 사람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이런저런 자투리 일들을 해결하곤 한다.
이런 수선공이 화자가 되어, 처음부터 떠들썩하게 여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흡사 장날에 좌판이라도 벌인 것 같다. 몸빼 바지 들고 “골라, 골라!” 하는 젊은 총각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도대체 온갖 여자들 다 모아서 뭘 하자는 걸까.
I'm not the kind that uses pencil or rule/ 연필이나 자를 사용하진 않아요
I'm handy with the love, and I'm no fool/ 사랑을 다루는 수선공이지, 바보 아니에요
I fix broken hearts, I know that I truly can/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는데, 난 그걸 정말 잘할 수 있단 걸 알아요
어떤 일이건 다 해결해 주는 수선공이긴 한데, 그렇다고 연필이나 자를 사용하진 않는다고 자랑삼아 떠벌인다. 수선공이라면 정확한 치수를 재기 위해 작은 도구를 주르륵 장착하기 마련이다. 홍반장 부류는 어디서 그런 것만 모았을까 싶은 독특한 연장세트를 지니고 다닌다. 그래서 홍반장이 떴다 하면 뭐라도 한방에 해결하고, 잘난 척도 하지 않고 물 한 컵 시원하게 들이켜고는 시크하게 바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화자는 그런 자잘한 도구가 필요 없다. 사랑을 다루는 수선공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바보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여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 주려는 것이고, 화자는 그걸 정말로 잘한다고 자신한다.
카사노바는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해 준다며 떠벌이고 다니지 않았다. 18세기에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희대의 바람둥이로 모험을 즐겼던 카사노바는, 짧은 만남일지라도 매 순간마다 최대의 몰입도를 잃지 않았고, 더구나 기록으로 남겼다.
카사노바는 지적인 언어와 감성적인 눈빛으로 여성들에게 작업을 걸었고, 그런 방식에 스며든 여인들은 하나같이 추앙받는 기분에 한껏 업 되었다. 그러나 카사노바도 아닌 화자는 왜 저리도 여성의 아픈 마음을 수선해 준다며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니는 것일까.
If your broken heart, she needs repair/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에 수리가 필요하면
Then I'm the man to see, I whisper sweet things/ 그럴 때 봐주는 사람이 나예요, 달콤한 말을 속삭여 주거든요
You tell all your friends, they'll come running to me/ 친구들 모두한테 말해요, 나에게 달려올걸요
화자의 수선 방법은 상처받은 여성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예쁜 여자를 울린 남자는 바보 멍청이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한 사람은 잊어요.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넘쳐나니 이제 눈물 뚝! 필시 이런 따위 말을 하지 않을까?
다 좋다 치자. 그런데 화자는 여자들에게 입소문을 내달란다. 그러면 모든 여자들이 자기에게 달려올 거라며 큰소리를 친다.
신종 사기꾼이라기엔 치밀하지도 못하고, 어딘가 좀 모자란 것도 같다. 그렇게 모객하여 돈이라도 뜯어내겠다면 여자들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그런 말에 홈빡 속아 상처받은 마음 치유해 달라고 줄 서있을 여자가 있기는 하겠냐고?!
간혹 호기심 천국인 여자들도 있으니, 몇 명은 줄을 선다 해도, 그다음 스텝은 뭘까. 도대체 화자는 마음 수선공을 광고하며 뭘 얻으려 할까. 모든 여자들이 자기한테 달려오게 한 뒤 뭘 하려나. 번호표 나눠주고 줄 세우는 것에 짜릿함 느끼는 페티쉬가 있다면 몰라도.
Here is the main thing I want to say/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이거예요
I'm busy twenty four hours a day/ 난 하루 24시간이 바쁘답니다
I fix broken hearts, I know that I truly can/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는데, 그걸 정말로 잘할 수 있단 걸 알아요
화자는 여자들 마음 수선해 주느라 하루 24시간 내내 바쁘시단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카사노바도 아니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정성껏 달콤한 말을 해주느라 24시간을 올곧이 쓰려나 보다. 그런데 왠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다음 스텝은 밟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는 화자가 지나치게 떠벌이기 때문이다.
간악한 계획이 있다거나 사심을 채우기 위한 의도는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하리라. 벌써 화자의 꼬드김에 넘어갔네, 넘어갔어,라고.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come, yeah, yeah/ 오세요, 와 보세요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on, come, come, oh now/ 오시라니깐요
They'll come runnin' to me/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올 거예요
상처 입은 마음 달래준다며 여자들을 애타게 부르고 있는 화자야말로, 정작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가엾고 불쌍한 남자가 아닐까. 어차피 이번 생에선 누군가에게 위로받기는 글렀고, 같은 처지의 여자들에게 위로나 진탕 해주는 것으로 자기 마음의 위안을 삼고자 하는 건 아닐까.
화자야말로 마음 수선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 한가운데 뻥 뚫린 구멍을 메꿀 수 없어 수선공을 자처하며, 달콤한 말의 위로를 내세워 그리도 광고를 해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마음의 상처를 수선받겠다면서, 화자가 역으로 농락당할 수 있는 그림도 연하게 스케치해본다. 외로움을 다스릴 줄 알아야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하물며 법정스님도 외로움에 대해 “자기 빈칸은 자기가 채워야 된다”는 어록을 남기지 않으셨던가.
그러니, 수선공이여! 외롭고 상처 입은 여자들 마음 수선은 접어두시고, 그대의 외로움부터 기꺼이 껴안으시지요! 그대 내면의 웅크린 그림자부터 끌어내시길 권하옵나니.
이미지: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