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t to the Moon,가끔은 떠나고 싶다만

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2

by 늘 쪽빛바다

<Ticket to the Moon>, 가끔은 지구를 떠나고 싶다만

Sung by E.L.O (Electric Light Orchestra)


Remember the good old 1980's/ 좋았던 옛 1980년대를 떠올려보세요

When things were so uncomplicated/ 많은 것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던 때였죠

I wish I could go back there again/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And everything could be the same/ 그러면 모든 것이 그대로일 테죠



ELO는 밴드명에서 이미 무겁지 않게, 전자 오케스트라 형식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우아하면서도 몽환적인 기운을 잊을 수가 없다.


첫 소절은 “좋았던 옛 80년대를 떠올려보세요”라고 시작한다. 이 곡이 발표되었던 때가 1981년임을 감안하자면, 현재를 과거 시점으로 바라본 것이다. 한때 ‘미래일기’ 쓰기가 잠깐동안 붐을 이루었던 적이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치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상상해서 쓰다 보면, 자기 암시 효과로 인해 인생의 목표에 도달할 확률이 높아진다나 뭐라나.


이 곡은 ‘미래일기’와 데칼코마니처럼 접힌, 절반의 반대편을 노래한다. 미래에 와 있는 화자에게, 80년대는 많은 것들이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나 보다. 80년대를 아무리 우악스럽게 살아내었던들, 화자가 처해있는 미래시점에서 보면 “그저 좋았던 옛 시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과거는 지나가버렸기에 추억이 된다. 현재의 터널이 깊고 캄캄할수록, 차라리 험난했던 옛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I've got a ticket to the moon/ 달까지 가는 티켓 한 장을 샀어요

I'll be leaving here any day soon/ 언제라도 바로 이곳을 떠날 수 있어요

Yeah, I've got a ticket to the moon/ 그래요, 달까지 가는 티켓을 샀어요

But I'd rather see the sunrise, in your eyes/ 하지만 난 당신 눈에서 해 뜨는 걸 보는 게 더 좋아요



현실이 너무나 버거운 화자는 달나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달나라는 아무리 먼 미래시점이라 해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아무리 미지의 영역이라 해도 계수나무 옆에서 토끼가 한가로이 방아나 찧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쌀을 찧어 풍요를 약속한다고도 하고, 무병장수를 위해 불로초를 찧는다고도 하지만 모두 동양적인 화평의 축원일 뿐.


동양의 달은 그래도 낭만이 있고, 기원이 담겨있기라도 하지. 서양의 달은 변화와 광기, 마법의 아이콘이다. 실제로 미치광이를 뜻하는 ‘루너틱’(lunatic)은 “달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름달만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도 있다. 이렇듯 달은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화자가 미지의 달나라로 가겠다는 것은 뭐라도 변하고 싶은 절절한 심정의 반영이었으리라. 화자는 연인의 빛나는 눈을 '뜨는 ' 표현하며, 어슴푸레한 달보다 해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함에도 굳이 달나라 행 티켓을 사놓았으니, 연인과의 쓰라린 이별을 감당할 방법이 지상에서는 없었나 보다.




Got a ticket to the moon/ 달까지 가는 티켓 한 장을 샀어요

I'll be rising high above the earth so soon/ 머잖아 곧, 지구 위를 높이 오를 거예요

And the tears I cry might turn into the rain/ 내가 울며 흘린 눈물은 비로 변할지도 몰라요

That gently falls upon your window/ 당신 창문 위에 조용하게 떨어져도

You'll never know/ 당신은 알 수 없을 테죠



이별을 극복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화자는 달나라 행 티켓을 샀다. 숫제 모든 사람과의 연을 다 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울어도 봤을 테고, 원망도 했을 테고, 자기 비난도 했을 테지. 하지만 어느 것도 화자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나 보다.


연인에게만 올인하다 보니, 대안도 없고, 비상구도 찾지 못했던 화자의 유일한 탈출구는 달나라 밖에 없었다. 그곳이라고 해서 다른 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 팔 벌리며, “당신께 미지의 행복을 선물합니다” 라며 환영해 줄까. 천만에!


궤도를 벗어나기 전부터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으면, 눈물이 비로 변하여 연인 창가에 떨어지는 상상을 다 했을까. 정작 연인은 턱 괴고 앉아 비를 보며 므흣해서, 또 다른 낭만에 빠질지도 모를 일인데.




Ticket to the moon/ 달까지 가는 티켓

Fly, fly through a troubled sky/ 날으렴, 험난한 하늘을 뚫고 날으렴

Up to a new world shining bright/ 밝게 빛나고 있는 새로운 세계까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화자는, 최후수단으로 달나라에서 새로운 세상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신화 속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고자 더 높이 올랐다가 밀랍 날개가 태양빛에 녹아 추락하고 말았다.


화자는 이카루스와 대비를 이루며, 태양빛에는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신, 소심하게 달나라 가는 티켓을 사서, 이 세상으로부터 극한 도주를 하고자 했다.




Flying high above/ 하늘 높이 날고

Soaring madly through the mysteries that come/ 다가오는 신비로움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데

Wondering sadly if the ways that led me here/ 슬픈 얘기지만 궁금해요, 나를 여기로 데려온 길은

Could turn around and I would see you there/ 다시 돌릴 수 있는 건지, 그래서 거기서 당신을 볼 수 있을지

standing there/ 그곳에 서있는 당신을요



대기권을 뚫고 달나라행 로켓이 궤도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니, 화자는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졌다. 연인이 서 있는 지상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비록 헤어지긴 했어도 이따금씩 핑계 아닌 핑계를 들먹이며 볼 수도 있으련만. 달나라행 로켓을 타게 되면 그녀를 영원히 볼 수 없다.


어디 그녀뿐이던가. 부모 형제 친구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 화자를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아갈지. 연인과의 이별이, 다른 모든 인연을 끊어내는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




Ticket to the moon/ 달까지 가는 티켓

Flight leaves here today from satellite Two/ 오늘 비행은 위성 2호를 타고 이곳을 떠나요

As the minutes go by what should I do/ 몇 분 지나면 난 어떻게 하죠

I paid the fare but what more can I say/ 티켓값을 지불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It's just one way/ 편도표인데



위성 2호 로켓은 힘차게 쏘아져 지구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화자는 이미 티켓값을 지불했고, 곧 출발하게 된다. 막판에 이렇게 갈등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왕복티켓으로 사둘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든다. 그나마 열심히 모은 돈으로 겨우 편도표를 샀건만 조금 후에는 익숙했던 모든 것과는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 한다.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나, 뒤늦게 자괴감도 든다.


장면은 마치 연극의 정지상태(pause)처럼 끝이 난다. 출발하지 못하고 그냥 서있는 상태. 문을 열지는 못한 채 손잡이만 잡고 있는 상태, 뒤돌아보려 몸을 반쯤 돌렸지만 고개는 미처 돌리지 않은 상태. 포옹하려 두 팔을 벌렸으나 허공만 붙잡고 있는 상태. 혹은 달에서의 진공상태.


이 시점에서 나 또한, 하릴없이 꿈꾸는 탈출과 정지상태 사이의 묘한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시소를 타고 있음을 아련하게 지켜보게 된다. 가끔은 지구를 떠나 우주를 유영하고 싶지만, 그럴땐 반드시 왕복표를 준비해야 하리라.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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