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2
Sung by Simon & Garfunkel
April come she will/ 4월엔 그녀가 올 거예요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계곡물이 불어, 봄비로 넘쳐흐를 때
May she will stay/ 5월엔 그녀가 머물 거예요
Resting in my arms again/ 다시 내 품에 안겨
이 곡은 사랑의 비유로 가득한 한 편의 서정시이다. 맨 마지막 단어는 A-B-C-B (will, rain, stay, again) 형식의 전통적인 각운을 살려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었다. 형식도 이러할진대, 주제는 얼마나 더 공들여 다듬었을는지.
4월이면 그녀가 오고, 5월이면 내 품에 안겨 머문다. 때맞추어 그녀가 왔다 가는 것이 이 곡의 전체 내용인데, 도대체 그녀가 뭐길래, 지 맘대로 왔다 가냐고. 이쯤 되면 눈물 쏙 뽑아내었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그 유명한 학씨 아저씨의 “너, 뭐 돼?”가 절로 떠오른다.
그녀는 뼈와 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잊을만하면 또 찾아오는 사랑의 감정이다. 우리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소량의 들기름 한 바퀴 둘러야 될 걸 빠트린, 밋밋한 산나물과 뭐가 다르랴.
해마다 봄이 오면, 살랑거리는 봄바람 타고서 사랑이 찾아온다. 굳이 어떤 사람이 아니어도, 추상적인 사랑의 감정, 사랑의 느낌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허함이 느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으며, 괜히 먼 곳을 동경하여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여행을 질러보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랜 연애로 맹숭맹숭하던 연인도 부부도 서로를 새롭게 보게 되고, 목덜미에 아무렇게나 내려온 머리칼 한 올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이리라. 연인을 잃은 사람에게는, 막연한 그리움으로 사각거리는 비단 이불을 펼치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이리라.
June she'll change her tune/ 6월엔 그녀가 곡조를 바꿀 거예요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불안한 걸음으로, 밤에 돌아다닐 거예요
July she will fly/ 7월엔 그녀가 가버릴 거예요
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달아난다는 경고도 하지 않구요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5월까지만 해도 사랑의 감정은 내 품 안에 있었는데, 6월이 되니 갑자기 그 사랑이 변덕을 부린다. 날씨는 더워지기 시작하고 공기는 텁텁해지면서 사랑의 감정도 귀찮고 시답잖게만 느껴진다.
연인과 찰싹 붙어있는 것도 짜증 나고, 혼자도 건사하기 버거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러다 7월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사랑의 감정은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 사랑보다는 에어컨 바람과 과일빙수,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더 그리워하는 계절이 된다.
그렇게 어느새 사랑은 떠난다는 예고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고, 남아있는 우리는 정작 그런 감정이 없어져버린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August die she must/ 8월엔 그녀가 죽었음이 틀림없어요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가을바람이 쌀쌀하고 차갑게 불어오는
September I'll remember/ 9월엔 기억할 거예요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한때는 새로웠던 사랑이 이제 시들었음을
8월의 숨 막히는 무더위에는 사랑도 숨이 죽어 이미 기진맥진할 정도이다. 가뜩이나 뜨거움에 진저리 치는 계절에, 또 뜨거운 사랑이라고? 그런 사랑은 숨이 다 죽은 배추 이파리같이 너덜거리기 쉽다. 물론 한여름의 뜨거움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랑도 있겠지만, 뜨거운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얼음찜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여름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 되면, 봄날에 뭉실뭉실하게 피어올랐던 사랑의 감정이 저만치 가버렸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곧 더 추워지면 몸도 마음도 꽁꽁 싸매고 살아야 되기에, 새로운 사랑의 감정이 비집고 올 틈이 없다.
4월 어느 따뜻한 봄날에 불현듯 찾아온 사랑의 감정은, 후텁지근한 여름이 오자, 한 풀 꺾여 달아났다. 그리고 가을의 스산함과 함께 사랑의 감정이 시들어버렸다. 짧디 짧았던 봄날의 따뜻한 느낌은 추억만 남아있고, 그 추억의 힘으로 길고 긴 겨울을 보내야 한다. 또다시 돌아올 봄날엔 사랑을 오래도록 품으리라 다짐하면서.
<폭삭 속았수다>의 애순이 대사가 기억난다. “그때 봄이 봄인 줄 알았더라면 더 찐하게 살아볼걸”. 내년 봄에도 그 사랑은 또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고, 우리는 이런 사이클을 수십 년 동안 맴을 돌며 살겠지만, 올해 4월은 좀 더 말랑말랑하게 살아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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