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펼쳐보는 올드팝송
Sung by Paul Anka
Crazy love, crazy love/ 미친 사랑
It's just a crazy love/ 그건 미친 사랑일 뿐이에요
I love you so/ 당신을 그토록 사랑해요
But I still know it's a crazy love/ 하지만 그건 여전히 미친 사랑이란 걸 알아요
미쳤다는 것. 스스로의 한계 안에 갇혀버렸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미쳐버린 당사자가 자신이 미쳤음을 인지하고 있다면 미쳤다고 볼 수 없지만, 진공 상태의 삶이나 광기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제어하는 고삐를 놓아버린 사람은 주변 사람들마저 힘들게 한다.
예전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광인들이 제법 있었다. 허름한 행색에 초점 잃은 눈동자로 어딘가로 마구 돌진해가는 그들은 일말의 동정심마저 들게 하였다.
그 시절 대개의 광인들은 “나, 머리에 꽃 꽂았음”, 내지는 “내 상태는 좀 흐림”이라는 티를 내고 다녔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빵도 챙겨주고 우유도 챙겨주곤 했다. 그런 이들을 향한 인심조차도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가 꽃을 꽂고 다니는지, 상태가 얼마나 흐린지, 언제 소나기로 변하여 한바탕 소란을 피우게될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겉으로는 너무 멀쩡해서 광인인지 아닌지 금방 식별할 수도 없을뿐더러, 뒤틀린 욕망으로 저지른 흉흉한 사건에는 평소에 정신 질환이 어쩌고 따위의 변명이 으레 붙어 나올 정도다.
자, 이제는 노래 가사에 집중해 보자. 화자는 자신이 사랑에 미쳐있음을 알고 있다. 용량 이상의 지나친 사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도 좋지만, 일상생활도 해내어야 하고 사회생활도 꾸려나가야 하는데, 사랑이 지나쳐 도저히 다른 일은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은 차라리 아름답고 온건한 표현이리라.
Crazy love/ 미친 사랑
It's just a crazy love/ 그건 미친 사랑일 뿐이에요
What must I do/ 어떻게 해야 하나요?
To get through to you oh, my crazy love/ 당신 마음에 가 닿으려면요, 오, 미친 사랑
두 사람이 다 미쳤으면 그저 뜨거운 사랑이겠지만, 화자는 일방적인 사랑으로 혼자 애태우며 하루하루 더 미쳐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사랑이 상대방에게 닿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냉탕과 온탕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래 사랑이든 뭐든, 하나에 꽂혀서 팽이처럼 계속 돌리게 되면 정신머리도 돌 수밖에 없다. 거기에 스스로 팽이채가 되어 돌리고 돌리면 흐름을 멈출 수 없게 된다. 일방적으로 돌아가는 흐름에 가속도라도 붙게되면 속도도 방향도 걷잡을 수 없이 비틀어져 간다.
Every thing’s wrong/ 모든 것이 잘못되었어요
Heaven above/ 제발
Set me free/ 나를 자유롭게 해 주세요
from this crazy love/ 이 미친 사랑으로부터
이제는 고삐까지 풀려, 같은 자리를 맴도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지경이 되었다. 지나침으로 인해 꼭지점이 팽팽 돌기 시작하면 그 템포를 감당못하고 스스로 엉키기 시작한다. 엉켜있음은 얽매이는 것이고, 얽매인다는 것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독은 엉킴 때문에 위험하다. 스스로를 옳아매는 중독은 그 해악이 늪과 같이 질퍽해서, 점점 더 깊이 빠져들기 마련이다. 술, 담배, 도박, 수면제, 마약 따위만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다. 출구없이 중독된 사랑도 그지없이 위험하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all or nothing"의 승자 게임이라도 되는 양 덤벼드는 것은 때론 멋있는 쟁취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애정 과잉이거나 애정 결핍 중 하나일 뿐이다.
Don't, don't, don't, don't you see/ 당신은 모르죠, 그럼요, 몰라요.
What you are doing to me/ 당신이 나에게 뭔 짓을 하고 있는지를
You upset my heart/ 당신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어요
right from the start with your crazy love/ 처음부터 당신의 미친 사랑으로
화자는 자신이 미친 사랑에 갇혀버렸음을 상대방 탓이라 푸념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없는 자의 사랑은 늘 타인을 향해 화살촉을 돌리는 법이다.
미치는 것은 때로 황홀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학문을 접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미치지 않으면 통하지 않으리”라는 유명한 경구가 있잖은가. 책과 내가 무아지경으로 어우러질 때의 황홀감은 갇힌게 아니라 틀을 깨고 나아간 것이어서 한 단계 더 올라간 짜릿함이 있다.
비단 학문뿐이겠는가. 사랑도 소통 없이 고독한 팽이마냥 한 방향으로만 돈다면 어떻게 황홀경에 도달할수 있으랴. 투명한 거울 바라보듯,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거울을 닦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소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리라. 그런 다음 상대를 미칠듯 사랑한다면 이보다 멋진 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랑은 상대방의 시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곡의 화자처럼 미친 상태에서 몸부림치게 되고 급기야는 상대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며 애꿎은 남 탓만 하게 된다.
이런 사랑의 결말은 “너 땜에 내 인생 망했어”로 끝장나기 일쑤다. 이 노래의 화자처럼 미친 사랑으로 울부짖지 않으려면 사랑의 회로를 직렬 대신 병렬로 배치하고 자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 혼탁하고 각박한 세상을 견디면서 정신줄 붙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니 힘든 삶의 터널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는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박수쳐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