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험을 망치는 20가지 이유
"학교 선생님이 그랬어요. 이번 시험은 별로 안 어렵다고. 교과서만 열심히 잘 풀면 된다고 했어요."
제가 학생일 때도 그랬지만, 요즘 학생들 역시 순수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아이들 역시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지고 약간은 거칠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가 봅니다. 이번 시험은 쉬울 거라는 선생님의 말을 이번에도 찰떡같이 믿습니다. (믿고 싶은 거겠죠!) 그리고 정말 교과서 중대단원만 열심히 풉니다. 시간이 좀 남으니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도 예의상 풀어봅니다. 문제지나 모의고사 문제도 좀 풀어보라고 하면 "이번 시험은 쉽다고 했어요. 괜찮아요"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쉽다고 했으니 교과서에서 다 나오겠지, 생각하고 시험문제를 받습니다. 그리곤 분노가 차오릅니다. 그 분노는 곧 절망감으로 바뀌고요.
과연, 학교 선생님이 거짓말을 했을까요? 학교 선생님이 '쉽단다'하며 안심시키고 학생들 뒤통수를 탁, 치고 재밌다 생각할까요? 아니면 학생이 쉽다는 말에 방심해서 공부를 덜 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쉬운' 문제의 기준이 다른 걸까요.
같은 문제를 풀어도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풀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차함수의 접선의 방정식을 구할 때, 이차식의 판별식을 이용하는 중학생과 미분법을 이용하는 고등학생은 계산 속도는 물론이고 해당 문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적인 원리도 다릅니다. 미분을 이용하면 암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판별식을 쓰면 샤프심을 0.1mm 정도는 써야 할 걸요. 그러니 학생이 보는 수학 문제와 수학 선생님이 보는 수학 문제의 난이도는 꽤 다를 수 있어요. 물론 학생의 눈높이에서 난이도를 책정해주면 좋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의 입장은 학생의 처지와 100%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선생님에게 쉬운 문제가 학생에겐 쉽지 않을 수 있어요.
학생이 공부를 좀 덜 했을 수도 있죠. 쉽다고 했으니 정말 계산하는 문제만 나올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아니, 혹시 그걸 원한 건 아닌가요. 시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교육과정엔 각 단원마다 평가해야 하는 기준이 있고, 해당 평가기준에 맞는 문제가 출제될 거예요. 이차함수 꼭짓점을 구하는 문제만 20문제 출제할 순 없잖아요.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이차 부등식을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도 내야 하고 실수 x, y에 관한 부정 방정식을 실근 x로 재해석할 수 있는 해석에 관한 문제도 내야 하겠지요. 시험이 쉽다는 건,
손 놓고 있어도 풀 수 있는 사칙연산 정도의 문제를 내겠다는 게 아니에요. 평가 기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두 번 세 번 비틀지 않은 문제를 내겠다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선생님의 '쉽다'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학교를 k년 이상 다녔으면, 이제 더 이상 "이번 시험은 쉽단다~"라는 말에 흔들리지 마세요. 쉽다고 해도 어려울 수 있고, 어렵다고 해도 쉬울 수 있는 게 시험입니다. 그 말에 흔들리지 말고 교육과정 잘 확인하시고 해야 할 것을 잘 챙겨서 시험공부하세요. 쉽다는 시험에 어려운 문제까지 풀면 시간을 조금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시험은 어렵다 생각하고 준비합시다. 다들 방심하고 있는데, 나는 빡세게 준비했다면 상대평가인 내신에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잖아요. 또 수학은 조금 더 공부했다고 해서 절대 손해보지는 않을 거예요. 공부한 만큼 수학적인 감각이 늘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이번 시험은 쉽다던데요"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이번 시험은 쉽단다~"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지도 맙시다. 그냥 묵묵히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