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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현 Jul 12. 2021

다 아는 문제인데 계산 때문에 틀렸다고 생각한다

수학시험을 망치는 20가지 이유

바둑 액션 영화 <신의 한 수: 귀수>를 보셨나요? 평은 다양하게 엇갈리지만 저는 <신의 한 수>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바둑일 뿐인데, 그것에 자존심과 목숨을 거는 얘기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바둑 신동이 '귀수'라 불리기 전의 일입니다. 바둑판에서 이기면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뺏게 될 지도 몰라 망설이는 어린 귀수에게 그의 파트너가 이렇게 말합니다.

"계산만 하는 기계가 되야 한다." 


이 말, 너무 익숙하지 않나요? 어렸을 때 우리가 들어왔고 가끔 아이들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고민하지 말고 기계처럼 풀라는 말. 문제에서 오타 찾아내지 말고, 그림 이상한 것 지적하지 말고, 소위 '아닥'하고 문제 읽고 정해진 해법대로 풀라는 그 말. 저도 학원에서 수업할 때 가끔 사용합니다. "이런 문제는 고민하면 안 돼. 기계처럼 정답을 낼 수 있어야 하는 문제야."라고요. 


조심스레 많은 수학 강사들을 대변해보자면, 수학 문제 중엔 정말로 기계처럼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어요.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고요. 똑같은 걸 반복하다 보면 수학적인 구조가 눈에 보일 때가 있거든요. 동그라미를 수백번 겹쳐서 그리다 보면 그 안에 정확한 원이 보이는 것처럼요. 물론, 약간은 주입을 위한 훈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계산에 관한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시험칠 때 어려운 계산을 마주하면 어떨까요? 한 번에 차분히 정확한 계산을 해내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계산하다 멘탈이 나갑니다. 어려운 논리는 다 이해했고, 해결 방법도 뻔히 보이는데 계산이 안되어서 문제를 못풀었다는 학생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는 문제를 계산 때문에 틀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어려운 계산 땜에 나간 멘탈을 부여잡지 못해 다음 문제, 다다음 문제도 다 놓치고 맙니다. 그렇게 시험을 망치고 나서 위안하기를. '나는 다 알아... 계산 때문이야... 다 아는 건데...'


하지만 "다 풀었는데, 계산 때문에 멘탈이 나갔다"는 말은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계산이 잘 안되었다면 다 풀었다고 할 수 없고요, 문제를 해석하는 것과 계산하는 행위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고 수학 공부를 하면 시험에서 100%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이론에 빠삭하더라도 계산을 못하면 답이 안나오지 않나요?


"잘 하는데, 계산 실수가 많다"란 말도 잘못되었습니다. 계산 실수가 많으면 잘 하는게 아닙니다. 숫자를 다루는 감각이 부족하거나 효율적으로 식을 정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죠. 학생들에게 복잡한 다항식을 인수분해 하라고 시켜보면 2~3줄 만에 정리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10줄을 넘기는 친구도 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똑같이 정답을 도출해냈다면 둘의 수학 능력은 같은 건가요? 그 둘의 차이는 시험에서 뚜렷하게 갈리게 됩니다. 


식을 정리하고, 계산을 깔끔하게 하는 것도 교과 수학의 평가기준이 된다는 걸 절대 잊지 마세요. 아, "계산은 기계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그런 분은 시험장에 도대체 무슨 기계를 가져갈건가요? 제게도 알려주세요. 계산에도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이번 수학시험을 계산 땜에 망쳤다고요? 정신을 조금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건 고작 계산 실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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