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의 숲 8화
나무는 혼자서도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숲은 혼자서 이룰 수 없다.
처음엔 그저 혼자 서 있는 것이 전부였다.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뿌리를 내리는 데에만 온 마음을 쏟았던 날들이었다.
다른 나무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요한 결심으로 살아냈다.
외로웠지만 스스로를 지켜낸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옆에도 또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아무 말 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들.
서로 닿지 않지만,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은 거리.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숲이 되어갔다.
누구는 가지가 부러졌고,
누구는 병충해로 잎을 다 잃기도 했다.
누군가는 굽은 줄기로 자랐고,
누군가는 너무 일찍 시들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은 살아 있었다.
누군가는 아직 살아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살아내는 법을 찾고 있었고,
누군가는 다시 자라고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혼자였던 나무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숲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서툰 뿌리로 버티고,
자기만의 잎사귀로 계절을 살아내며,
누구에게나 말 못 할 비바람을 견디며
서로의 존재로 위로가 되는 숲을 이루고 있다.
내가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자립’이라는 건 결국,
혼자 살아가는 법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서서
다른 이와 어울릴 수 있는 용기를 키우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나라는 나무로
당신이라는 나무 옆에
함께 살아간다.
이제는
외로움도, 고통도, 성장도
모두 숲의 일부라는 걸 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숲속의 한 그루로
천천히, 단단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