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 끌려다니는 편이었습니다. 1부

by 영강이

어렸을 때 나는 몰랐다.

누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인지.


건강한 관계와 건강하지 못한 관계의 경계도 알지 못했다.

그보다 나는 늘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폈다.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 사람이 힘든 이유가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런 배려와 눈치가 ‘완벽한 사랑’이라고 믿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건 마치 나를 들뜨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첫 연애가 시작됐다.


상대는 회피형이었다.

상처가 많았고, 과거가 깊었고, 외로움을 말보다 행동으로 흘리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도 급하게, 허전함을 채우듯 그 관계를 시작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민을 느꼈고,

그 연민을 ‘사랑’이라 착각했다.

그 아픔을 내가 감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마도 아닌데 말이다.


“그 사람이 숨고자 한 건, 상처가 많아서겠지.”

“오늘 기분이 나빴던 건, 나 때문은 아닐 거야. 그저 일이 많았겠지.

우리 사이엔 아무 문제없어.”


나는 자꾸 그런 말들로 내 마음을 덮었다.

불안은 점점 커졌고, 도망가는 그 사람을 열심히 쫓아다녔다.

1시간 30분이 걸려도,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내 머릿속은 그 사람 생각뿐이었다.


내 일상이 그의 눈치로 가득 찼다.

하루를 살아도 ‘그 사람’이라는 변수에 따라 내 감정이 출렁였다.


나는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이 그 당시에 얼마나 괴롭고 슬픈 일인지 몰랐다.

‘헤어진다’는 말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건 나에게 ‘실패’ 같았고,

버려진 느낌 같았고,

그래서 나는 끝을 말하는 사람이 되기 싫었다.


나는 말했다.

“나를 이만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또 없을 거야.”


그것이 당시의 나에게는 사랑의 최선이었다.


자유롭게 나눠봐요.

•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연민이나 외로움이었던 적 있나요?

• 그 사람이 아닌 ‘관계 자체’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적은요?

•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