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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Jul 17. 2021

내 일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의 기록, 그 시작.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쓰기로 하다.

내일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날들의 기록, 그 시작

같이 글을 써보자는 회사 동기의 제안에 ‘좋아요'라는 말 뒤에 느낌표 세 개까지 덧붙여서 보냈다.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물어버린 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회사에서 나는 외로웠다.

일을 함께 하는 동료는 있어도 그 안에서 떠오른 고민을 함께 나눌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입사 후 일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지만 비슷한 생각을 나눌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신입 사원 시절, 같은 부서 선배의 연애사가 다른 부서 사람들 입에도 너무 쉽게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나니 웬만하면 사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일에 대한 고민이라니.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 그럭저럭 괜찮은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는 부서에서 왜?

그냥 열심히 해서 승진하거나 아니면 이직하면 되지 무슨 고민이냐고 말할 것만 같았다.

껍데기가 화려한 회사 안에 있는 나는 곪아가고 있었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토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의 자세한 속 사정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내가 회사에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나를 잃어버린 채 그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한 것 같은 이 마음을 누구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게다가 부서에서 나는 유일한 홍일점이다.

임신과 출산을 겪고 회사로 복귀한 이후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오분 대기조로 늘 초조하게 지내는 이 생활을 다들 어떻게 버티는 걸까 궁금했다.

주위에 이야기를 나눠 볼 만한 사람들이 없는지 둘러보았지만 이 역시도 찾기 어려웠다.

부서 밖으로 시선을 넓혀보아도 남편과 둘이서 고군분투하는 나와는 달리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꽤 많았다.

부모님께 도움받는 육아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내게 그것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고충조차 갑자기 애가 아프면 부탁할 곳이 전혀 없는 내게는 부러운 한탄으로 느껴졌다.

더 넓게 회사 밖의 친구들로 시선을 돌려보아도 비교적 결혼을 일찍 한 탓에 아이가 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나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한 명 떠올랐다.

그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커리어 고민을 나누는 SNS 라이브에서 익숙한 사연과 이름이 들려왔다.

솔직히 엄청 놀랐고 반가웠다.

나도 지금 이 라이브에 함께 있다고 바로 메시지를 보냈고 곧바로 이틀 뒤 우리 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분명 같은 회사 동기인데 입사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의 근황으로 시작해서 왜 입사하게 되었는지, 엄마로 사는 삶은 어떤지, 일에 대한 고민 등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하도 말을 많이 해서 헤어지고 난 뒤에는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에게는 참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육아의 무게가 무거운 엄마, 방황 중인 직장인, 빚 좋은 개살구 같은 우리의 일터.

서로 한 마디만 툭 던지면 암 그럼 알고말고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왜 이제야 이렇게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걸까 아쉽기까지 했다.


“ 지금 만약 혼자 달리느라 끙끙거리고 있다면 함께 달릴 친구를 찾아 나서보는 건 어떨지.
자기에게 꼭 맞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라면 영영 못 해낼 것 같은 마라톤도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

- <프리 워커스>, 모빌스 그룹 지음


나에게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했다.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 낸 사람들을 둘러보면 그들의 곁에는 꼭 조력자가 있었다.

든든한 백과 황금 동아줄이 되어줄 그런 사람이 아닌 옆에서 어깨 한번 툭툭 두드려줄 그런 존재 말이다.

나라는 사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알맹이에 관심 가져주고 독려해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쉬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참 흔치 않다.

근데 이제 그런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책 <프리 워커스>의 내용을 사진으로 공유하자마자 확신했다.

세상에! 때마침 그녀도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함께할 운명인가 보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시도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정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에 대해 써보려 한다.

이것이 내게는 퇴직금 중간 정산보다도 더 중요한 일로 느껴진다.


올해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휴직 중인 이 시기에 제대로 된 마침표를 한 번 찍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마음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내 일'의 윤곽이 또렷해졌으면 좋겠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이라는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도 내일이 기대되는 그런 일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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