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키드 Sep 08. 2021

자가격리 시작 D-1, 밀접접촉자의 공동격리자되다.

둘째의 밀접접촉자 확정 통보.

온 가족 코로나 검사

일찍 검사를 받기 위해 눈뜨자마자 온 가족이 분주했다.

아침밥도 먹지 않고 온 가족이 부랴부랴 준비해서 보건소로 향했다.

검사 시작 시간인 9시에 맞춰서 도착했더니 이미 보건소 입구를 지나 근처 공원까지 줄이 두 겹으로 서 있었다.

남편이 첫째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는 아기띠를 메고 둘째를 안은 채로 긴 줄 맨 뒤에 섰다.

(나중에 검사받을  번호를 보니 우리 앞에 150 정도가 이미 검사를 고 갔.)

영유아나 임산부는 공항의 패스트 트랙처럼 배려받을 수 있다고 몇몇 분이 귀띔해주셔서 현장에서 안내해주시는 직원에게 물어봤다.

검사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하도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곤란하게 되었다고 죄송하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하고는 그냥 기다려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긴 검사 줄에 서있는 사람들 중에 우리 둘째가 제일 어린것 같다며 남편과 나는 씁쓸해했다.

이 와중에 다행인 건 상황 파악 안 되는 첫째는 유모차에 앉아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고 둘째는 얌전히 안겨있었다는 것이다.

페스티벌 같은 데서 서는 긴 줄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상황 파악 안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울고불고 난리 날까 봐 걱정이었는데.


인적사항 적고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검체 채취하는 곳 가까이 가서 기다란 면봉을 보자 첫째가 겁에 질렸다.

남편과 내가 먼저 검사를 받고 첫째 차례가 되었는데, "무서워요, 무서워요." 하고 울어서 너무 짠했다.

그래도 3초만 참으면 금방 끝나는 거라 달래 가며 무사히 검사를 끝냈다.

둘째도 눈치챘는지 발버둥을 쳐서 남편은 아이 몸통을 꽉 안고 내가 뒤에서 머리를 붙잡았다.


내가 검사받는 것과 옆에서 지켜보는 것 중에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다.

(내 콧속으로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서 놀랐...)

아이들에게 계속 '너희들 용감했다, 멋있었다, 대단하다!!' 열심히 치켜세워주면서 집으로 향했다.

보건소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만에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온라인 장보기

보건소에서 검사하려고 줄 서 있다가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만났다.

어제 연락 주셨던 확진 의심되는 친구 어머니가 이미 확진을 받고 병원으로 호송되었다고 했다.

'아... 그럼 그 친구도 무조건 확진이겠구나.'

선생님도 미리 대비를 하고 계시라고 말씀하셔서 자가격리 준비에 돌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텅 빈 냉장고 채우기부터 돌입했다.

검사를 하고 와서 밖을 나갈 수가 없으니 일단 급한 것부터 온라인 마트로 주문했다.

당장 며칠 동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것들을 담고 보니 애들 간식은 빠뜨렸다.

그건... 며칠 있다가 또 사는 걸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

두 아이가 잠시 낮잠을 자는 동안 남편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에 혹시나 행여나 최악의 상황(우리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온다면?)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활치료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누가 누구를 데리고 들어가야 할지, 조를 나누고(남편은 둘째와, 나는 첫째와 짝을 이루기로 했다.) 무엇을 챙겨가는 게 좋을지도 생각해봤다.

우리 둘 다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둬야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스타일이라 참 다행이다 싶었다.

둘 중에 한 명이 뭐하러 그렇게 까지 고민해두냐, 그때 가서 생각하자라고 다그쳤으면 더 불안하고 심란했을 텐데 같이 고민하고 미리 정해두니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다 보니 둘 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두 개조로 나뉘어서 몇 주간 헤어지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린이집 친구의 확진 연락

한창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같은 반 친구는 결국 확진이 되었고, 가족이 모두 확진이라고 했다.

우리 둘째는 같은 교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서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보건소의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

선생님과의 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둘째 아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만 8세 이하의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를 공동 격리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해서 아이와 내 인적사항을 함께 적어서 회신했다.

이렇게 해서 아이는 밀접접촉자, 나는 밀접접촉자의 공동격리자로 아이와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검사받으러 보건소에 다녀온 뒤로 집에만 있었는데도 뭔가 하루 종일 분주했다.

아직 가족들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밤늦게라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혹시나 양성이라도 뜨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자려고 눈을 감을 때마다 떠올라서 계속 뒤척였다.

잠이 오질 않아서 이렇게 주절주절 길게 글로 써본다.

이렇게 쓰다 보면 날이 밝아 오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자가격리 시작 D-2, 어린이집에 코로나가 찾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