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치우고의 반복... 아직 열흘 남았네?
검사 결과 통보, 자가격리자 어플 설치
온 가족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간밤에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일어나 휴대폰을 붙들고 초조해하는데 오전 9시가 지나니 카톡 알림이 왔다.
모두 음성이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곧이어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자안전보호 앱 설치를 하라는 문자가 왔다.
아이 이름으로 어플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하루 두 번 어플을 통해 자가진단을 해야 하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지원도 요청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4인 가족 완전체로 24시간 동거 시작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나는 첫째 어린이집에 연락해서 알리고 추석 연휴가 지나면 등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회사에 통보하고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을 받고 집에 있던 PC에 근무를 하기 위한 환경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네명 완전체로 11일간 24시간 내내 붙어있게 되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쭉 함께 있었던 걸 포함하면 꼬박 2주 동안 넷이서 부대끼며 지내는 것이다.
이런, 삼시세끼
한 집에 넷이서 북적대며 지낸 지 오늘로 5일 차.
'격리'라고 하면 왠지 고립, 외로움이 연상되지만 아이 둘과 함께하는 자가격리는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다.
일단 삼시 세 끼를 차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아침 먹고 치우고 애들 따라다니다 보면 곧 점심이고, 점심 먹고 치우고 또 따라다니다 보면 곧 저녁이다.
게다가 아직 한창 침 흘리는 17개월 둘째는 치우면 흘리고 치우면 흘리고...
닦고 돌아서면 또 닦기 바쁘다.
집에만 있어서 심심해서 그런가 둘 다 엄마는 또 왜 그리 불러대는지...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보건소의 문자가 불쑥 생각났다.
오래 집에만 있다 보면 멘탈 잡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너무 외롭거나, 아님 나처럼 외롭지 못해 괴롭거나...)
구호 물품 도착
오늘 오전에는 구호 물품이 집 앞에 도착했다.
즉석밥, 라면, 김, 간편 조리 식품, 통조림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들이 들어있었다.
밥 차리다 지치면 적극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찬장에 정리해서 넣어뒀는데...
오늘 점심부터 이미 하나씩 밥상 위에 오르고 있다.
예전에 남편과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복직하기 전에 아이들 데리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해볼까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그때 이런 말을 해줬다.
'이미 아이들이랑 충분히 많은 시간 보냈잖아.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래 맞아! 나는 이미 찐한 시간을 많이 보냈지...'라고 생각했는데...
타의에 의해 이런 시간을 갖게 될 줄이야.
복직하기 전에 정말 원 없이 아이들과 부대끼는 시간을 갖게 되는구나.
'아이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에서 사실 진짜 핵심은 '제주도'에 있던 거였는데...
아무래도 누군가가 내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런 시간을 만들어 줬나 보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