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시간 10분 늘리면서 초조해진 마음을 돌아보며.
2년에 가까운 휴직 기간이 끝을 향해가고 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복직 날짜를 보며 아이들 하원 시간을 조금씩 늦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오후 네 시쯤 데리러 가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여섯 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야 할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조금씩 하원 시간을 늘려나가야 한다.
특히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첫째의 성향을 생각해서라도 천천히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10분씩 늘려보기로 했다.
평소에 집에서 3시 50분쯤 나서서 데리러 갔던 걸 4시에 출발하는 걸로 바꿔보았다.
그런데 막상 오후 3시 50분이 되자 어쩐지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평소보다 늦었다고 속상해하면 어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 첫째 어린이집을 먼저 갔다가,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둘째를 데리러 가다 보니 첫째를 10분 늦추면 둘째는 20분이 늦어진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먼저 데리러 간 첫째는 다행히 평소처럼 나를 맞이해주었다.
곧바로 둘째 어린이집으로 가서 벨을 누르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선생님 손을 잡고 있는 둘째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 찾으면서 밖에 나가고 싶어 하길래 잠깐 데리고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아, 역시 좀 늦게 왔나 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거의 내내 가정보육을 하면서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런데 올해 초에 막상 두 아이를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왜 그렇게 미안하고 짠한 마음이 들던지...
첫째가 두 돌 때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그렇게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직도 아이가 겪을 변화들 앞에서는 예민해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 나인지도 모르겠다.
하원 시간 10분, 20분 늘리는 것에도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질 줄이야.
아이가 새로운 변화를 겪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실은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다.
처음 어린이집에 갈 때, 처음 치과 진료를 받을 때, 처음 코로나 검사를 받을 때... 모두 그랬다.
기왕이면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게 엄마니까 당연한 거겠지.
부정적인 감정도 삶의 일부분이고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영 편치가 않다.
이럴 때면 분명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데 크게 개의치 않는 남편이 신기하다.
"아이한테 죄책감 안 가지면 되지, 왜 가져?"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언젠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르며 순간 화가 날 뻔했다가 '그러게... 난 해줄 만큼 해주고 있는데 왜 이렇게 미안하지...?'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린이집 등 하원 길에 오다가다 보이는 여유로운 양육자들을 보면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하원 후에 놀이터에서 한 시간씩 놀다 보면 내가 복직한 후에는 우리에게 없을 순간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돌봄 선생님이 구해진다면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느끼는 세상의 속도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기보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주고 싶다고 생각해보지만...
그런 느긋함이 출근길 아침에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엄마의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행히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평화롭다.
오늘이 하원 시간 10분 늘리기 3일 차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변화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나는 늘 흔들리고 걱정하고 불안했지만 매번 아이들은 내 생각 이상으로 씩씩했다.
이번에도 나보다 훨씬 더 잘 해낼 아이들을 믿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