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키드 Nov 18. 2021

왜 자꾸 나를 찾냐고 물으신다면

끝없는 자기 탐색의 이유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자꾸 자기 탐색을 하느냐고.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며 그 안의 나를 찾는 건 한 번으로 족한데 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꾸 같은 행위를 반복하느냐는 것이었다.


'쟤가 정말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 반, '진짜 이해 안 간다.'라는 질타 반 정도로 들렸다.

처음 질문을 받은 상황에서는 사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게 나 왜 자꾸 비슷한 걸 여러 번 하게 되었지?'라고 생각하면서 내심 당황했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이것저것 해보게 되었다고 말하고는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는데 이상하게 그 질문이 한 번씩 머릿속에 맴돌았다.

왜 나는 자꾸 나를 찾는 걸까.


휴직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일 오전에 나름 시간을 보내는 루틴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서 이번 주는 루틴이 달라지게 되었다.

이런 일상의 변화를 겪으면서 불쑥 위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올랐다.

내가 나를 자꾸 찾는 건,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맞아, 난 이런 사람이지.'라고 생각하고 정리했다가도 또 일상에 휩쓸리면 잊혀진다.

특히 엄마가 된 이후로는 삶이 실선이 아니라 점선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끊기고 조금 나아가려다가 또 끊긴다.

나를 이해하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알만하면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보니 반복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선도 여러 번 긋다 보면 언젠가 실선이 되니까.


긋고 또 긋다 보면 언젠가 실선이 되겠지.


다행히 나의 자기 인식률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주식 차트 같다.

처음에 조금 알듯 했다가 다시 떨어지고 그다음에 오르면 또 떨어지지만 다행히 이전보다는 조금 더 오른다.

그렇게 올랐다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조금씩 올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쨌든 길게 보면 갈수록 상승 중이라는 거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것, 이 감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이전에는 조금만 떨어져도 '아 모르겠다.'하고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자기 탐색을 반복하는 나에게 결국 그 사람이 해주고 싶었던 말은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지나간 것에서 충분히 나를 찾았다면,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가는데 더 에너지를 쏟으라는 애정 어린 조언이 뒤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긍정적인 피드백은 향수 같아서 받은 순간에는 황홀하고 좋다가도 금방 휘발되는데, 부정적인 피드백은 마치 손가락이 종이에 베인 것처럼 굉장히 작은 것도 오랫동안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앞으로 만들어가면 되는 거라는 거 알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자기 회고와 탐색을 반복하는 게 내 특징이라면(단점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다) 이것도 어딘가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분의 우려와 달리 최근에는 치열하게 자기 탐색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법을 나누고 싶고,  탐색의 길에서 무엇이 보이는지도 함께 봐주고 싶다고 스스로의 쓸모를 정리했고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처음 질문을 받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상대방의 표정을 마주했을 때 나는 폭넓은 공감과 지지(끊겨도 괜찮아! 반복해도 괜찮아!)로 함께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끝없는 자기 탐색으로 헤매는 사람들도 끌어안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느낌 뭔지 아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일단, 읽고 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