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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Feb 12. 2024

두근두근했던 한 주를 전해요

힘들 때도 설렐 때도 모두 두근두근하니까요

은영님에게.


지금은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고요한 새벽의 적막 속에서 시계소리가 째깍째깍 유난히 크게 들리네요. 저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 주방 식탁에 앉아 편지를 적어봅니다. 작은방 한편에 내 책상을 마련해보기도 하고, 거실 한 구석을 북카페처럼 꾸며보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식탁에 앉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다가 엄마를 찾는 소리가 들릴 때 반응하려면 주방이 가깝기도 하고, 낮에는 거실에서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면서 짬짬이 무언가를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이곳에 앉는 게 마음이 편해요. 자다가 중간에 깨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을 때 처음엔 망설였어요.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면 오늘 사무실에서 너무 피곤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데 좀 더 집중하기로 하곤 몸을 일으켰어요. 이따 피곤해지는 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는 걸로.


월요일 아침 출근 버스에서 두근두근 기다리던 은영님의 답장을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날 뻔했어요.

 '모든 존재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의 다름을 지켜주고 그 힘을 믿어주는 사람'

제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죠?! 지난주에 커리어 코칭을 받으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은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제가 '거울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요. 외면을 보고 싶을 때 거울을 보듯, 내면의 고유함을 바라보고 싶을 때 제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요. 그런 얘기를 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은영님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으니 놀랍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좀 부끄러워지기도 했어요. 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사실 조급함에 사로잡혀있었거든요.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빨리 도달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초조했어요. 많은 사람들의 고유함을 발견해 주겠다는 비장함을 내뿜고 어디로든 달려 나가야만 할 것 같았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바라봐주는 걸로는 만족을 못했던 건 아닌가 싶은 반성도 들었고요. 무엇보다 저의 고유함을 바라봐 준 은영님에게 무척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러고 보니 저의 밤에 대해 물어보았죠? 한동안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조급함 때문에 밤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침대에서 몰래 빠져나와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독였어요. 길을 잃고 헤매는 듯한 삶과 복잡한 머리와 마음속을 달래고자 밤마다 주방 식탁 위의 조명을 켜고 앉아있곤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자기 전에 '오늘 감사했던 일 세 가지'씩만 일기장에 쓰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어요. 밤잠을 줄였더니 몸이 피곤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부터 귀에서 삐-하고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밤에는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감사 일기만 꼬박꼬박 쓰기로 정해두었답니다. 지인으로부터 5년 일기장을 선물 받았는데 매일 무슨 내용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하다가, 감사한 일을 쓰기로 했어요. 그렇게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7개월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감사한 일들을 애써 찾아내서 써야 했다면 요즘에는 내 일상에 감사한 일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서 참 신기하더라고요. 편지를 주고받게 된 것도, 답장을 받은 것도 모두 감사한 일로 기록해 두었답니다. 요즘의 밤은 이렇게 루틴을 단순화했더니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 대부분이랍니다.


지난주에 저는 아주 속상한 일과 기쁜 일이 교대로 휘몰아치는 역동적인 한 주를 보냈어요.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독감에 걸려서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음이 불편했고, 여러 가지 책임감에 짓눌려 마치 양쪽에서 누가 내 팔을 잡고 서로 당기는 것 같은 기분에 괴로웠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또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을 했답니다. 작년 초에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지 1년 된 기념으로 셀프 선물로 혼자 멜로망스 콘서트를 보러 갔었어요. 그 이후로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 듣다가 올해 1월에도 또 혼자 공연을 보러 갔고, 그러다 김민석 님이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청음회를 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지 뭐예요. 운 좋게 당첨되어 지난주에 다녀왔답니다. 호호

힘들었던 한 주의 신기한(?) 위로였던 날.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는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그 감정은 어떤 순간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이런 얘기를 듣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창작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하니까 저마다 자기 철학이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과 내가 들려주고 싶은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직장인의 삶과도 큰 맥락에서는 비슷할 수도 있겠다 싶으니 묘한 위로도 얻게 되고요?! 왠지 예술하시는 분들은 마냥 자유인의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여서 부러웠는데 그런 편견은 좀 덜어졌달까요... 저는 가수들이 자기 노래에 몰입한 모습을 보면서 위로랄까, 대리 만족이랄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잊어버린 채 완전히 몰입한 그런 느낌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마치 음악과 하나가 된 것처럼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면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제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공연을 보는 게 큰 기쁨인가 봐요.


그러다 보니 은영님의 창작활동도 궁금해졌어요.

은영님이 종이 조각을 선택한 이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그간 만든 작품들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해요.

한 시간을 꼬박 앉아서 편지를 썼더니 이제는 허리가 조금 뻐근하군요! 아무래도 출근 전까지 좀 더 눈을 붙여야겠어요~ 은영님도 지금쯤 편안한 꿈을 꾸고 있겠죠?

답장 기다릴게요!



- 24년 2월 6일 화요일 새벽.


오늘도 저는 손 편지를 먼저 써두었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짝 설레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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