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험표를 꺼내 든 직장인의 하루(2/1)

토익 시험을 다시 본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었다는..

by Jake Shin

학생 시절 시험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면 시험은 ‘굳이 해야 하는 일’이 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굳이 시간을 내고, 굳이 긴장하고, 굳이 점수로 평가받는 자리로 들어가는 일이니까요.


어제 저는 다시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경영지도사 자격 취득을 위해 영어시험 면제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2022년에 목표 점수를 얻은 적이 있었지만, 병원 일정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했고 그 기회는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 뒤로 몇 년이 훌쩍 흘렀고,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험장소는 인하공전였고요. 주차를 한 후에 교정 안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와… 나 아직도 이런 거 하네. 대단하다, 나 자신.”




예전의 나 vs 지금의 나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깨달았습니다.

세월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지나갔다는 사실을요.


예전에는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피로가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듣기 지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이 찍혀 있었습니다.


지금은 듣기 지문이 끝났는데도 “방금 뭐라고 했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예전의 나는 전투 모드였다면, 지금의 나는 회사 회의 3개 끝내고 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는 자리에 앉아 끝까지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가 점수를 대신 써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 사실이 문득 좀 뿌듯했습니다.



15분 남았습니다… 그리고 멘탈 로그아웃


시험 막바지, 감독관의 한 마디가 울려 퍼졌습니다.


“15분 남았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상한 계산이 돌아갔습니다.


‘15분이면 충분하지.’

‘아니, 잠깐… 몇 문제 남았지?’

그리고 확인한 답안지.

“…어? 아직 15문제 남았네?”


예전에는 15분이 남으면 이미 200번까지 다 풀고, 연필을 돌리며 “음… 이 문제 B였나 C였나…” 하던 여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평정심은 사라졌고, 머릿속은 갑자기 와이파이 끊긴 노트북처럼 멈췄습니다.


‘왜 이러지?’

‘나 예전에 잘했는데?’

‘지금 이거 맞게 푸는 거 맞나…?’


하지만 놀랍게도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당황했지만, 몸은 끝까지 버텨 주고 있었습니다.


직장인의 생존 본능이 여기서 발휘된 걸지도 모릅니다.


“당황해도 일은 해야지.”


공부를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만큼 문제집을 붙들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영어 회화 위주로 공부해 왔습니다. 시험 점수보다, 실제로 말하고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영어가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문장은 잘 읽어도 입이 안 떨어졌는데,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도 말이 나옵니다. 영어가 ‘시험 과목’에서 ‘소통 수단’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은 달랐습니다.


시험은 냉정했습니다.


속도, 집중력, 순간 판단력.


이건 또 다른 근육이었습니다.


마치 평소에 헬스장에서 상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하체 데이 온 느낌이었습니다.


“어? 나 운동했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알고 보니 안 쓰던 근육이었던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앉아 있었다는 것


시험이 끝나고 나오면서, 처음엔 아쉬움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조금만 더 준비할걸.”

“시간 감각을 좀 더 살릴걸.”


그런데 교문을 나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 포기 안 했네.


회사 일 하면서, 집안일 챙기면서, 몸도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시험장까지 와서, 2시간 넘게 집중하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는 사실. 그건 누가 봐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학생 때 시험 잘 보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어 다시 시험을 보는 건, 이미 그 자체로 노력입니다.


목표 점수, 나올까요?


결과는 아직 모릅니다.

어쩌면 아슬아슬할 수도 있고, 아쉽게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분명히 얻은 게 있습니다. 지금 내 위치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이번 시험은 저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다시 훈련하면, 금방 예전 감각 돌아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됐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직장인의 영어


이제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회화는 계속 가져가되, 시험형 훈련도 다시 병행해야 합니다. 시간 안에 읽고, 판단하고, 집중하는 연습. 그리고 무엇보다, 15분 남았다는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훈련까지..


이번 토익 시험은 점수 확인 이벤트가 아니라, 제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고 있고,

여전히 도전하고 있고,

여전히 제 커리어를 위해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적표가 완벽하지 않아도,

이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펼칩니다.

이번에는 부담이 아니라, 묵직한 책임감과 조용한 자부심을 가지고.


“직장인, 아직 성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