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오르는데 선택권은 줄어든다
지난 글에서는 한 가지 불편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이 말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저 포함해서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회사는 사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개인의 커리어는 그 구조 안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장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라 경험을 쌓는 하나의 플랫폼처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한 가지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르더군요.
회사에서는 꽤 높은 연봉을 받던 사람이 퇴직 이후 생각보다 좁은 선택지 앞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처음 들으면 조금 과장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그렇게 낯설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고, 조직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직 밖으로 나오면 그 경험을 그대로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경우요..
그래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 볼 수 있습니다.
“연봉이 높았던 것이 정말 경쟁력이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 질문을 조금씩 마음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연봉은 올라가지만 선택은 어려워집니다."
직장 생활의 초반에는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연봉 차이가 크지 않고 역할도 유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로운 분야로 이동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합니다. 조금 더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기도 하고, 조금 더 흥미로운 일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는 선택이 비교적 가볍습니다. 결정이 틀려도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연차가 쌓이기 시작하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 연봉이 올라가고, 책임이 커집니다.
- 조직에서 맡는 역할도 점점 무거워지고,
- 그 순간부터 선택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제 선택은 단순히 “하고 싶은 일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됩니다.
지금 연봉보다 낮아지면 선택하기 어렵고,
지금 직급보다 낮아지면 받아들이기 어렵고, 지금 안정성보다 위험해지면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준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선택지는 점점 좁아집니다. 연봉은 올라갔는데, 이상하게 선택은 더 어려워집니다.
'고연차가 될수록 움직임은 느려집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사람은 더 신중해집니다. 그동안 쌓아온 것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기회가 와도 먼저 계산을 하게 됩니다.
- 지금보다 조건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이 판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라면 비슷한 고민을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한 기준이 된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지금이 제일 나은 것 같아요.”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말속에는 종종 다른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지금 말고는 선택하기 어렵다.”
이 미묘한 차이가 고연차 직장인의 현실을 설명해 줍니다.
'연봉이 족쇄가 되는 순간.'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죠. 그러나 연봉이 올라갈수록 선택권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 지금 연봉보다 낮아지면 선택하기 어렵고,
- 지금 역할보다 작아지면 받아들이기 어렵고,
- 지금 안정성보다 위험해지면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더 좁은 선택지 안에
서만 움직이게 됩니다.
연봉은 올라갔지만, 자유는 늘어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상황을
종종 이렇게 표현합니다.
"연봉은 올라갔는데 선택권은 줄어드는 구조."
이것이 바로 고연차의 역설입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즉,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봉 자체가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봉은 현재의 보상입니다. 하지만 선택권은 미래의 안정입니다.
선택권은..
- 내 경험이 다른 환경에서도 작동하는지,
- 내 역량이 조직 밖에서도 가치가 있는지,
- 내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준비가 없다면 연봉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연봉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고연차의 진짜 경쟁력은?'
연차가 높아진다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는 의미가 아니라 많은 경험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겪었고 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단순한 기억으로 남는지
자산으로 남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자산이 된 경험은 환경이 바뀌어도 작동합니다.
그래서 고연차의 진짜 경쟁력은 연봉이 아니라 자산화된 경험인 것입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연봉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중요한 기준이 생깁니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인가?"입니다.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연봉은 숫자일 뿐입니다. 하지만 선택권이 없다면 연봉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움직이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합니다. 연봉은 올라가도 좋습니다. 하지만 선택권은 반드시 함께 올라가야 함을요. 그 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직장인의 자유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며 도대체 무엇을 쌓고 있는 걸까요?"입니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는 경력을 쌓고 있다.”
하지만 경력과 자산은 같은 의미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을 조금 더 깊이 다뤄보려고 합니다.(커리어 자산 vs 회사 경력)
즉 우리가 쌓고 있는 것은.... 정말 커리어 자산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회사 경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