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쌓고 있는가?
얼마 전, 한 후배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연달아 이어지고 있고, 일정은 촉박하고, 책임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표정에는 피로가 그대로 묻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볍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지 않아?”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우고는 있는 것 같은데…
이게 나한테 남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왜냐하면 그 질문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였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가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 걸까?"
지난 글에서는 고연차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연봉은 올라가지만 선택권은 줄어드는 구조였죠. 성장은 하고 있지만, 동시에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상태였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한 가지 생각이 명확해지더군요.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며 쌓고 있는 것은 정말 ‘자산’인지? 아니면 단지 ‘경력’인지? 이번 주 글 주제입니다.
"경력은 쌓이지만, 자산은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력이 쌓입니다.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고, 또 다른 프로젝트가 이어집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고, 역할이 커집니다.
이력서는 점점 길어지고, 경험은 분명히 늘어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경험들이 정말 나에게 남아 있는 걸까?"
회사에서 했던 일들은 많지만, 막상 그것을 밖에서 설명하려 하면 생각보다 말이 막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많은 경험이 회사라는 맥락 안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회사 경력은 조직 안에서 완성됩니다."
회사에서의 경험은 대부분 조직이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팀이 있고, 역할이 나뉘어 있고,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는 그 경험이 매우 자연스럽고 강하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그 환경을 벗어나는 순간 그 경험은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어떻게 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생각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커리어 자산은 다르게 남습니다."
커리어 자산은 조직을 떠나도 남는 경험입니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이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면 그 경험은 어디서든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 자산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구조입니다. 같은 일을 했더라도 그 일을 ‘구조로 이해한 사람’과 ‘업무로 처리한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벌어지죠.
같은 경험도 다르게 남습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해도 누군가에게는 경력으로 남고 누군가에게는 자산으로 남습니다.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경험을 그냥 지나가게 했는지, 아니면 한 번 더 돌아봤는지의 차이입니다.
“무엇을 했다”로 끝나면 경력이고,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할 수 있으면” 자산이 됩니다.
이 차이는 처음에는 작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집니다.
"우리는 왜 자산을 만들지 못할까?"
사회생활 해보면 많은 직장인들이 경력은 쌓지만 자산은 만들지 못함을 느낍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리는 너무 바쁩니다. 하나의 일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일이 시작됩니다. 성과를 내면 곧바로 새로운 목표가 주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은 자연스럽게 밀려납니다.
그래서 경험은 남지 않고 흘러갑니다.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직장을 경력을 쌓는 곳으로 보면 일은 소비됩니다. 하지만 직장을 자산을 만드는 곳으로 보면 같은 일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같은 회의도, 같은 프로젝트도, 같은 문제도 모두 자산으로 바뀔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이 관점의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몇 년 뒤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죠.
우리는 매일 일을 합니다. 그 일이 그날로 끝나는 경험인지, 남아 있는 자산인지.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이 질문을 자주 떠올립니다.
나는 지금 경력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자산을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 직장 생활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짐을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라면 우리는 왜 그동안 준비하지 못했을까요?
왜 많은 사람들은 경력은 쌓지만 자산은 만들지 못할까요?
시간이 없어서일까요?
필요성을 몰라서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이유가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준비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을 이해하는 순간, 아마 지금까지의 고민이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