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뤄두었던 일을 해냈을 때의 시원 통쾌함.

결국 2021년의 마지막 날에 해내다.

by 단아한 숲길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당장 하기 귀찮고 힘들어도 멀리 내다보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도 있다. 내게도 그런 일 중 하나가 있었으니 지저분해 보이는 수납장의 일부분에 작은 커튼을 만들어 가리는 일이었다.


남편은 왜 굳이 그런 걸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도 그 공간을 거슬려하는 나 자신이 못마땅했다. 그냥저냥 살면 될 것을 왜 자꾸 자잘한 일들을 만드는 것일까. 하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이나 꽃 사진을 찍을 때 지저분해 보여서 방해가 되곤 했었다.


사실, 가로 56cm* 세로 34cm의 커튼 두장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손바느질로 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재봉틀로 박으면 한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미루어 왔던 것이다. 마음은 먹었으나 늘 우선순위에 밀려왔던 일을 결국 2021년의 마지막 날에 처리하기로 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재봉틀을 꺼내 전원을 켰다. 거의 2년 만이던가. 오랜만에 만난 재봉틀이 낯설고도 반가웠다. 미리 재단해 둔 헝겊 두 장이 커튼으로 변신하는 과정, 북실 끼우기부터 직선 박기까지 매우 단순한 일조차 어렵게 느껴졌지만 결국 해냈다. 다이소에서 미리 사 두었던 미니 압축봉을 이용해 커튼을 걸고 스팀다리미로 주름을 펴 주었더니 제법 봐줄 만하다. 어설픈 재봉틀 솜씨가 티 나지만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다. 오래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해내고 나니 기분이 상쾌 통쾌하다.


사람은 작은 성취의 반복에서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오늘의 작은 성취에 내 자신감도 한뼘쯤 자랐으면 좋겠다. 재봉틀을 꺼낸 김에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슬쩍 고개를 든다. 2022년에는 홈패션 과정을 제대로 수강해 볼까 하는 고민도 해본다. 나라는 사람... 의욕이 많은 건 좋은데 지나치게 많으니 감당하기 벅차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래, 일단 오늘은 여기에서 만족하고 접기로 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