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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 키운 내 동생 장가 가는 날

이쁘게 잘 살아라. 내 동생.

by 단아한 숲길

가끔이었겠지만

일곱살 꼬맹이가 두 살 아가를

업고 다녔다 한다

때론

논일 밭일 나가신 부모님 대신

분유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아주었다 한다


뽀얗고 오동통한 내 동생

동그랗고 까만 눈이

인형 같았던 내 동생


오랜 세월이 흘러

아가였던 동생이 장가 가는 날

마루에 앉아 엄마 기다리며

아기 돌보던 일곱살 꼬마는

중년의 여인이 되어

바라본다

듬직한 동생과 어여쁜 신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좀 늦은 나이에 장가 가지만

이제서라도 가니 기특하다며

어린 시절

마루 위에 차곡차곡

개어져 있던 기저귀와

분유 담긴 젖병을 떠올린다


너 업고 다녀서 내 키가 겨우 요만한가봐

그래도 난 네가 있어서 좋다

참 좋다

사랑해 내 동생아

누구보다 행복하길

마음 다해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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