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민 3종 세트가 사는 집

이런 글 써도 되나?

by 단아한 숲길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죠.

그래서 부족함을 보이기보다는 그럴듯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며 sns를 봐도

대부분 행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찌질한 모습은 누구나 숨기고 싶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좀 부끄러운 얘기를 해보려구요.

쓰다가 부끄러움 때문에 지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질러보렵니다. 하하.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나 그리고 남편과 아이

우리 셋의 예민함에 대하여.


사실 예민함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므로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주관적인 견해라는

걸 감안해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지요.

어른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와 남편

그리고 친정 가족들을 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즉 가장 본질적인 삶을 공유하는 가족을 대하는 것과

지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요. 대인 관계에서의

긴장감이 집에 오면 풀어지는 거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만약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도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지도 몰라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 가족도 밖에서는

별로 예민하지 않아 보인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예요.

집에서만 서로 예민한 삼종 세트. 푸하하.


이 또한 객관적이지는 않지요. 저를 아는 사람 중

몇몇은 참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 좀 해주세요. 맛있는 거 사줄게요.


제가 예민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남편을 지적하고 비난해요. 아이한테는

잔소리가 확 늘어나죠.

보통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집이 지저분할 때

예민해져요.

남편과 아이도 예민하긴 마찬가지.

남편은 상대방이 말을 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면 굉장히 예민해져요. 바로 짜증이나

화로 이어지죠. 저는 그런 일로

예민해지지는 않기 때문에 남편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죠.

"답답하다고 해서 누구나 화를 내진 않아."



아들은 뭔가 가르치려고 하면 예민해져요.

10살이지만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상대의 말을 자기식으로

해석한 후 짜증을 내기도 해요.

설명을 해줘도 막무가내죠.

그래도 약 20여분 후에 미안하다고 하며 감정을

풀어주는 기특함이 있어요.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라서

특별하고 소중하죠.

그런데 제일 많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해요.

우리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모인 경우엔

더 그런 것 같아요.

좀 무던하고 둥글둥글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반성 모드. 남편에게 참 미안해요.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었을 때

지적하고 비난하면서 공격하곤 했었거든요.

어떤 이유에서든 지적과 비난은 옳지 않아요.

어쩌면 남편만큼 편하고 안전한 상대가

없기에 더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보, 미안.


적당한 예민함은 삶의 활력소라지만

이제 예민함을 줄이기로 했어요.

나의 예민함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려고요.


그렇다고 마음 불편한 상황에서

속을 끓이며 참으려는 건 아니구요,

조금 더 느슨하게 대하면서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땐 지적이나

비난을 삼가고 더 현명한 방법으로

풀어보려고요.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을 빼고 기분

나쁘지 않게 마음을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죠.


계속 고치려고 노력 중이긴 한데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그래도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지요.

예민 삼종세트 중 하나라도 정신 차리고

느긋해지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겠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우리 가족이

늘 예민한 사람들 같아 보이네요.

대체로 즐겁고 사이좋은 편이지만

하루에 한두 번 예민해지는 건데 말이지요.

거의 매일이라는 게 문제.

다른 집은 분위기가 어떤가요?

우리처럼 온 가족이 예민한 집

또 있는지 궁금하네요. 예민함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 있으면 조언도

부탁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업어 키운 내 동생 장가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