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 3종 세트가 사는 집
이런 글 써도 되나?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죠.
그래서 부족함을 보이기보다는 그럴듯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며 sns를 봐도
대부분 행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찌질한 모습은 누구나 숨기고 싶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좀 부끄러운 얘기를 해보려구요.
쓰다가 부끄러움 때문에 지울지도 모르지만
일단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질러보렵니다. 하하.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나 그리고 남편과 아이
우리 셋의 예민함에 대하여.
사실 예민함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므로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주관적인 견해라는
걸 감안해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지요.
어른들도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저와 남편
그리고 친정 가족들을 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즉 가장 본질적인 삶을 공유하는 가족을 대하는 것과
지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요. 대인 관계에서의
긴장감이 집에 오면 풀어지는 거요.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만약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도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지도 몰라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 가족도 밖에서는
별로 예민하지 않아 보인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예요.
집에서만 서로 예민한 삼종 세트. 푸하하.
이 또한 객관적이지는 않지요. 저를 아는 사람 중
몇몇은 참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혹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 좀 해주세요. 맛있는 거 사줄게요.
제가 예민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남편을 지적하고 비난해요. 아이한테는
잔소리가 확 늘어나죠.
보통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집이 지저분할 때
예민해져요.
남편과 아이도 예민하긴 마찬가지.
남편은 상대방이 말을 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면 굉장히 예민해져요. 바로 짜증이나
화로 이어지죠. 저는 그런 일로
예민해지지는 않기 때문에 남편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죠.
"답답하다고 해서 누구나 화를 내진 않아."
아들은 뭔가 가르치려고 하면 예민해져요.
10살이지만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상대의 말을 자기식으로
해석한 후 짜증을 내기도 해요.
설명을 해줘도 막무가내죠.
그래도 약 20여분 후에 미안하다고 하며 감정을
풀어주는 기특함이 있어요.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라서
특별하고 소중하죠.
그런데 제일 많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해요.
우리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모인 경우엔
더 그런 것 같아요.
좀 무던하고 둥글둥글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반성 모드. 남편에게 참 미안해요.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었을 때
지적하고 비난하면서 공격하곤 했었거든요.
어떤 이유에서든 지적과 비난은 옳지 않아요.
어쩌면 남편만큼 편하고 안전한 상대가
없기에 더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보, 미안.
적당한 예민함은 삶의 활력소라지만
이제 예민함을 줄이기로 했어요.
나의 예민함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노력하려고요.
그렇다고 마음 불편한 상황에서
속을 끓이며 참으려는 건 아니구요,
조금 더 느슨하게 대하면서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땐 지적이나
비난을 삼가고 더 현명한 방법으로
풀어보려고요.
제일 중요한 건 감정을 빼고 기분
나쁘지 않게 마음을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죠.
계속 고치려고 노력 중이긴 한데
굳어진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그래도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을 위해
더 노력해야지요.
예민 삼종세트 중 하나라도 정신 차리고
느긋해지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겠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우리 가족이
늘 예민한 사람들 같아 보이네요.
대체로 즐겁고 사이좋은 편이지만
하루에 한두 번 예민해지는 건데 말이지요.
거의 매일이라는 게 문제.
다른 집은 분위기가 어떤가요?
우리처럼 온 가족이 예민한 집
또 있는지 궁금하네요. 예민함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 있으면 조언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