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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 / 수미작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엇도 될 수 없는

by 단아한 숲길

애매한 재능이란 무엇이고 확실한 재능은 또 무엇일까요?


애매한 재능이라... 태어나면서부터 남다르게 특출 난 재능을 인정받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기 힘들겠죠? 저도 그래요. 재능은 있는데 명확하고 별난 재능은 없죠. 한 번은 남편이 놀리듯 말하더군요.

"당신은 사진, 글, 그림, 연극, 바느질 다 잘하는데 안타깝게도 무명이야. 그냥 혼자 즐기는 취미생활 정도."

정말 그래요. 좀 슬픈 사실이지만 뭐 하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애매한 사람으로 살고 있죠.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나 봐요) 심지어 왜 그런지 답도 알고 있어요. 하나에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이것저것 껄떡대느라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취미 부자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뭔가 하나에 집중해 보려 하는데 그 하나를 정하는 일조차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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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을 '무명작가' 혹은 '문필 하청업자'라고 표현하면서 애매한 재능에 대해 토로하다가 애매한 재능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반짝인다.'라고 결론짓고 있어요. 사실 저는 작가의 재능과 열정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문장이 야무지고 단단할 뿐 아니라 위트까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재능도 중요하지만 때를 만나는 것도 중요한 것 아닐까요?


오히려 부럽더라구요. 대학 입시를 두고 고민하던 시절, 작가님과는 반대의 선택을 했었거든요. 문예창작과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반대하시는 부모님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식품 관련 학과에 진학했었어요. 오랜 시간 그때의 선택을 후회했고 늦게나마 사이버 대학 문창과를 졸업했답니다. 그때 부모님 뜻이 아닌 내 꿈을 좇았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애매한 재능도 충분히 가치 있겠지만 보다 명확한 재능으로 발전하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리고 작가 지망생을 벗어나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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